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디자인 ‘진정성있는 참여’가 필요

제8회 환태평양 커뮤니티디자인 네트워크 국제회의 개최
라펜트l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2-08-23

“공공 공원은 지역 사회교류에 있어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조경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디자인을 공공 공원 내에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4월 서울대 환경대학원 특강에서 켄스미스(Ken Smith)

 

“신도시 등지에서 시민참여운동을 교육하고 조율하는 코디네이터를 양성하는 단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 뿐만 아니라소셜디자인을 할 줄 아는 인력이 필요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지난 7월 수원그린트러스트 창립기념행사에서 신구대 김인호 교수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디자이너가 한국에 모였다.

 

8 22,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국내 8개국의 학생, 정책가, 계획 및 설계가, 컨설팅 기관 등 약 300여명이 모여 참여를 기반으로 한 그린커뮤니티 디자인에 대하여 진지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1998년부터 개최한 국제행사로 알려진 환태평양 커뮤니티디자인 네트워크국제회의는 공간 환경 분야에서의 시대적 변화를 커뮤니티 관점에서 새로운 실천방향 모색을 목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는 그린커뮤니티 디자인을 주제로 한 마을만들기, 장소만들기, 시민참여와 거버넌스, 공공공간 계획, 도시만들기, 도시농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험되던 사례와 이론이 소개됐다.




좌측 상단부터 양병이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사장, 영상을 보낸 박원순 서울시장,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이도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

 

참여인가?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블록 어택(Block Attack)’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 어택이란 네덜란드 건축가 위니 마스의 표현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대도시들이 급속하게 대량생산된 주거 양식의 침략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조한혜정 교수는 충분한 합의 없이 이루어진 뉴타운 정책으로 공동체적 삶의 그릇이 사라졌으며, 마을적 삶을 회복하는 실마리로 마을만들기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을만들기는 일상의 문제를 풀어가는 공조활동으로 새로운 공공으로의 확장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 반드시 결과중심이 아닌 과정중심이 되어야 하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긴 시간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준 경기도 수원시 제2부시장(상단),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하단 좌측), 랜돌프 헤스터 Randolph Hester 미국 버클리대학교 명예교수(하단 우측)


참여기반의 커뮤니티 디자인

시민참여가 중심이 되었던 각국의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도시농업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오스트리아와 서울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특히, 수원시의 사례를 발표했던 이재준 수원 부시장은 마을 르네상스를 통해 대중을 통해 집단 지성의 잠재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수원시 커뮤니티 디자인 정책사례로 시민계획단마을르네상스를 소개됐는데, 특히 시민계획단의 경우 2030년 수원시의 미래 비전을 함께 제안하는 시민참여단의 역할도 맡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계획단은 도시를 계획할 때 거치는 모든 단계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수원시 도시계획의 법정지표 및 행동실천의 지표가 되고 있다. 반드시 전문가 만이 옳은 결정을 한다는 편견을 뒤집고, 대중이 참여한 집단 지성이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이 부시장은 설명했다.

 

미국 워싱톤대학교 제프리 호 교수는 공공영역은 마을의 공유자산이라는 개념아래 커뮤니티 가든을 조성한 미국 시애틀의 사례를 설명했다.

 

이곳은 시민, 지도자&리더, 공무원, 지역사회 노동자, 고등학생이 참여해 공원을 조성하고 관리하고 있으며, 또한 공원관리를 위해 지역주민이 내는 세금 액수 또한 시민이 직접 조정했다.

 

제프리 교수는 커뮤니티 디자인은 정부 혹은 지역 커뮤니티가 주도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커뮤니티가 직접 주도하여 추진되는 경우 규모는 작지만 시민참여의 기여도가 높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좌측 상단부터 최광빈 서울특별시 공원녹지국장, 안드레이 시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대학 교수, 스테판 숄츠 오스트리아 도나우 대학교 크렘스 교수, 제프리 호 미국 워싱턴대학교 교수



좌측 상단부터 알반 마니시 Seiwooo 대표, 츠토무 시게무라 일본 가나자와 대학 교수, 존 류 국립 대만대학교 교수, 이영범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

 

진정성 없는 참여오히려

참여에 대한 진정성을 비판하는 발제도 있었다.

 

국립 대만대학교 존 류 교수는 참여:디자인과 공정성의 현실이슈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존 류 교수는 “‘장소만들기에는 심도있는 지식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공간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존 류 교수에 의하면 많은 전문가들은 진정한 참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해당 장소의 지식이 없는 경우를 넘어 디자인의 목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존 류 교수는 “‘정당한 참여란 하나의 계획에 있어 사람을 완전히 개입시키는 방법이다. 단순히 형평성을 위한 참여는 옳지 못하며 좋은 디자인은 얼마나 정당한 참여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정되며 이야 말로 민주주의에 입각한 공공 결정제도라고 역설했다.

 

이어 간혹 프로젝트 중 공공의 참여가 요구되는 경우 전문가들이 참여의 방법을 몰라 우리가 속한 커뮤니티 단체에 용역을 주려는 경우가 생긴다. 결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참여는 사고의 방식을 바꾸게 되는 행위이며, ‘참여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 커뮤니티 디자인의 이슈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기존 공간을 없애고 새롭게 지어내는 정부주도의 단기적물리적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이 아닌 지역 공동체가 주체가 되는 지속가능한 주거지 재생 즉, ‘고치며 살자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간 참여했던 주거지 재생 사업의 사례를 선보이며 점차 정부주도의 Up-Down 방식에서 벗어나 Bottom-Up 방식의 주민이 참여하는 주거지 재생 방식으로 시류가 흐르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러한 흐름을 따라 주거지 재생 사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할 도시재생법이 입법예고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좌측 상단부터 종합토론 모습, 김연금 조경작업소울 소장, 이강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조경진 서울대 교수, 이석현 중앙대 교수, 홍승모 도시연대 디자인센터장
 

커뮤니티 디자인, <느림의 미학>을 즐겨라

커뮤니티디자인은 빠르게가 아닌 긴 호흡으로 충분한 시간과 시행착오 속에 천천히 자리잡아야 한다

 

이날 종합토론을 통해 커뮤니티 디자인 전문가들은 속도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에 한 목소리를 냈다.

 

김연금 조경작업소울 소장은 커뮤니티 마을만들기는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을 바꾸는 것이라며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강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도 현재는 아무리 커뮤니티 디자인이라하더라고 엘리트 위주에 물들어 있다. 업무를 실행하는 공무원이 바뀐다 하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바뀌긴 어렵다. 결국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경진 교수는 개발중심의 사회에서 계획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전문가는 좋은 작품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윤리적 실천을 해야하는 소명을 가져야 한다. 녹색공간의 조성을 넘어 사회적 다기능의 장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8 22일부터 개최된 8회 환태평양 커뮤니티디자인 네트워크 국제회의 8 24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되며, 일본, 대만, 미국, 중국, 홍콩, 오스트리아, 독일, 한국 등 총 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글·사진 _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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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laf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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