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톱과 비오톱 정원의 개념

조동길 원장의 비오톱 가든_1회
라펜트l조동길 원장l기사입력2013-01-23

비오톱(Biotop; Biotope)1)에 대한 개념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최근에 비오톱은 조경이나 환경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누구나가 사용할 수 있는 용어가 되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비오톱의 개념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면, 90년대 중반부터는 비오톱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기울여지기 시작하였으며, 90년대 후반부터는 비오톱 지도의 작성에 대해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러한 노력들은 매우 활성화되었고, 정책화되면서 비오톱 분야에서는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이 글은 앞으로 비오톱 가든을 포함하여 일반적인 비오톱 혹은 서식처에 관한 이론과 조성, 관리 등에 대해서 연재 형태로 제시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서 1회 원고에서는 비오톱과 비오톱 가든에 대한 개념들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집필 방향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1) Biotop은 독일식 표현 방법이며, Biotope은 영어식 표현 방법이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표현 방법을 혼용하였다.


출처_월간<조경시공>2003년 5·6월호 p.57, 일본 비오톱 옥상녹화 조감도

 

비오톱과 비오톱 가든

 

비오톱의 개념

유럽과 일본에서 자연보호와 복원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 비오톱(Biotope)이라는 용어는 경관생태학의 분야에서 생성된 것이다. 비오톱의 구체적 개념을 살펴보기에 앞서 경관생태학에서 언급하고 있는 비오톱의 위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경관생태학에서 연구 대상의 위계는 아래와 같다.

 

Landsacpe = Ecopote + Anthropotope

       Ecotope = Geotope + Biotope

          Geotope = Morphotope + Pedotope + Hydrotope + Climatope

              Biotope = Phytotope + Zootope

 

(Tope)이란 접미사는 계(System)에 대응하는 공간적인 용어로서 가장 작은 균일한 공간의 단위를 말한다. Morphotope은 지구표면의 작용, pedotope은 토양의 물리화학적 작용, hydrotope은 수문, climatope은 기후 현상이 일어나는 공간을 의미하며 이들이 모여 geotope을 형성한다.

 

생태학에서는 생물사회(biocenosis), 즉 식물사회(Phytocenosis)와 동물사회(Zoocenosis)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공간적인 측면에서는 각각 Phytotope Zootope으로 인식할 수 있고 이들을 합쳐서 비오톱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비오톱은 생물계(biosystem)의 공간적인 개념이고 생물사회(biocenosis)의 생활공간을 의미한다.

 

한편, 에코톱(ecotope) geotope biotope이 합쳐진 것으로서 구성 내용과 구조가 균일하고 다른 에코톱과 구분이 되는 지생물권(geobiosphere)의 한 단편이다.

 

비오톱이란 어원은 독일 생물학자 Dahl에 의해 1908년에 독일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 그에 따르면 ‘Biotop’생물공동체의 서식처(Lebensstaette von Biozoenosen)’이며, 예를 들어 그는 여러 종류의 지표수와 지표면을 비오톱으로 보았다. 그러나 어떤 지표수와 지표면을 비오톱으로 보고 있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한편, Schaeffer(1992)에 따르면 비오톱이란 어떤 일정한 생명 집단 및 사회 속에서 입체적으로 다른 것들과 구별할 수 있는 생명 공간을 말하며 또한 이 공간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성격을 가지며, 이에 따라 주변 공간들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또한, Leser(1991)에 따르면 비오톱이란 동·식물로 이루어진 어떤 생물 사회 속에서 3차원적이고 지역적으로 특징지울 수 있는 생명 공간으로 설명하였다.

 

이는 또한 무생물계와 생물계로 이루어진 생명 공간을 뜻하기 때문에 비교적 동일한 생명 조건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모든 자연 경관은 이런 여러 비오톱들이 모자이크 모양으로 모인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토양 성분 등 생육 조건이 좋고 거의 동일한 입지라면 대면적에 걸쳐 같은 형태의 비오톱이 형성될 것이고, 만일 작은 부분들이 서로 다양한 조건을 가진다면 아주 다양한 형태의 비오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오톱이란 개념은 몰가치적이고 중립적인 가치 개념이라는 것이다. 흔히들 특별한 보전 가치가 있고 힘들여 보호해야만 하는 생명 공간을 비오톱이라고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인구 밀집 지역의 집약적 농업 경영 단지도 아무도 살지 않는 늪지대나 마찬가지로 비오톱의 한 유형일 뿐이다.

 

또한, 흔히 비오톱하면 연못과 같이 물이 있는 공간만을 연상하기 쉬운데 이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물이 없으면서도 생물들이 살고 있는 숲이나 도심내 작은 자투리땅의 녹지도 비오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비오톱의 개념은 사회의 변화와 과학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바뀌고 또 세분화되었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생물종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생물종 보전 측면에서 비오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1950년대 이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한편, 여러 견해에도 불구하고 비오톱은 일반적으로 생활터라 할 수 있으나 어떤 생물의 생활터냐에 따라 개념 사용과 용어 사용이 달라진다. 식물종의 경우 입지(Standort), 동물종의 경우 거주지(Habitat), 개체군인 경우 데모톱’(Demotop), 생물공동체의 경우 비오톱으로 구분하여 보는 견해에 대해서 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오톱조사에서 동물과 식물을 모두 포함시켜야 하나 동물은 이동하거나, 숨어있고 또 생활반경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식물 위주로 조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생물공동체의 서식처를 비오톱이라 하면 수면 또는 식생지 뿐만 아니라 건물이 서 있는 주거지도 하나의 비오톱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비오톱이란 주변 공간과 지형상 뚜렷하게 구분되는 생물공통체의 서식공간이라 할 수 있다.

