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프로젝트, 해외에선 설계사 잘못표기"

[인터뷰] 신현돈 대표(서안알앤디 디자인(주))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1-10-14


△청계천 시점부 전경

최근 청계천 프로젝트가 ASLA를 비롯한 해외 유수의 건축매체로부터 새롭게 재조명 받고 있다.

 

미국조경가협회(ASLA)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조경(Sustainable Landscapes)’의 대표 사례지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세계적인 인터넷 건축매체인 Achdaily(www.archdaily.com)에서 청계천 프로젝트를 특집으로 다룬 것이다.

 

특히 ASLA지속가능한 조경의 대표사례는 전세계에 분포한 30개 공간 중 하나로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에(그 중 미국 사례지가 25) 한국의 조경분야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청계천 프로젝트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작품 크래딧(Credit) 표기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 해외의 유력단체와 매체에서는 청계천의 주요 설계사를 ‘Mikyoung Kim Design(이하 미경김)’으로 표기한 것이다.

 

모두가 주지하듯이 청계천의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는 조경설계 서안()(1공구), ()신화컨설팅(2공구),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3공구)가 각각 맡아 총괄하였으며, ()CA조경기술사사무소가 MLA(총괄조경가)를 수행했다.

 

그 중 조경설계 서안㈜(이하 서안)이 설계한 1공구가 청계캐널프로젝트란 이름으로 ‘2009 ASLA Professioanal Award’ 디자인상을 받았고, 해당 수상은 청계천 프로젝트를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2009ASLA 수상자 명단에 저수호안부분의 설계참여자였던 미경김이 주요 설계자로 이름을 올리게 됨으로써 설계자 표기와 저작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라펜트는 청계캐널프로젝트(청계천 1공구)의 리드 디자이너인 신현돈 대표(서안알앤디 디자인㈜)에게 이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지금까지의 경과에 대해 물어보았다.



△신현돈 대표

 

[인터뷰]신현돈 대표(서안알앤디 디자인㈜)

 

최근 청계천(1공구를 중심으로) ASLA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조경'의 사례로 선정되는 등 해외의 유력 단체와 매체를 통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1공구의 기본 및 실시설계를 총괄한 리드 디자이너로서, 소회가 남다를텐데?

 

청계천 프로젝트의 설계가 시작된 것이 2002년경이었으니 벌써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는 IMF 경제위기의 마무리 시기였지만, 오히려 조경분야로서는 현재보다 프로젝트가 더 많았던 시절이었지요.

 

당시 조경은 주로 문화, 리조트 관련프로젝트, 주거단지, 청사, 턴키 등이 많았으며, 토목분야의 참여가 다소 생소했던 업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청계천을 기점으로 타분야에서 조경분야를 주목하고, 서울이 도시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많은 찬반여론이 있었지만, 과거 인구 10만의 한양 청계천과 1,000만이 넘는 메가폴리스 서울 청계천에 대한 관점과 기능은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청계천 프로젝트는 시민들에게 도심재생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도시미관을 개선하고, 구도심권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서울의 가치를 증진시킨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조경인의 한사람으로서 청계천이 ASLA '지속가능한 조경'의 사례로 선정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최근 국내작품이 ASLA 디자인어워드에 선정(서서울호수공원)된 것과 같이 조경분야의 지속적인 업역확충이 이루어지고 발전하길 바랍니다.



△미국조경가협회가 선정한 '지속가능한 조경 사례지'(www.asla.com)

 

하지만 2009 ASLA Awards에서는 발표 당시의 ChonGae Canal Project라는 명칭이 ChonGae Canal Point Source Park라고 바꾸었고, 주요설계사를 Mikyoung Kim Design으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해외 유명 건축매체인 'Achdaily'에서도 설계자를 Mikyoung Kim Design으로 하고 있는데?

 

디자인 어워드에서 작품에 대한 크래딧과 서미션(Submission, 제출서류)을 바꾸는 일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ASLA는 설계자와 시행자에게 작품에 대한 수상을 하고 있는데, 아직 국내의 수상작품에서는 시행처가 수상식에 참여하지 못한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2009년 발표 당시 저희는 ASLA협회장과 위원에게 이의제기와 오류사실을 통보하였고, ChonGae Canal Project가 당선되자, ASLA 홈페이지에 다른 이름의 타이틀(ChonGae Canal Point Source Park)과 다른 내용의 제출서류로 변경되어 게시되었습니다. 이는 미경김 디자인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것이며 ASLA의 권위를 손상시킨 것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미국조경가협회 사무국으로 이메일을 보냈고, 이후 “ASLA 정책에서는 제출자의 내용을 그대로 싣는 것이 원칙이라는 답변을 받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제출자가 잘못된 정보로 수상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청계천은 국내의 많은 조경가가 참여한 과업인데 이번에는 ‘Achdaily’에서 미경김으로 표기하는 잘못된 일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청계천을 특집으로 다룬 achdaily(
www.archdaily.com)



