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큐슈의 원생림 - 6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30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7-06-16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 일본편,

대자연의 수호신 원령공주가 깃든, 시라타니운스 계곡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필자는 그 유명한 애니메이션 영화 원령공주를 이번 답사를 준비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을 특정 전문가나 공직자 그리고 환경단체의 역할에만 의존함은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재미 넘치는 만화영화 한편은 인간에 의한 과도한 개발의 폐해를 알리고, 또한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즉, 예술로 승화된 작품속의 메시지가 경우에 따라서 더 많은 논문이나 전문서적 못지않은 효과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원령공주는 인간과 자연의 원만한 공생의 지혜를 교훈으로 던져줍니다. 실로 문화의 힘은 생각보다 지속적이고 강인함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시라타니운스 계곡 등산로 입구.



바다가 가까운 평지에서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험난한 비탈길을 30여분 이동하여 도착한 등산로 입구는 제법 해발고도가 높은 곳입니다. 맑은 계류를 따라 등산로가 이어집니다. 우리는 여기서도 난이도 보다 가장 긴 코스를 선택하였습니다.




다양한 수종으로 구성된 상록수림의 신록이 절정입니다.



이곳은 이끼가 빼어난 계곡 코스인데 최근 며칠간 비가 내리지 않아 이끼의 싱싱함이 덜합니다.


야쿠스기의 대를 이어나갈 미래의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숲을 방치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키고 가꾸는 방법을 쉽게 풀이하여 탐방객에게 알립니다.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엄청난 크기의 노거수.


이동하는 모든 장소가 지구촌 최고 최상의 힐링캠프이자 삼림욕장입니다.






계곡이 점점 깊어지며 진귀한 모습들이 눈길을 사로잡네요.



안내판이 있는 것은 최소 수령 1,000년 이상 된 야쿠스기에 해당됩니다. 그 이름도 고상하고 기발한 게 많네요. 이름은 대부분 공모에 의해 선정되었다는데, 당선자의 상당수가 어린이라고 합니다.


소요시간이나 난이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코스가 제공됩니다. 여기는 코스의 분기점이자 화장실이 있는 휴식장소.



거목의 몸체에 7종의 수목이 붙어서 함께 살고 있다는 의미랍니다. 등산로에 접해 있어 관찰이 용이합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그루터기가 너무 많네요. 모두가 천연기념물 수준입니다.



쓰러진 수목이 만든 터널.





수없이 많은 노거수들이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희귀 노거수 박물관을 연상케 하네요.


간섭받거나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생림.



드디어 고개에 도착. 주로 이곳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잠깐의 휴식을 즐깁니다.



바위가 줄기 속에 박혔습니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는 과정에 표토가 유실되어 뿌리가 노출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즉 땅속의 뿌리가 지상에 노출된 이후 줄기로 변화되었다고 판단됩니다.


맞춤형 계단.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느낌을 주는 능선지역의 고사목.


지리산이나 한라산 정상 부근의 능선과 비슷한 경관입니다.


언덕을 지키는 큰 바위가 ‘타이코이와’ 입니다. 이 바위까지 돌아오는 5.6㎞ 거리에 4시간이 소요되는 타이코이와 코스입니다. 우뚝 솟은 바위에 오르면 다소 불안하지만 주변이 확 트여 전망이 좋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원령공주에서 늑대 엄마가 휴식을 취하던 큰 바위가 이곳입니다.

애니메이션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원령공주의 세계는 이곳에서 탄생하였습니다.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자태를 간직한 ‘시라타니운스’가 그 무대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원령공주의 숲’이라 부릅니다.

원령공주는 자연과 인간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화해를 줄거리로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던져준 교훈은 개발과 보전의 조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997년 개봉되어 베를린 국제영화제 특별상과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최우수 음악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결국 이 영화를 통하여 야쿠시마가 세계인들의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계기가 된 것이지요.

인간은 영특하여 자연을 지배하고 멸시하며 우쭐대지만, 결코 자연을 버리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교훈을 일깨워준 이야기로 이해됩니다.




1년 365일 비가 내린다는 야쿠시마. 그러나 오늘은 너무나 화창합니다. 오히려 비라도 조금 뿌려준다면 더욱 신비스런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을까요! 밝고 맑은 날씨가 아쉽기도 합니다. 역시 인간은 간사한가 봅니다.



산은 온전한 곳이 없습니다. 표토가 온통 비에 씻겨 뿌리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독특한 색상으로 눈길을 끄는 노각나무.



열악한 여건에서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타이코이와 바위를 둘러본 후 다시 고갯마루 쉼터로 내려왔습니다. 현재시각 오후 1시. 여기서 도시락으로 점심은 해결.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르는 노거수들이 도열한 산길을 따라 수색대 요원처럼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발길을 재촉합니다.





기묘한 노령의 나무들이 제각기 사진을 요구합니다. 턱 없이 많이 드러난 뿌리들은 이곳을 찾은 인간들을 위하여 계단도 되어주고 가드레일을 대신해 줍니다.






수 천년 세월이 멈춘 듯, 원시의 숲은 맑고도 고요하기만 합니다.











지구촌에 아직도 이런 숲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진작 이곳을 알았더라면 저의 충전과 건강, 생태학습을 위한 장소로 적극 활용했으련만... 앞으로 조경분야의 많은 이들도 이런 명소를 잘 활용하길 기대해 봅니다.


주변의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 목재의자.




숲속이나 계곡 모두가 청정한 태고의 분위기가 감돕니다.




문어 형상의 줄기. 표토의 유실로 인하여 뿌리가 지상에 노출되어 줄기화된 상태입니다. 이곳은 연간 8,000㎜가 넘는 강수량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지표면이 침식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곳 수목들의 줄기 특징을 살펴본 결과, 대략 1.5-2.0m에 이르는 표토의 침식현상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산야의 경사면에 연간 8,000㎜ 이상 강우시 1년에 1㎜의 침식이 일어나도 1,000년이면 1m가 되는 셈입니다. 실제 노령목의 줄기에서 이와 같은 현상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발했던 매표소 입구에 도착. 현재시각 오후 4시. 곧 버스가 올 시간입니다.
 
인간의 자연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자연과의 공존을 주문한 원령공주를 그리며 숲을 체험하였습니다. 실로 놀랍고 경이로운 원시 자연과의 특별한 만남이었습니다. 3일간 연속된 강행군이었지만 너무 감동적이었고 만족스럽습니다. 즐겁고 밝은 추억과 많은 생각을 갖도록 해 준 야쿠시마 자연의 건승을 빕니다. 초현실적 분위기와 시간을 초월한 야쿠시마가 곧 그리워 질 것 같습니다.

비록 4박 5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천년 수령의 삼나무 노거수인 ‘야쿠스기’ 옹들과의 만남을 통한 흥분과 감동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 귀국한 후 우리 주변의 천연기념물이나 지역의 보호수들이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고 하찮게 인식될까봐 괜히 걱정이 앞섭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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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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