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큐슈의 원생림 - 3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27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7-06-07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 일본편,
천년된 노거수로 가득한 ‘야쿠스기랜드’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새벽 6시 반에 숙소를 출발하여 지금까지 2시간 반을 택시로 이동하며 고요한 아침을 즐겼습니다. 드디어 오늘의 핵심 답사 목표라 할 수 있는 야쿠스기랜드 입구에 도착. 날씨는 흐리고 야간의 비가 내리네요.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우리는 아침식사를 겸하여 잠시 입구 맞은편의 목조건물로 들어갔습니다. 1층은 화장실과 기념품점이고, 2층은 홍보 전시실 겸 휴게소입니다. 숙소에서 챙겨온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하며 전시물을 관람.



랜드입구의 매표소







입구를 들어가는 순간 거목들의 크기와 원시자연에 압도당합니다.







안전한 탐방로를 따라 다리도 건너며 더욱 깊은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다리에서 바라본 계류 주변의 모습. 상하류 모두가 울창하기만합니다.





데크와 계단, 그리고 안전시설이 잘 되어있어 누구나 쉽게 원생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편 곳곳에 지도와 현재의 위치 거리가 표시되어 있어 초행자도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편리합니다.



탐방로 곳곳에 의미 있는 수목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숲의 관리와 수목의 생리에 관한 의문 사항은 동행한 이 박사께 도움을 요청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우리는 점점 깊은 숲속으로 빠져듭니다.







천 년 묵은 삼나무. 즉 야쿠스기입니다. 이 섬 지역에 2,000그루가 넘는 노령 삼나무가 있답니다. 대부분 원줄기에는 다른 수종들이 붙어서 살고 있습니다.









굵은 비는 아니지만 불편하고 길이 미끄럽습니다. 그러나 숲이 주는 깊이감과 느낌은 색다른 체험이고 별미이지요.









입구에서는 꽤 많은 탐방객들로 붐볐는데, 벌써 사람이 그립습니다.

조용한 숲속의 정적과 신비감을 한껏 누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탐방로 외에는 일체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모습이 우리와는 다른 탐방문화를 느낄 수 있지요. 실로 담배꽁초나 비닐봉지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답습니다. 하기야 우리의 산행문화도 옛날과는 달리 몰라보게 변하고 있음도 사실이지요.







다시 계곡을 건너며 경사가 다소 급해집니다.









경사진 언덕은 자연스런 모습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자재와 규격으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노출된 뿌리도 활용하고 돌이나 판재 등 그 장소에 어울리고 적합한 소재를 선택하여 맞춤형으로 처리된 것이 돋보입니다.

또한 특징이 시설이 절대 과잉으로 설계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지가 국토의 65% 내외를 차지하지만, 목재 자급률은 10%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일부 등산로나 생태탐방로의 데크 시설이 과잉설계로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먼저 가져가는 게 임자라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닌 것이지요. 주인의식이 있다면 결코 이렇게 소모적이고 낭비적이지 않을 텐데요.







장소마다 걸 맞는 맞춤식 안전계단이 설치되었습니다.













숲은 고요합니다. 수 천 년을 주기로 생명이 순환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금도 새 생명이 태어나는가 하면, 이끼에 파묻혀 편안하게 다시 흙으로 환원되는 고목들의 모습도 즐비합니. 선순환의 자연스런 과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오솔길을 돌면 또 다른 미지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실로 꿈꾸며 상상했던 경이로운 자연의 세계입니다.











뉴질랜드의 그 유명한 트레킹코스가 밀포드사운드입니다. 가볍게 맛보기만 체험한 필자로서는 많은 아쉬움과 미련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곳의 미련을 과감하게 떨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목들의 거처를 조심스럽게 지납니다. 비가 촉촉하게 내려 숲의 향기가 더욱 짙네요. 습윤한 태고의 분위기와 향기에 취해봅니다. 힐링이란 단어의 고유한 의미가 어렴풋 다가옵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노각나무. 특이한 색상의 수피가 눈길을 끕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태고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사방이 황홀경이라 표현함이 좋겠습니다.



드디어 휴게소에 도착. 처음 잠시 쉬어봅니다. 이곳이 다른 등산로와 연결되는 곳입니다. 아직도 비는 숲을 적시고 있습니다. 많은 양이 아니라서 퍽 다행입니다. 비옷과 방수복으로 무장하였지만 예민한 카메라가 염려되네요. 혹시 렌즈에 습기라도 끼면 끝입니다.





















자연성을 이토록 온전하고 건강하게 간직한 곳은 아직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안내판이 있는 나무는 최소한 수령 1000년 이상으로 특별한 사연을 지녔습니다.



















대자연의 경이로운 분위기와 향기를 저의 재주나 감각으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실로 안타깝고 아쉬울 따름입니다.

















탐방로가 순탄하고 경사가 완만합니다. 입구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 출구까지 울창하고 고령의 숲은 변함이 없습니다.



드디어 야쿠스기랜드를 탈출. 현재 시각이 오후 3시. 황홀경 원시의 숲속에서 비와 동행하며 6시간을 머물렀습니다. 연중 366일 비가 온다는 섬, 야쿠시마. 이곳에서 비를 꺼리거나 부담스럽게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이곳에서의 비는 지극히 일상적인 기후입니다. 그래서 지구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진귀한 숲을 만들고 지켜온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의 날씨에도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내일은 가장 힘든 코스 조몬스기를 뵙게 되는 기대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종일 비에 젖은 장비를 챙기며 전시장을 둘러본 후 버스를 이용하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하루해가 길다지만 잠시로 느껴집니다.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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