2009 ASLA
발표 후 Mikyoung Kim Design 의 반응은 어떠했으며, 서안에서는 어떠한 대응을 하였는지?

 

저희는 당선사실을 서울시 건축과로부터 들었습니다. 당시 공원과 담당자도 통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ASLA의 심사위원장과 사무국에 이의를 제기하였지요.

 

이후 ASLA홈페이지에서는 세 번에 걸친 크래딧·서미션 변경이 있었고, 이후에 미경김은 우리가 요청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메일로 물어왔습니다.그래서 저희는 있는 사실대로 정정하라고 요구하였지만, 그 이후로 연락이 끊기게 되었지요.이 같은 일은 명예와 권위를 중시하는 ASLA에서 아주 불미스런 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수호안부 계획평면도(조경설계 서안(주))


△팔도상징저수호안 조감도(조경설계 서안(주))


 

지난 조선일보 사건도 그러하였고, 이번 청계천에서도 설계주체의 잘못된 표기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일이 발생되는 원인은 무엇이라 보시고,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부터 찾아야 되는지?

 

미술작품 「행복한 눈물」의 작가는? 서양미술사에서 꼭 한 번은 언급되는 이 작품의 작가는리히텐 슈타인단 한사람뿐이죠. 그렇다면 선유도 공원의 설계자는?  선유도 공원의 설계자는 어디에선 ○○○이고, 또 다른 곳에선 △△△입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선유도 공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 공공공간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바탕을 들춰볼 때 몇 가지 원인들을 꼬집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숫자의 논리에서 기인하는 문제로 볼 수 있겠죠. 공간디자인은 순수예술과 달리 오로지 한 작가 개인의 창조물이 아니고, 수많은 분야와 사람들의 공동작업으로 인한 결과물이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참여진이 많습니다.

 

다음으로 이러한 조건에서 프로젝트의 PM(Project Manager)이나 MA(Master Architect) 주체의 부재나 인식부족 등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공간디자인 프로젝트의 발생을 개인의 커리어(Career)로 내세우고자 하는 욕심과 선전용 프로젝트로 이용하려는 정치적 기회로 엮으려는 시도들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가장 밑바탕에는 조경분야에 대한 사회인식이 부족하기에 이러한 상황을 이겨낼 힘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장치설정, 그리고 분야의 힘 기르기이며. PM, MA 등 주체를 공식화하는 제도적 장치의 활용, 그리고 사회 내 조경의 가치 재발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대표님께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지금은 과거와 달리 전체적으로 프로젝트가 줄어들고 있는 전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건설부문에 GDP대비 매년 8%정도 투자가 되고 있는데요. 국내도 지금까지는 14~15% 투자되던 것이 근자에는 8%정도로 낮아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조경의 업역에 대한 전문화와 포지셔닝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문화∙생태∙관광∙휴양 부문에서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가려는 통합적 프로세스가 요구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 조경인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준공을 앞둔 경인아라뱃길이 새로운 친수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아라뱃길은 한강에서 서해까지 뱃길 친수경관을 통해 어메니티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경관성,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이용효율성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특히 역사적 상징 및 다양한 문화 컨텐츠의 도입은 서해바다에서 한강으로, 한강에서 서해바다로 열리게 되는 물길로서, 사회적 가치와 장소성의 구현이 가능해지도록 할 것입니다.

 

이 중 한강의 김포나루와 서해바다의 낙조, 과거 뱃길이 열리기 전 서해안 섬마을에 대한 재현, 계양산의 협곡 등이 아라뱃길만의 독특한 경관적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변문화 컨텐츠가 정착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다양한 지형적 변화를 따라 18km의 물길에 대한 어메니티 확보를 통하여 도시민들의 새로운 여가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서해로의 뱃길연결을 통한 수도권 관광ㆍ레저의 새로운 전환점으로서의 기능, 군사분계선 때문에 뱃길로서 한강하류 이용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황에서 서해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물길을 열어둠으로써 한강에서 서해로 펼쳐지는 관광ㆍ레저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2009 ASLA 수상 라펜트 인터뷰]

[경인아라뱃길 친수경관 조성 공모전 당선작 - 청옥빛 소풍]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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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20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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