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도서

조경은 반드시 "착해야만" 하나요? 공원은 공공재이...

비공개l2014.06.12l3461

  공원을 통해 돈을 벌고 싶다. 최근 취업 전선에 들어온 이후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그러나 돈을 버는 공원은 어떤 모습일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조경학도로서 이런 고민을 해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 때를 떠올려보면 ‘예술, 즉 미학적인 측면에서 외부공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과학, 즉 그 외부공간을 만들기 위해 자연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기술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가치관, 즉 이러한 외부공간을 만드는 입장에서 우리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워왔다. 이러한 것들이 세분화 되어 각각의 과목에 담겨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경인으로서의 ‘가치관’이다. ‘예술’과 ‘과학’은 ‘가치관’을 실현시켜 줄 도구다.

그러나 이 가치관이 너무 착하다. 학교에서 선호하는 설계 개념들만 봐도 자연, 생태, 인간, 소통, 커뮤니티, 웰빙, 연결 등 극히 일반적으로 들었을 때 좋다고 인정되는 것들이다. 최근에야 안전이 새로운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것 역시 각종 재해에 따라 등장한 유행이자 착한 것들 중 하나다.

  반면 돈을 벌어들이는 공원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도 생각도 못한다. 입장료를 받는 놀이공원은 나쁜 공원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공원의 ‘공’이라는 글자가 공공에서 기인한 것처럼 공원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녹지로써 제공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원은 착해야만 한다. 공원은 돈이랑 관계없다. 나는 조경이 우리나라에서 천대받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최근에야 공원과 가까운 주거 환경이나 조경이 잘 된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뼛속 깊은 곳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자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임대받을 건물을 늘리고 싶어 하기에 조경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게 이익이다. 토지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조성된 공원 근처의 땅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높이 아파트를 올릴 수 있기에 브랜드 가치를 높일 만큼의 잘 된 조경을 제공하고 싶은 것이다. 한정된 자기 땅에 공원을 지으라 했을 때 선뜻 공원을 지을 토지 소유자는 아무도 없다.

  ‘개발의 반대는 녹지다.’ 이 생각을 가졌을 때 조경학과의 미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따라 굴러간다. 최소한의 법적기준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이 땅은 포화상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원으로 돈 벌 생각이 필요하다. 공원에 입장료를 받자는 게 아니다. 백화점에 문화센터가 백화점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기업의 공익활동을 통한 착한 이미지가 기업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작은 단서들로부터 공원의 착한 이미지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또는 공원 조성이나 관리, 경영적인 측면에서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공원을 기업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싶다. 조경학과가 전자, 기계, 화학공학과처럼 취업시장에서 인기 있을 날을 꿈꾼다.


참고URLl
키워드l조경, 수익, 공공재, 공원, 가치관, , 공짜
  •  조경은 반드시 "착해야만" 하나요? 공원은 공공재이...
    후라달봉구l2014.06.12

    물론 저도 조경은 공공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그 점에서 보람을 느끼는 바도 큽니다.

    하지만 현재 조경계의 모습을 보면 답답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감히 평가하자면 다들 현재 먹고살기 바쁘셔서, 또 현재 자기 학문영역을 지키고자..

    아무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보입니다.

    극단적으로 공원에서 임대료, 입장료를 받자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으로써의 조경과 일탈으로써의 관광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이 어려운 것도 압니다.


    환경, 여가로써의 기여 이외의 경제적인 면에서도 조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합니다.

    결국 조경 관리에 들어가는 돈도 공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환경, 여가로써의 기여를 위해서도 조금 달라질 수는 없을까요?


    현재 취업준비생들, 학생들 조경 붙잡고 있는 사람 거의 전무합니다.

    설계? 아무도 안가려고 합니다. 대기업 가서 건설 밑에만 있으려 합니다.

    공무원하면서 편하게 사려고 합니다. 복수전공, 전과 다 떠납니다.


    자기 영역 토목, 원예, 산림, 환경, 건축으로 부터 지키려고만 하지말고

    (그 것들은 지키지 않아도 우리 겁니다. 싸우기 전에 전문성을 갖추세요)


    심지어 같은 조경계내에서도 생태, 설계, 관광, 시공 자기 것만 내세우며 자존심 지키지 말고

    (그 것들은 적들이 아니라 손잡아야할 동료들입니다.)


