• 전문도서

불확실한 지적 경계의 다툼

비공개l2005.06.05l3108
초등 학생 시절 책상 위에 금을 그어 놓고 상대편의 연필이나 공책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한 기억들이 있다. 그 당시 놀이 중 땅 따먹기란 게 있었는데 정방형의 범위를 정하고 각 모퉁이에서 바둑알 크기의 작은 돌멩이를 검지 손가락으로 튕겨서 3번 만에 처음의 공간으로 돌아온 면적을 자신의 영토로 삼는 게임 이였다. 남자 여자할 것 없이 즐기던 놀이였다. 손등이 부릅트는 것도 모를 정도로 놀았다. 자기 소유 공간을 확보하고 지키는 것이 어릴 때의 놀이에서부터 철저히 지켜지고 있음을 옅볼 수 있다. 경계는 약속이다. 국경은 나라와 나라를 구분 짓는 선이다. 도시와 도시의 경계가 있고 이웃과의 경계도 있다. 서로 자신의 영역이 침해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이를 인정해 주는 약속의 선이 경계선이다. 도로의 중심선은 생명을 지켜 주는 약속의 선이다. 선을 넘는다는 것은 약속 위반을 의미한다. 국가간의 전쟁이 발발하는 것도 국경을 침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중앙선을 침범하면 대형 사고가 일어나며 이웃집을 침범하면 싸움이 일어난다. 서울 등 오래된 기존의 도시는 지적이 일정하지 않은 구역이 많다. 구획정리 사업이나 택지 개발을 한 지역을 제외한 기존의 도시는 지적 형태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적 경계도 부정확하여 이에 대한 다툼이 그치질 않는다. 측량의 시점(始点)에 따라 지적 경계가 왔다 갔다 할 경우 싸움이 시작되고 그 해결 방안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서울 D구의 H동은 유독 지적이 불일치하는 지역이다. 그 동네에서 인접지 경계에서 일정 거리를 띄우지 않고 건축하고 건폐율 기준을 훨씬 초과하여 공사하고 있다는 진정이 제기 되었다. 진정인은 옆집 사람이었다. 현장을 조사하니 건축물의 규모는 허가 사항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떨어져야 할 거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 지적도의 크기와 토지 대장상의 면적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진정 해결을 위해서는 지적 공사의 측량이 필요하였다. 지적공사에 공사 중인 건물과 인접지 담장의 현황을 측량토록 의뢰하였더니 난색을 표하였다. 이런 경우는 지적공사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지적불보합지로 고시하여 관리를 해야 함에도 여러 가지 사유로 그러질 못하고 있는 곳이라 하였다. 어찌 되었던 나중에 제출된 지적 측량도에는 건축물이 건축허가 사항대로 표기가 되어 있었다. 사실대로 측량도를 작성할 수 없는 지적공사의 어려움이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런 무모한 측량도를 가지고 진정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결국에는 토지 면적보다 현황 지적이 부족하다는 결론이었다. 20년을 넘게 이웃하여 지냈건만 좀처럼 타협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을 중재자를 넣어 화해를 시도 하였지만 감정을 건드린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막말까지 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한번 뱉은 말은 주어 담을 수가 없다. 더구나 상대편에 상처를 주는 막말은 가슴에 큰 못으로 박혀 좀처럼 치유가 불가능하다. 풀릴 문제도 감정이 상하게 되면 해결을 할 수가 없다. 말은 가급적 아껴야 된다. 부부싸움에서도 극단적인 말은 삼가야 한다. 상대편 집안에 대한 험담이라던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적인 발언, 이혼하자는 말들은 어떤 경우에도 해서는 안된다. 서로 화해한다 하더라도 쏟아진 말들이 앙금으로 남아 언제든지 재발할 불씨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토지가 부족하여 생긴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있을 수 없다. 솔로몬의 지혜라도 풀 수 없는 문제였다. 건축설계자를 불렀다. 현장 조사를 정확히 하지 않고 지적도에 의해서 설계한 경위를 따지고 책임을 추궁하였다. 건축주에게도 똑 같은 내용을 설명하였다. 주택이나 소규모 건축물의 건축허가는 담당 공무원의 현장 조사 없이 설계 건축사가 작성한 현장 조사서에 의거 건축허가를 처리한다. 이의 허점을 악용하여 부당하게 건축허가를 신청한 잘못을 추궁하였다. 지적 현황에 맞게끔 건축물의 규모를 축소하는 설계 변경을 신청하지 아니할 경우 건축허가를 취소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건축주로서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지대장과 등기부 등본에 있는 권리 면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건축허가 부서의 말을 이해 못하겠다는 것이다. 지적도와 현황이 틀린 것은 건축주의 잘못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잘못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건축사는 건축사대로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지적과 현황이 틀린 경우 지적 경계선을 기준으로 한다는 건설부의 질의 회신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가? 지적도와 달리 도로 경계선이 상이한 때에도 지적 경계선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인접지 건축물이 대지를 침범한 경우에도 건축하고자 하는 건축물의 대지 안의 공지를 확보하는 것은 침범 된 건축물로부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적상의 경계에서 떨어지면 된다는 내용이다.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 보니 진정을 제기한 이웃집도 조만간 건축되어져야 할 건축물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그 동네 일대가 계속적으로 재건축 되어져야 할 지역이였다. 주민들을 모아놓고 지역의 여건에 대해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사건으로 이 지역 일대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노출되었는데 현실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 향후 재건축 될 모든 건축물이 등기상의 면적보다 작은 경우는 건물 규모도 그만큼 줄여서 건축하는 방법밖에 없다.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주민들간에 협의를 해 달라. 그 결론에 따라 이번 건을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현실적인 이익을 택했다. 진정인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건축물이 줄어드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다소 지역 여건이 열악해지더라도 자신의 건축물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불씨는 살아 있지만 일단 진정이 취하되었으니 한시름을 놓았다. * 발췌 : 윤혁경의 건축법 해설 (http://www.archi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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