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보행환경개선위해 두발로만 걷겠다”

[대학조경학과 연구실 탐방⑨] 진주산업대 강호철 교수
라펜트l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0-12-02

1975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조경기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국내 2호 조경기사 2급) 바로 한국종합조경공사에 특채로 입사했다. 이후 진주농전, 동국대, 한양대, 성균관대를 거쳐 조경기술사 자격을 취득했고 이를 계기로 강호철 교수는 모교인 진주산업대학교로 부임했다.

그런 그의 별명이 하나 있다. 바로수집광이다. 수집에 대한 테마도 다양하다. 수석, 분재, 사진(경관), 우표, 그림, 목공예, 찻사발까지. 그의 연구실에 가면 가득 진열되어있는 목공예품들이 그의 취향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그에게 없는 것이 3가지가 있다. 없어서 없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지 않아서 없는 것이 맞는 말이겠다. 바로 자동차, 휴대폰, 넥타이이다. 

특히 왜 운전을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학생들과의 약속임과 동시에 평생 실행해 온 도시의 보행환경개선을 통한 보행권 회복운동이 구두선이 되지 않도록 지키는 혼자만의 시위지요.” 라고 답하는 강호철 교수. 이번 대학연구실 탐방에서는 열정 가득한 강호철 교수의 조경에 대한 시선을 들여다보고 왔다.

 

진주산업대의 강호철 교수


우리나라 조경기사 2(산업기사의 최초 명칭) 2호 강호철 교수.
왼쪽은 한국종합조경공사 재직 당시 사원증이다

 

최근 근황 및 활동 분야

진주산업대학교는 2011년부터 경남과학기술대학(경남과기대)으로 바뀌면서 산업대학교에서 일반대학교로 전환된다. 현재까지는 산업대학교 체제이나 각 교수별로 대학원생을 위한 별도의 연구실이 마련된 상황이 아니다 보니 논문보다는 인재육성 등의 교육과 사회봉사영역에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특히나 조경은 순수학문이라기 보다는 사회와 같이 공조해야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자체 행정실무가의 교육이나 자문,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참여도 중요하다. 시간도 많이 할애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부담감이 크지만 조경분야의 영역을 지키고 넓히는데 많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외면할 수만은 없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로 들어선 오늘, 조경의 사회적 요구도는 점차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조경분야 사업을 이끌지 않는다면 조경을 알리고, 분야의 업역을 넓히는데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연구 성과도 중요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일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조경분야에 뛰어들면서부터 공부했던 「조경학(윤국병 외)


 
쥐라기시대에서부터 번성한 올레미아 소나무(Wollemia nobilis, 일명 공룡소나무). 이 나무는 한 때 멸종된 것으로 확인되었다가 1994년 호주에서 자생지가 발견되었다. 이 나무는 지난 2007년 강호철 교수가 송제이선 씨로 부터 기증받은 대한민국 1호 올레미아 소나무(우)이다.


 

학과 건물 옥상에 있는 조경식물생산 실험실. 지난 조경관련 3개학회 공동학술대회 행사 전날 진주산업대를 방문한 조세환 교수(한양대)에게 소개를 하고 있다

 

전공분야인 조경식물 그리고 용치산방

조경식물분야는 내 전공이자 담당 교과목이기도 하다. 특히 진주는 조경수 재배, 생산, 유통의 메카이기 때문에 학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실감한다. 졸업생은 물론 재학생 중에도 조경수 농장 종사자가 상당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논문보다는 좀 더 보편적일 수 있는 조경수목 관련 단행본을 펴내고 싶다. 오래전 환경과 조경에 연재되었던 김영두 선생님(작고, 진주산업대학교)조경용 수목원고도 다시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나를 포함한 김영두 선생님의 제자들이 조경수목에 대한 책을 집대성 해보자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수도권에서 활용가능한 상록활엽수의 개발, 지리산 일원에서 자생하는 새로운 조경수 개발, 외국조경수의 도입 검증, 배식사례 및 식재공법에 관한 내용 등을 챙겨나가고 싶다.