 

작은누리 (명동유네스코 빌딩 옥상)_출처;월간 <환경과조경>2003년 8월호 p.79,

 

한편, 비오톱과 유사한 개념으로 서식처가 있는데, 이 두 개의 개념은 엄격하게는 분리되어야 할 개념이지만, 일반적으로 생물이 살아가는 장소를 뜻하는 서식처(habitat)와 유사하게 사용되기도 한다(문석기 등, 2004).

 

하지만, 서식처는 개개의 생물종이나 개체군의 차원에서, 비오톱은 다양한 생물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 혹은 군집(community)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가 생태복원 사업에서 통나무 더미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비오톱 조성으로 인식한다. 통나무 더미는 자연스럽게 썩어가면서 긴뿔하늘소, 딱정벌레, 목수개미 등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처를 제공하게 된다. , 하나의 공간에 다양한 생물종들이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공간을 비오톱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비오톱은 자연환경보전법에서 소생태계로 정의하고 있는데, ‘소생태계라 함은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간의 이동가능성 등 생태계의 연속성을 높이거나 특정한 생물종의 서식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조성하는 생물서식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자연환경보전법, 2 6).

 

비오톱 가든의 개념

비오톱은 야생생물들이 숨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야생생물들을 위한 서식장소와 먹을 수 있는 곳, 숨을 수 있는 집(은신처), 번식지 등 모든 기능을 겸비하여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어느 정도 면적이 필요하게 된다. 그 면적에 대한 정확한 규정은 없지만 작은 화분 하나, 마른 나뭇가지 하나도 비오톱이 되기도 한다.

 

참고로 사구라이 요시오의 경우에는 서식처의 크기를 초미소서식처(super-micro habitat), 미소서식처(micro habitat), 서식처(habitat), 비오톱(biotope)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였는데, 비오톱은 100여 미터부터 수 킬로미터의 범위로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보다 작은 단위의 공간들도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비오톱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서식처 계층의 대략적 크기(출처_한승완 譯, 2007, 22p.)

 

한편, 비오톱 가든은 작은 규모의 정원 만들기 컨셉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생태연못이나 옥상정원과 같이 어느 정도 규모있는 비오톱이 아니라 매우 작은 공간에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그 대상이 바로 개인 정원의 작은 공간에 만들어 볼 수 있는 것을 비오톱 가든이라고 볼 수 있다. , 야생생물들을 위한 비오톱과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정원(정원, 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곳) 그것이 합쳐서 만들어낸 개념이 비오톱 가든이다(조동범·조동길, 2007). 다른 말로 하면 정원에 비오톱의 기능 일부를 집어넣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집필 방향

이 연재는 지난 2007년에 발간된 작은 새와 곤충을 부르는 자연친화적인 정원만들기; 내 손으로 만드는 비오톱 가든(이하 비오톱 가든)’이라는 책에 기초하여 작성하여 나갈 것이다. 원래는 이즈미 켄지가 지은 책을 번역하여 출판하였는데, 시간의 부족 등 여러 가지 조건으로 우리나라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생물종이나 개념 등이 그대로 제시되었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이번에 원고들을 집필해 나가면서 이들에 대한 교정과 우리나라의 환경에 적합한 생물종들을 구성하여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한편 원고 내용은 대부분 비오톱 가든에 기초할 것이나 비오톱 복원의 관점에서 생태연못이나 옥상정원 등 다양한 유형의 비오톱 복원 내용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원고를 싣는 순서는 비오톱 및 비오톱 가든의 조성을 위해 알아두어야 할 이론과 준비 과정, 기본적인 조성 방법 등을 소개하고, 이후에 비오톱 유형별 조성 방법, 그리고 생물종분류군별 조성 방법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후 마지막으로 비오톱과 비오톱 가든의 조성 후 관리에 대해서 제시하고자 한다.

 

참고 및 인용문헌

김귀곤·조동길, 2004, 자연환경·생태복원학원론, 아카데미서적.

문석기 등 譯, 2004, 생태공학, 보문당.

조동범·조동길 譯, 2007, 작은 새와 곤충을 부르는 자연친화적인 정원만들기; 내 손으로 만드는 비오톱 가든. 도서출판 조경.

한승완 譯, 2007, 하천조성과 서식처 보전(자연과 인간의 어울림 I), 백마출판사.

 


 

조동길 원장(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서울대 환경생태계획연구실 석/박사

자연환경관리기술사(76회)

 

연구활동

이상기후 대비 도시개발 환경생태계획 가이드라인 마련

새만금 생태네트워크 구축 방안 연구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가이드라인
폐도 폐선 유형별 복원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등 260여건

 

저서

생태복원 계획·설계론(2011)

유형별로 나눠본 자연환경 보전·복원관리(2011)

내 손으로 만드는 비오톱 가든(2007)

자연환경·생태복원학 원론(2004)


_ 조동길 원장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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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gil@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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