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고양국제꽃박람회] 정원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이야기

‘세계 작가 정원 토크쇼’ 개최 – 3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4-05-09


뮴 제공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작가 황지해

시공


가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순과 균형이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다리가 긴 숲의 나무가 하늘 끝까지 드높은 창공을 향해 저 멀리- 나만의 새로운 언어가 살아 숨 쉬는 자유로운 곳으로 데려다 줄 것만 같다. 여전히 모호하고 불안한 나의 긴장된 삶 속에 키 작은 바람꽃이 어둠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네요.


바람부는 방향을 사랑하는 바람꽃을 싶었다. 이번 작업은 많은 생각과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덩그러니 앉거나 누워서 쉴 수 있는 쉼이 필요한 모두의 벤치이다. 숲이 제공한 하늘호수와 바람, 햇살, 그늘 쉼을 통해 본연의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 숲 안에 작지만 분명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독이는 시간. 내가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 알아차리는 공간이길 바란다.



황지해 작가


2024 고양국제꽃박람회에 첼시의 여왕 황지해 작가의 정원이 조성됐다. 지난 27일 정원에서는 ‘세계 작가 정원 토크쇼’가 열렸다. 이 정원은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인간은 숲을 통해 값없이 받은 사항이 많다. 주변의 산이 나를 길러냈고, 보이지 않는 존재의 특별한 사랑으로 인해 지금까지 스스로를 지켜왔다. 황지해 작가는 “처음 대상지를 만났을 때 이미 메타세쿼이아 숲 자체가 이미 정원이었기에 이곳에서 플랜팅 스킬을 보여준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었다. 천 년의 수령을 가진 메타세쿼이아는 편백나무보다도 많은 피톤치드를 방출해낸다. 그저 정원에 앉아 그저 숨 쉬길 바랐다”고 말했다.


약 60m의 의자는 약 2062㎏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탄소 큐브이다. 황 작가가 탄소 큐브를 만든 이유는 작업하는 과정이 다음 세대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대단한 미학, 예술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루에 1㎏ 정도의 탄소를 배출하는데, 목재 의자는 한 사람이 6~7년 정도 호흡하는 양을 저장하고 있다.


의자에는 3회 정도의 옻칠이 되어있는데, 옻에는 항균, 방충, 오염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으며, 막힌 어혈을 풀어준다고 한다. 의자에 앉으면 눈앞에 호수가 보이고, 고개를 들면 메타세쿼이아가 스카이라인으로 만든 호수가 보인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앉기도, 눕기도 하면서 대단한 철학 이야기 대신 그저 편안하게 이완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황 작가는 “나무가 자랄 때 탄소를 흡수하고, 그 나무가 목재로서 정원의 시설물로 순환되는 것은 지구가 숨 쉬는 것에 있어 가장 편안한 방법 중 하나이고, 우리가 해야 할 실천 중 하나이다”라고 전했다.


 


의자 밑에는 바람꽃이 식재돼 있다. 바람꽃을 호습성 식물이고, 반음지식물이다. 따사로운 햇살도 별로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자기 본연의 자태를 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는 황 작가는 단일 수종으로 바람꽃을 많이 식재했다.


또한 바람꽃은 우리나라 자생종이다. 인류가 있기 전부터 있었던 식물들이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준비해왔었기에 식물은 우리 미래의 가치이자 자산이기에 정원의 주인공이 됐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원 디자이너는 하늘에 나는 새였고, 바람이었고, 태양이었다.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경관은 모두 이들이 만들어낸 정원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정원의 드로잉은 ‘바람’이 한다. 호수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바람꽃의 수분을 돕고, 개체수가 증가해가는 과정 자체가 드로잉이 될 것이다”


내년이 되면 주변에 하얗게 꽃이 피고, 또 소멸되는 자연스러운 바람꽃의 느낌을 감상할 수 있다.


“하늘의 색, 땅의 색을 섞으면 녹색이 나온다. 하늘과 땅이 섞이면 녹색인 것이 이미 준비되어있던 것이다. 식물의 생태는 어쩌면 인간 본연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는 것 같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계속 던진다. 자아실현과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를 마주할 때, 식물은 우리에게 친절한 언어로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해 줄 수 있다”


황 작가는 힘들고 고독했던 시절, 문득 식재한 목련 나무에 직박구리가 날아와 앉은 표정을 보고, ‘자연이 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을 가장 정의로운 일이라 생각했던 것을 어느새 망각했구나’를 깨닫고 치유와 위로를 받았던 경험을 공유하며, Q Lazzarus의 ‘Goodbye Horses’라는 노래의 가사를 낭독했다.


황 작가는 “억압된 환경 속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 앞에는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가 있다. 그것은 교만일수도, 자존감의 결핍일 수도, 가족의 문제일 수도 있다. 스스로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새로운 언어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정원은 자기 자신과의 대면의 시간이다. 자연을 통해 더 나은 자아를 발견하고, 절대 고독 속에서 스스로가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 다시금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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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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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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