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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에 실린 한국현대조경(1)

비공개l2005.01.15l4440
최고의 공원, 그곳을 거닐고 싶다 [한겨레21 2005-01-14 18:12] <환경과 조경>·조경설계연구회가 함께 선정한 ‘대표 공원’ 10곳… 선유도공원에 가장 높은 점수 ▣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영화 <비포 선셋>에서 9년 만에 만난 남녀는 시종일관 수다를 떤다. 환경·빈곤 문제 같은 시사 대담부터 남자친구 또는 부인과의 섹스 같은 종잡을 수 없는 대화까지 종횡무진 오가는데, 옷도 한번 갈아입지 않고 밥 한끼, 술 한잔도 나누지 않는 짧은 시간임에도 이 영화가 풍성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유는 만담 같은 대사나 빼어난 연기에만 있지 않다. 바로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시내의 카페를 나선 주인공들이 센강변쪽으로 가자며 걸어가는 곳은 프롬나드 플랑트(Promenade Plante’e). 1960년대 말에 폐쇄된 옛 철도길을 이용해 보행자를 위한 공원으로 만든 곳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고가 다리에 만들어진 산책로, 적절히 배치된 꽃과 나무는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빛나는 셀린느의 금발만큼 풍부한 표정을 지녔다. 전작 <비포 선라이즈>에서 주인공들이 하룻밤 사랑을 나눴던 곳도 공원임을 비춰볼 때 이 연작물에서 낭만성을 극대화하는 요소는 공원이다. 물음표를 달아본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비포 선셋>을 찍는다면 어떨까? 센강보다 한강이, 몽마르트르 언덕보다 남산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곳은 어디일까? 주인공 제시와 셀린느가 걸어갈 공원은 어디일까? 올해로 22돌을 맞은 월간지 <환경과 조경>이 통권 201호 발행을 기념해 조경설계연구회와 공동으로 ‘우리 시대 대표 공원’ 10곳을 선정했다. 국내 조경 관련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152명이 응답한 결과다. (1) 한국 현대조경을 대표하는 작품 (2) 작품 규모와 상관없이 디자인이 가장 우수한 작품 (3) 한국 조경설계의 패러다임 변화에 기여한 작품 (4) 사회적으로 조경의 위상을 높인 작품 (5)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 조경공간은? 이러한 다섯 가지 질문 중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선유도공원인데 (1)~(4) 문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5)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 조경공간으로는 양재천이 꼽혔다. 선유도공원 | 시간을 엮은 시적 공간 한강 내의 섬 선유도의 옛 정수장 시설을 재활용해 만든 선유도공원은 물을 주제로 한 공원. 한강물을 걸러 시민들의 상수도로 공급하던 정수장의 기억은, 부들과 갈대가 자연 정화시킨 물들이 순환하며 흘러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지붕 같은 일부 구조물만 걷어내고 정수장 콘크리트 건물의 뼈대를 그대로 살려 만든 정원은 녹색과 회색의 이분법을 깨뜨리며 삭막한 산업시설도 기릴 만한 ‘역사’이자 ‘문화’임을 일깨워준다. 2002년 드라마 마니아 신드롬을 만들어낸 <네 멋대로 해라>에서 자주 등장했던 공원으로서, 매년 여름마다 ‘네멋’ 광팬들이 선유도공원에 모여 전편 상영회를 열어 선유도 사랑, ‘네멋’ 사랑을 아낌없이 실천하곤 했다. 코스프레를 하는 청소년들도 이곳에 자주 모이기 때문에 자작나무 사이로 레이스와 프릴이 잔뜩 달린 ‘공주옷 소녀’들도 구경할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 넓이 11만400㎡, 완공 2002. 올림픽공원 | 땅의 그윽한 실루엣 서울 도심부에 들어선 60만평의 올림픽공원은 세계 유명 작가들의 값비싼 야외 조각품이나 고 건축가 김중업의 말년 작품인 <평화의 문>으로도 잘 알려졌지만, 무엇보다 이 공원의 주인공은 몽촌토성이다. 공원 내 녹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몽촌토성은 2천년 전 백제 한성시대의 도읍이었던 곳. 토축(높이 10~45m)의 유연한 곡선이 젖무덤의 부드러운 살결 같은 관능미마저 느끼게 한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넓이 151만2130㎡, 1986. 하늘공원 | 상처를 뛰어넘는 자연의 디자인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면 쓰레기 더미의 악취가 수km 떨어진 신촌에까지 풍겼다던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 매립지의 운명에서 비롯된 낯선 지형(평평하면서도 높게 솟아 있는)은 잔뜩 흐린 서울의 하늘과 손바닥을 마주댄 느낌을 준다. 이곳에 오르면 그 잘난 자동차도 강변북로도 아파트도 발 아래 깔리고 억새밭이 전해주는 거친 바람의 숨결이 들려온다. 특별한 시설물 없이 오직 자연 소재만을 이용했다. 최근에는 매년 열리는 억새축제가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넓이 18만5000㎡, 2002. 일산 호수공원 | 신도시에 삽입된 크고 넓은 자연 200만호 건설이란 통 큰 도시계획에 맞춰 태어난 일산 호수공원은 역시 ‘통 크다’.