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베르사유 궁전 별궁 속의 별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농가마을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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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궁전 별궁 속의 별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농가마을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베르사유 궁전은 올 때마다 주어진 시간 부족으로 항상 아쉬움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루 종일 이곳에서 답사하기로 작정을 하였지요.
베르사유 궁전의 실내 미술품과 옥외 정원을 하루에 둘러본다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이 궁전은 유럽 으뜸의 규모와 내용을 자랑하지요.
한편, 프랑스 정원의 최고 걸작품으로 평가됩니다.
궁전의 전체 면적이 815ha(약 245만 평) 규모라지요.
필자가 다녀온 세계의 여러 명소 중에서 하루 종일 답사한 곳은 많지 않습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비롯하여 런던의 ‘Kew Garden’, 태국 파타야의 ‘농눅빌리지’, 도쿄 근교에 위치한 ‘소화기념공원’과 오늘 소개하는 베르사유 궁원이 해당되지요.
이번에는 궁전의 실내미술관은 포기하고 정원에서만 답사하기로 작정하였지만, 워낙 옥외 공간이 방대하여 몇몇 곳을 목표로 삼았답니다.
베르사유궁의 별궁인 프티 트리아농(Petit Trianon)과 별궁의 별서에 해당되는 ‘왕비의 시골 마을(Hameau de la Reine)’이 오늘 살펴볼 곳이지요.
별궁인 프티 트리아농은 방대한 뜰의 서북쪽에 위치합니다.
정원을 입장한 지 벌써 4시간이 지났네요.
초조한 마음에 별궁으로 왔습니다.
별궁의 궁전 내부에는 규모가 작지만, 화려한 가구와 장식품이 전시되어 있지요.
이곳에서는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d'Autriche, 1755-1793)의 초상화도 볼 수 있습니다.
궁전 주변은 자연스러운 영국 풍경식 정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분위기이지요.
이곳 ‘쁘띠 트리아농’은 별도의 입당료를 지불하고 궁전 내부 전시장을 거쳐 정원 산책로로 연결됩니다.
2층 구조의 별궁 실내에서는 동선을 따라 속보로 이동하였네요.
이곳의 오솔길은 넓고 화려하거나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라 마음이 편안합니다.
예전에는 시골같은 오솔길 옆 개울에 오리와 백조도 한가로이 놀고 있었지요.
유럽의 평화롭고 한적한 농촌 분위기를 닮았습니다.
산책로는 일부 변화되고 정비가 되었네요.
이곳에 독립수로 자라는 양버즘나무는 제가 목격한 가장 큰 나무로 생각됩니다.
거목의 스케일감이 없어 예전과 같이 모자와 배낭을 놓고 기록하지요.
답압에 의한 근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산책로를 옮겼나 봅니다.
전체적 분위기는 큰 변화가 없네요.
드디어 숲속 깊숙히 숨어있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모습의 ‘마리 앙투아네트’의 농가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촌락은 아담한 호수를 중심으로 10여 채의 농가로 이루어졌지요.
호숫가를 따라 소박하지만 매력적인 왕비의 집을 비롯하여 물레방아집과 아담한 텃밭이 딸린 농가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시골마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왕비는 숲속의 전원마을에서 짬짬이 낚시도 경험하고 염소나 양에게 먹이를 주거나 젖도 짜며 농경생활을 즐겼다지요.
화려하지만 엄격하고 긴장된 왕실에서의 반복된 스트레스와 고단함을 이곳에서 해소하였다고 생각해봅니다.
자연과 함께하며 긴장을 풀고 소박한 삶을 추구한 지혜로움이 묻어납니다.
역사적으로 조명된 그의 인물상과는 온도차가 있어 보이네요.
18C 당시, 프랑스 왕족과 귀족 사회에서는 취미로 농경 생활을 즐기는 풍조가 유행하였다고 합니다.
왕비 앙투아네트도 그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1783-85년 사이에 12채의 농사주택 마을을 조성하였다지요.
