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뤽상부르 궁전과 정원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4-02-16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67 



모로코와 파리편 - 24

뤽상부르 궁전과 정원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지난 호에 이어 뤽상부르 궁원을 소개합니다. 편의상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영국 풍경식 스타일의 지역을 공원으로 표현했다면, 이번 호에서는 궁전 건물 주변의 연못과 광장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식 정원을 소개하게 됩니다.

지난주와 같은 구역으로 사실상 경계가 없지만, 편의상 공원과 정원으로 표현하였답니다.

















뤽상부르 궁전(Palais du Luxembourg)은 넓은 부지의 북쪽 구석에 위치합니다.

궁전은 1615년 앙리 4세(1553-1610)의 왕비 Marie de Medici(1575-1642)를 위하여 축조되었다지요.

궁전은 프랑스 대혁명 당시 교도소로 바뀌었고, 정원과 공원은 방치된 채 재소자를 면회 온 가족들의 쉼터로 활용되었답니다.

궁전의 앞은 탁 트인 넓고 평탄한 연못과 광장, 프랑스식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못은 어린이들의 모형 돛단배 띄우기로 인기랍니다.

배는 현장에서 유료로 대여하네요.





















잔디광장과 화단 그리고 연못은 숲이 있는 주변지역 보다 낮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숲이 있는 공원과 궁전에서는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잔디광장 등 뜰은 위요되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즉 Sunken Garden(침상원)처럼 처리되었네요.

이곳은 그늘이 전혀 없어 일광욕을 즐기며 멍 때리기 하는 파리지앵들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뇌의 휴식을 위하여 아무 생각 없이 공공장소에서 쉬고 있는 파리지앵들의 여가 행태가 특이하네요.

정원은 의외로 조용합니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전혀 없음도 특이하고 부럽습니다.

파리는 아주 자유분방한 모습(공공장소에서의 노골적 애정행각 등)같지만, 한편으로는 철저하게 남을 배려하고 공중도덕을 지킨답니다. 

우리의 휴대폰 문화는 정말 문제가 많고 심각한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남녀노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휴대폰 공해에 노출되고 있지요.

이곳 정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에티켓이 놀랍습니다.















필자가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가 풍성한 자연과 더불어 도서관처럼 조용한 분위기 때문이랍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지만, 울창한 숲과 잔디광장이 자연스럽게 수용하여 주지요.

선진도시의 공원문화가 돋보이고 부러울 따름입니다. 

오랜 세월과 정성으로 가꾸어지고 숙성된 물리적 환경은 물론, 다양한 문화와 예술의 절묘한 조화도 횐상적이지요.























도심에 이렇게 여유롭고 아늑한 시만을 위한 열린 장소가 있음은 축복입니다.

도시 오픈 스페이스로서 최적의 환경으로 평가하고 싶네요.

숲속의 산책로와 운동 시설을 비롯하여 예술품을 조용히 관람할 수 있는 쉼터, 울창한 숲과 분수를 바라보며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정원이 함께 어우러져 있지요.

이곳이야말로 도시공원의 모델이요, 도시숲의 교과서로 삼아도 손색이 없다고 여겨집니다.

접근성과 규모, 공간의 기능과 역사성, 예술적 분위기 등을 두루 갖추었기에 파리지앵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나 봅니다. 

지금은 상원 의사당으로 쓰이는 왕실 건축물과 확 트인 넓은 정원, 그 주변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숲이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지요.

계절마다 변화하는 분위기를 상상해봅니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오직 여름에만 왔었네요.

화사한 꽃과 연둣빛 신록의 봄, 노란 단풍으로 짙게 물든 마로니에의 가을이 그립습니다.



















다시 숲으로 가득한 영국풍의 산책로를 걷습니다.

숲속의 산책로에서 독서와 멍때리기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과 조각상들을 살펴봅니다.

울창한 숲이라지만 곳곳에 여유로운 잔디광장과 화단이 있지요.

곡선의 산책로와 조각품, 공간의 변화와 밀도의 강약이 아주 자연스럽고 조화롭습니다.

공원의 숲속에서 꼬마 ‘자유의 여신상’을 만났습니다.

뉴욕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독립을 축하하는 뜻으로 프랑스에서 선물했다지요.

프랑스 작가 Bartholdi가 구상하고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브 에펠이 1881년 청동으로 시제품을 제작하여 이 공원에 기증하였답니다.

그러나 2012년 원작은 보존상의 이유로 오르세 미술관으로 옮겨졌고 지금은 모조품이라네요.

희망의 상징인 크고 작은 여신상은 파리에 6점이 있답니다.

일본 동경의 오다이바에서도 본 기억이 납니다.








도심 공원에서 만난 이색적인 광경입니다.

당나귀인지? 순박하게 생긴 왜소한 체구의 조랑말 퍼레이드가 진행됩니다.

어린 아기를 태운 보호자가 조심스럽게 동행하는 모습이 진지하네요.

안전요원들의 통제에 따라 온가족이 공원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옵니다.

공원 선진국다운 모습이지요.

어린 시절부터 자연이나 동물 친화적 체험을 하게 되면 성장하여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더욱 친숙하게 된답니다.

필자는 수 년 전 중국의 차마고도를 트레킹하며 승마로 이동하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말타기를 처음 경험하였는데, 얼마나 불안하고 고생하였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 이러한 경험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네요.
















선진도시의 공원에서는 문화적 요소가 매우 중요하지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가까이 위치하거나 소규모 상설 또는 기획전시 공간을 갖춘 경우도 허다합니다.

마침 기획전시가 있어 덤으로 살펴보았지요.
















숲속의 공원 영역과 분수와 잔디광장으로 구성된 정원을 오가며 분주하게 기록합니다. 

100여 점이 넘는 조각품들도 빠짐없이 살펴보았지요.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행태도 여유롭고 다양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용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몸에 베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선진 공원문화를 일부분이나마 느끼게 되었네요.

이곳은 각박하고 복잡한 도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충전시켜주는 오아시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곳은 어느 한 곳 허트러짐 없는 완벽한 공원이자 정원입니다. 

오늘 만난 100여 점의 다양한 조각품은 보배들이지요.

로뎅의 제자 Bourdelle(1861-1929)의 ‘베토벤의 휴상’과 로뎅의 스승 Jules Dalou(1838-1902)의 ‘들라크루아 흉상’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처음 입장했던 정문 쪽으로 나옵니다.

플라타너스의 거목 아래에 자리한 메디시스 분수를 마지막으로 매력적인 이곳 답사를 마치게 됩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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