 

그 실천의 장으로 마련한 공간이 바로 용치산방이다. 조경수목을 전공했고 또 가르치는 입장에서 직접 길러보며 수목에 대한 이론들을 검정해 보고 싶은 욕심에 서울에서 분양받아 놓은 24평 아파트를 팔아 그 일부자금으로  용치산방 부지를 이틀 만에 계약을 했다. 평소 너무도 갈망했던 공간인 지라 가족과의 상의도 미룬 채 저지른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방도시에서 누리기 힘든 문화적 혜택에 대한 보상 심리라 할까? 그래서 전공수업이나 체험도 하고 전원생활도 누리는 터전으로 용치산방에 정을 쏟고 있다. 일요일은 주로 이곳에서 일주일 분량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자연 속에서 나무도 돌보고, 땀도 흘리고, 음악도 즐기고, 차도 마시며, 손님도 맞는다. 웬만한 찻집보다 더 많은 차를 우려낸다.

 

 
좌측부터 정재훈 전 문화재관리국장이 용치산방에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2007. 4. 10), 대학원생 강동용 씨가 용치산방에지킴이 용()”을 선물하고 있다(2007. 6. 9)



 

강호철 교수의 대표 서적으로는 2006년 출간한세계의 도시환경과 문화&조경이 있다. 책의 주요 내용이 국토연구원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있을 정도인데 현재까지 5천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당초 공무원들에게 조경을 알리는 용도로 출판되었지만, 건축이나 도시, 토목분야에서 선호하고 있다. 조경을 알리는데 일조한 셈이다. 향후 2~3년 내에도시의 강과 문화&워터프론트도시의 보행환경과 녹색교통등을 발간하겠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몇 년 전부터 진주시는 도시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가로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시민들의 항의도 물밀 듯이 밀려왔다. 당시 강호철 교수는 한 일간지에 가로정비 및 도시녹지 확충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시민들에게 도시녹화사업의 중요성을 주지한 바 있다. 단순히 지역발전에 그치는 것이 아닌, 조경분야의 인식 제고로 까지 이어진 그의 조경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런 강 교수에게 얼마전 개최한 3개 학회 통합총회 및 학술대회는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진주산업대학교 100주년의 해 그리고 조경분야 3개 학회 통합총회 및 학술대회의 의미

그간 조경분야는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초단기 압축성장과 비슷한 양상이다. 그러다 보니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질주해 고속성장하고 분화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점차 분야 내 소통의 움직임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미래시장 개척을 위해 세분화와 전문화가 절실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래를 지향하는 단합된 목소리가 절실한 시기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상호 담을 높이 쌓는 듯 한 느낌도 든다. 그런 부분이 완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통합총회 및 학술대회가 유치되었다. 나름 의미가 크다고 생각되며 긍정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기억에 남는 제자

야간 학부가 있으니까 특별한 경우가 많다. 형제, 자매, 부부, 부자가 함께 다닌 경우도 많고, 회갑을 지낸 제자도 열 명이 넘는다. 그 중에서 부모와 자녀가 조경학과 제자인 경우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명의 김광호 동문이 기억에 남는다.

태영조경(진주시)의 김광호 대표는 부부와 아들 내외 그리고 동생이 진주산업대 조경학과 동문이다. 그 중에서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며느리는 대학원까지 내가 직접 지도하였다.

그린조경(통영시)의 김광호 대표는 본인과 아들 내외가 진주산업대 조경학과에서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도 졸업했다. 특별한 인연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인물

조경은 분야의 속성상 이론과 실무의 조화가 필수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두 영역의 어른들을 만나는 남다른 행운을 얻게 되었다. 한 분은 첫 직장인 한국종합조경공사에서 만난 허형식 선배이다. 1976년 입사 당시 막강한 영향력의 공무 부장이었으며, 이후 전무이사로도 승진한 실력파였다. 당시 전문학교를 갓 졸업한 햇병아리 후배를 위한 선배의 배려로 어려운 고비를 잘 견딜 수 있었고, 조경분야에 평생을 몸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는 진주농림고등전문학교(5년제)를 포함하여, 4개 대학을 졸업(진주농전-동국대(학사)-한양대(석사)-성균관대(박사))했다. 이 과정을 통해 많은 깨우침을 얻었고 영향도 받았다. 특히 인맥과 정보 교류에 있어서 긍정적인 면이 컸다. 그 중 내 인생에 있어조경이란 전문성은 물론, 절대적 좌표를 정해주신 분은 오휘영 교수님이다. 진정으로 모든 면을 따르고 싶은 분이며, 나에겐 한결 같이 기대고 싶은 든든한 언덕이자 존경의 대상이다.