현대의 도시인들이 추구하는 주말농장이나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취향과 비슷한 풍조로 생각됩니다.
지금은 유적 보호를 위해 개방하지 않네요.
작은 호수와 어우러진 말 보르 탑과 왕비의 집은 물론, 소박하고 여유로운 서정적인 분위기의 농가주택이 이색적이고 낭만적입니다.
이런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며칠 머물러 봤으면 어떨지요.
자연소재의 막대기 울타리와 정돈된 텃밭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필자의 주말 쉼터인 ‘용치산방’에도 이러한 분위기를 흉내라도 내고 싶네요.
아담한 연못을 정원으로 삼고 위치한 ‘왕비의 집’과 ‘말 보르 탑의 집’입니다.
이곳은 사방이 숲으로 이루어져 너무 조용하고 전원적 분위기랍니다.
10여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당시의 기억이 지금까지 생생합니다.
시골스럽지만 품격있는 이곳의 분위기가 너무 인상적이었지요.
언젠가는 이곳에서 여유롭게 머물다 가게 되길 다짐도 하였답니다.
텃밭과 뜰, 농가주택과 주변 환경의 조화가 너무도 푸근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네요.
어떤 그림이나 예술 장식품보다 필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답니다.
이 분위기를 오래도록 기억하며 간직하고 싶은 심정 간절하네요.
답사 중에 앉거나 쉬는 경우는 거의 없는 필자이지만, 이곳에서는 2시간 정도나 머물렀습니다.
모처럼 파격적인 시간을 할애하며 많은 기록을 남기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곳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분위기에 동화되었답니다.
여가 행태는 물론, 정원문화와 자연환경은 다르지만 이곳과 닮은 시설과 공간을 추구하고 싶은 충동을 갖게 되네요.
포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흙길과 막대 울타리, 정성스럽게 가꾸어진 텃밭과 화단, 닭과 염소들의 울음소리, 숙성된 퇴비 냄새, 숲속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모두가 하나같이 정겹고 만족스럽답니다.
오늘 답사 최고의 보람이자 수확이라 생각되네요.
하루 종일 궁내 정원만을 헤집고 답사하였다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극히 일부 공간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정원이 방대한 규모이지요.
우리의 별서와 같은 농가마을은 1783년에 건설되었습니다.
이미 240년이 되었네요.
건축물의 디자인과 공간배치가 지금 시각으로 봐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가로수가 울창한 숲길을 걸으면서도 농가마을에 젖어 있답니다.
곳곳이 울창한 숲이고, 크고 작은 광활한 초원지대가 나타납니다.
정원 입장객의 80-90%는 대운하 주변에서 머물다 떠나지요.
그래서 정원 깊숙이 들어오면 한적한 자연공원에 들어온 느낌이랍니다.
전체적 땅가름이 기하학적이라 직선으로 멀리 뻗은 길이 지루하고 부담스럽네요.
방대한 숲속의 뜰을 저와 같이 도보에 의존하는 사람은 1%도 되지 않은듯합니다.
시간이 여유롭지 못하다면 미니 트레인이나 자전거, 마차를 이용하여도 좋겠네요.
숲속 곳곳에 숨어있는 매력적인 주제공간들을 갈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곤 합니다.
오늘은 2023년 6월 28일.
유럽 여름의 하루 해는 꽤 길지요.
하지만, 베르사유 궁전 답사의 하루 시간은 짧기만 합니다.
오늘은 무려 4만 보에 육박하네요.
종일 평지에서 걸었기에 힘든 것은 없답니다.
직선 길이라 다소 지루함은 있었지요.
언제 다시 파리를 찾게 될지?
자꾸 뒤돌아 보게 됩니다.
이런 것이 일종의 나이 탓이라 생각되네요.
오늘은 날씨도 좋았고 초가을처럼 시원하여 걷기에도 너무 좋았습니다.
목가적 분위기의 ‘마리 앙투아네트의 시골마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습니다.
해외 답사길에 오르면 일주일에 3-4회는 오늘같이 걸어야 몸이 가볍고 컨디션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요.
-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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