    좀 다른 분야와 융합을 하든지 해서 (조경이 융합하기 가장 좋다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든지 해서


    새로운 가치 좀 창출합시다.

    자기 위치를 부정만 하지 말고 자기 위치를 뒤돌아 보며 나아갑시다.

  •  조경은 반드시 "착해야만" 하나요? 공원은 공공재이...
    김익환l2014.06.12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 과정을 진행 중인 김익환이라고 합니다. 

     

    라펜트의 페이스북 계정에 해당 질문 글이 링크로 떠서

    호기심을 느끼며 들어와 읽게 되었습니다.

     

    조경의 상업성, 경제성을 추구하자는 요지와는 좀 다를 수 있겠지만

    현재의 조경 시장과 학계에 있어 일종의 영역의 확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들 동감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위의 댓글에서는

    융합을 꾀해야 한다고도 주장을 해주셨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조경으로 학석사를 전공하였지만,

    박사과정으로는 (굉장히 생뚱맞을 수 있는) 과기원에 적을 두는 이유는

    향후 컴퓨터 구현 가상공간, VR에서의 공간 설계를

    우리 조경가가 해야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컴퓨터 구현 공간의 경우 얇은 CG로 그려진 그림으로써의 한계가 있었으며,

    그만큼 종사자가 그래픽 디자이너라던가 일러스트레이터 등과 같은 인원에 한하였지요.

     

    하지만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을 하고 있으며,

    구글 글라스나 오큘러스와 같은 AR 혹은 증강현실 기기가 계속하여 지속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이고, 그리고 그만큼 시장에서 기대하는 가상공간의 질은 나날히 높아질만큼

    기존의 2D 그림을 그리던 인력으로는 해당 수요의 수준을 맞추질 못할 것입니다.

     

    몰입공간, 증강현실, 가상공간... 정말이지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해당 기술을 활용하여 구성되는 공간은 누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해

    누구도 마땅한 관심을 주지 않고 있는 시점입니다.

     

    그런만큼 조경계에서 빠르게 그 영역을 확장하고 굳힐 수 있다면,

    이는 향후 실공간에서의 설계라는 한계를 벗어나 전혀 새로운 시장성을 창출하고

    학문적으로도 그 의의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본문의 요지와는 좀 어긋난 의견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꼭 한번쯤 언급을 드려보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경은 반드시 "착해야만" 하나요? 공원은 공공재이...
    후라달봉구l2014.06.12

    답답한 마음에 급작스럽게 써내려간 글인데

    이렇게 관심가져주시고 성의 있는 답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스로는 실천하지도 못하면서 조경학계 전체를 싸잡아 비난했던 점 죄송합니다.

    (조경계 어렵나요?만 묻고 도망치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고민하고 있던 것들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것 같아 기쁘네요.


    역시 주변을 벗어나 크게 보니 이렇게 훌륭하신 선배님들도 계시는 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가상현실에서의 공간 설계는

    장면만 그릴 줄 아는 인원들보다 공간을 고민해 온 인원들에게 적합하리라 생각합니다.

    (게임회사에서 게임 속 조경 설계를 위해 조경전공을 모집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선배님의 가치관 지지하며, 진행중이신 연구 응원하겠습니다.


    끝으로 가상현실과 공간 설계에 관하여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가상현실, 정말 말 그대로 인위적으로 만드는 만큼

    그 공간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며

    실제 공간하고 반드시 같아야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범위가 짐작되지가 않습니다. (시각에만 의존하는지,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지, 정말 상상인지)

    또한 현재 관심가지는 사람이 없다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정말 먼 미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미래에는 가상현실과 조경전공이 연결되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조경계에 계신 모두가 잘됬으면 좋겠습니다.


  •  조경은 반드시 "착해야만" 하나요? 공원은 공공재이...
    김익환l2014.06.12

    음..