 

노무현 前대통령 내외와 함께 기념식수(진주근교 대흥농장, 2008. 3. 18)


1992년 경주 IFLA 행사 당시 허형식 선배(좌측 2번째), 오휘영 교수(가장 우측)와 함께



푸른경남가꾸기사업 도입 등 경상남도의 녹화사업에 앞장섰던 김혁규 경남도지사()와 강병국 본부장(, 2002. 4)과 함께 식목일 식수현장에서 찍은 사진. 이 외에도 강호철 교수는 현재 남강에서 식목일 식수 행사를 9년째 해오고 있다.



한국종합조경 재직 당시 안동댐 조경공사현장. 당시 발주금액은 161,000,000(1 6천만원)원으로 단일공사로는 최대공사였다(1976. 10)



1992
7 IFLA 총회 성명차 중국 방문 당시. 중국 연길시의 조경관계자들과 함께(왼쪽에서 4번째 김기성 대표(토문), 5번째 장태현 명예교수(청주대))

 

앞으로의 계획

진주산업대학교는 나의 모교이자 직장이다. 그래서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열정을 쏟고 싶다. 조경분야도 경제발전 못지않게 단기간에 너무 급성장했다. 그래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이때 건강관리를 잘해야 만이 조경분야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탁월한 연구를 통해 분야 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실적을 채우기 위한 논문이 아니라 분야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싶다. 그 중 하나가 꾸준한 해외 답사이다. 이미 조경식물과 세계도시의 물리적 환경을 기록한 자료가 슬라이드필름 5만매, 디지털기록이 20만매가 넘는다. 이런 자료들이 숙성과정을 거치고 분류되어 새로운 테마를 부여한다면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쉼 없이 발로 뛰며 자료를 모으고 있다.

 

언젠가 한국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한 한 원로가 표현하길 진주산업대 출신 조경인들의 모임인 칠암조경회를 칠암마피아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그 원로의 말에 의하면칠암조경회가 조경전역에 퍼져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적극성과 조직력이 마피아 수준이 아닌가라고 했다고 한다. 진주산업대가 조경인 출신이 가장 많은 대학 중 하나라고 하니 일리가 있다.

강호철 교수, 그도 칠암마피아(칠암조경회)의 본거지에서 현재 경남지역 조경산업 활성화를 위해 쉴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그에게 경남의 조경 분야 부흥을 기대해 본다.

 

활동사항

경상남도 도시계획위원 / 경상남도 건축심의위원 / 경상남도 문화재위원

경상남도 설계심의위원 / 경상남도 지방산업단지 심의위원

경상남도 건설기술심의위원 / 경상남도 산지관리위원

경상남도 내 18개 자치단체 건설 및 조경관련 자문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지리산국립공원위원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푸른우포사람들 이사 등

 

강호철 교수의 세계여행 사진

유럽인들이 즐겨찾는 발리의 고급리조트(마야우붓, 2009. 7)

  

 


 

 

 

 

선진도시의 보행환경(호주 시드니, 2008. 12)

 

 

호주 시드니 달링하버(2008. 12)


 

도시공원과 매력적인 공원산책로(호주 브리지번, 2008. 12)

  

 

도심의 문화공간(호주 브리지번, 2008. 12)





 

전원풍으로 조성된 고급리조트(발리 포시즌 사얀, 2009. 7)

 

 

 

 

발리의 리조트(코마네카, 2009. 7)

 

열대우림에 위치한 특급리조트(발리우붓 행임가든, 2009. 7)

 

 

세계적인 산악인 강덕문과 동행한 히말라야 트레킹(에베레스트 뷰 포인트, 2010. 1)



<강호철 교수 통합학술대회서 사진전 개최> 기사보기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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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gj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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