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인 일산호(9만1천평)와 대규모 광장이 있는 이곳에선 매년 고양꽃전시회와 3년 주기의 고양 세계 꽃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일산호를 중심으로 공원을 도는 4.7km의 산책로, 8.3km의 자전거도로는 일산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녹색 혈관과도 같아 이곳을 중심으로 인라인하키팀·마라톤클럽 등의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가원조경 환경계획연구소 주신하 소장은 “일산 호수공원은 평론가가 극찬하는 별 5개짜리 영화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별 3개반짜리 영화 같은 공원”이라고 재치 있게 평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넓이 104만146㎡, 1995. 길동자연생태공원 | 쉬는 공원? 배우는 공원! 생태공원이란 훼손된 고유의 생태계를 복원해 자연학습장으로 이용하는 곳으로, 길동자연생태공원은 초지·습지·저수지·산림지구 등 땅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생태계가 깃들 수 있도록 꾸며졌다. 다른 공원과 달리 정원제(1회 관찰인원 15명·1일 입장인원 200명 제한)·사전예약제 등을 마련해 사람의 손길을 덜 타도록 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제도를 도입해 교육적 기능도 중시했다. 다만, 시공 기간이 8개월밖에 안 돼 대상 지역의 생태계 구조를 정확하게 복원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남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 강동구 길동, 넓이 8만683㎡, 1998. 평화의공원 | 자연풍경의 세련된 평화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붙어 있는 평화의공원은 짜임과 풀어짐이 조화롭게 펼쳐진 공원이다. 줄지어 심겨진 느티나무가 주는 강한 질서와는 달리, 거울처럼 매끄러운 수면, 호수 건너 심겨진 양버들이나 목재 데크가 주는 친근감은 방문객의 발길뿐 아니라 마음의 행로도 편안하게 이끄는 힘이 있다. 평화의공원에 대해 디스퀘어 부소장 최영주씨는 “평화로운 풍경에 그치지 않고 난지라는 땅의 역사가 요구하는 평화에 대한 재해석이 있으면 한다”는 아쉬움을 피력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넓이 44만5550㎡, 2002. 여의도공원 | 정치에서 일상으로 종로나 광화문처럼,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했던 여의도광장이 사라진 뒤 여의도공원이 들어섰다. 예전처럼 강력한 정치적·상징적 의미는 없지만 풍부한 녹지, 잔디마당, 팔각정 같은 친숙한 모습으로 변한 여의도공원을 보통 사람들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여의도공원에 따르면 국내외 건축·조경계에서 상을 받은 선유도공원의 이용객보다 여의도공원의 이용객이 4배 가까이 많다고 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넓이 22만9539㎡, 1999. 파리공원 | “공원도 디자인하는 것” 목동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파리공원은 목동의 다른 공원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경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파리공원을 ‘인상적으로’ 여긴다. 배정한 교수(단국대 환경조경학과)는 “교목과 너른 잔디밭, 몇 가지 운동시설과 놀이시설을 적절히 뒤섞으면 공원이라고 생각해왔던 대중·전문가들에게 파리공원은 공원도 ‘디자인’해야 하는 것임을 일깨워줬다”고 평가한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00돌을 맞아 세워진 이 공원은 북쪽 끝은 주인이 되는 한국, 남쪽 끝은 손님이 되는 프랑스의 영역으로 삼아 한국의 마당, 프랑스의 광장 개념을 엮어 표현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넓이 2만9618㎡, 1986. 양재천 | 하천공원의 역사를 새로 쓰다 관악산·청계산에서 발원해 서울 강남을 흐르는 양재천은 본래는 사행천에 형성된 여울에 백로가 빈번히 날아들어 ‘학여울’이라 불리던 아름다운 하천이었지만, 1970년대 개포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구불구불했던 물길이 직선화되면서 제 모습을 잃어갔다. 강남 개발과 아파트 밀집 등으로 하수도에 불과했던 양재천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원으로 거듭난 것이 1995년. 이때부터 한국 하천관리의 역사가 새로 쓰여졌다. 서울 강남구 양재천 영동2교~학여울 탄천 합류부, 길이 3.5km 넓이 49만1022㎡, 1995. 희원 | 맛깔 나게 재현한 전통 정원 부잣집 호사가들이 제 집의 뒤뜰에 전통 정원을 호화롭게 꾸미는 일은 다반사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구경할 만한 전통 정원이 현대에 만들어지는 일은 드물다. 호암미술관 개관 15돌을 맞아 마련된 전통 정원 희원은 길·연못·정자·꽃담·문 등의 한국 전통 정원의 요소를 조화롭게 구성해 엮은 곳이다.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호암미술관 내, 넓이 2만100평, 1997. ⓒ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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