    가상공간이라는 단어가 우선 옳은 단어가 아닙니다. 가상이라 함은, 말그대로 실존하지 않는 공간을 뜻하는 것에 반하여, 저희가 지금 언급하고 있는 컴퓨터로 구현된 공간의 경우-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을 뿐이지만 환경과 사용자 간의 상호교환성, interactivity, 을 전제로 두고 있는만큼 실존하는 공간이지요. 마치 희망이나 사랑과 같은 단어와 같이 접근해야할 것입니다. 굳이 정정을 한다면 VR 공간이라고 합니다. Virtual Reality라는 뜻이지요. 전자적으로 구현된 공간입니다.

     

    VR이라 함은 완전히 3차원 그래픽으로 표현된,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메타포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을 말하며, 그 연장선상에서는 AR이 있습니다. 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이라는 테제인데요. 지금 곧 공개가 될 구글글라스가 좋은 예시입니다. 현실 공간 위로 특정 정보나 이미지를 겹쳐서 응용하는 것입니다. 또 몰입공간-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는 VR을 물리적으로 구현, 재생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서 특정 공간, 작은 방과 같은 곳의 모든 면에 해당 interactive 이미지를 투사, 혹은 재생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문자 그대로 해당 공간 안에 푹 담궈버리는 기술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기술들은 향후 정말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이 있으며, 그 잠재력은 지금도 서서히 모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학문적인 발전 영역을 살펴보자면, (VR에 한정시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VR 상에서의 공간미학부터가 새로이 정의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실공간에서는 황금비, 혹은 금강비와 같은 절대적인 비율이 있지만, VR은 결국 디스플레이가 되는 투사체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왜곡이 진행되기 때문에 해당 비율로 하여금 오차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를 자동적으로 filter 해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적 비율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해당 비율은 인간이 뇌에 전극을 꽂아 이미지를 직접 전송하기 전까지는 유효하겠지요. 단순히 비율뿐만이 아닌, 색감, 공간인지학, 경관학 등등 모든 분야에 있어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그림을 그리듯이 만들어지는 VR 경관이지만 곧 이들에 대한 구현도와 기대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와 같은 사항들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필히 생기리라 생각됩니다.

     

    업계쪽으로도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장 저 같은 경우에는 게임회사에서 해당 게임의 배경과 공간 설계에 대한 자문을 해드리고 있는데요. 지금 기존의 VR을 다루는 업체들, 게임회사들은 그래픽 구현기술은 한없이 높아진 반면에 이를 공간적으로, 구조적으로 활용할 능력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상의 도시가 만들어진다면 길과 광장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수종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계절감은 어떻게 제공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무합니다. 모든 신매체가 사회에 소개되면, 가장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형태로 적응을 꾀합니다. 비디오의 경우 포르노 테잎이, 인터넷은 야동이 그러하였지요. 그렇듯 지금은 엄밀히 말해서 VR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상업적 이윤을 취하는 영역이 게임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러한 말초적인 쾌락적 용도에서 벗어나 조만간 건설적이고 실용적인 용도를 찾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실험적인 시도가 갤러리나 미술관, 박물관 등지에서 있었고요. 아마 앞으로 더더욱 많은 곳에서 VR 공간의 공간설계적 접근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군사적인 용도가 될 수도 있으며, 실험을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요. 어쩌면 페이스북이나 인터넷의 구조자체가 공간적으로 구현될 수도 있습니다.(지금도 물론 그런 형식이기는 하지만 보다 가시적으로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러한 이야기가 다 먼나라 꿈동산 이야기가 아니냐- 언제 그런 미래가 오나요, 라는 우려를 하실 수 있는데... 제가 여기에서 공부를 하며 느끼는 것은, 과학은 절대 저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속도는 2배 이상으로 가속을 하고 있으며, 지금 제가 말씀드린 이러한 사항들은 짧으면 3년, 길어봤자 5년안에 모두 대두될 문제입니다. (심지어 이미 대두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맥락에서 어쩌면 조경가들이 그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지금이 적기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때가 되어서 영역을 넓히고자 한다면 많은 분야들, 건축이라던가 도시설계와 같은, 이 서로 덤벼들겠지요. 아직 그 필요성이 절절하지 않은 지금, 어쩌면 약간의 과감함을 필요로 할지 모르겠으나, 지금이야 말로 그런 투자를 하기 좋은 시기 아닐까요. :)

     

    감사합니다.

     

    제 연락처는 iikimss3@gmail.com 이고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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