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하는 디지털사회인 요즘 ‘힐링’이라는 단어가 급부상했다. 현대인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치유될 수 있는 공간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수면위로 떠오른 단어다.

너도나도 힐링을 홍보하고 있는 요즘, 천리포수목원에서는 그것을 뛰어넘어 ‘디톡스’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 국내 수목원 중 가장 많은 식물 종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 곳만의 특징은 무엇이고 어떻게 겨울나기를 하고 있을까?

천리포수목원 기획팀 최수진 씨와 식물팀 최창호 팀장님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먼저 수목원 안내소와 천리포사이트를 통해서 제공되는 금주의 식물에 관한 팸플릿 자료는, 식물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안내도를 통해서 어디에 이러한 식물이 위치해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 자료를 보면 관람객에게 계절에 맞는 식물 관상 포인트를 하나라도 더 알차게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곳에 다양한 수종이 있음에도 주요관람 동선에 위치하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에 사이트를 통해 충분히 관람자에게 사전지식을 제공하려는 배려가 돋보였다.

팸플릿 제작과정도 인상적이다. 천리포수목원은 식물원전문가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중에 교육생이 계절마다 자신이 느끼는 관상포인트를 정리하여 자료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는 직원들의 감수를 거쳐 팸플릿으로 제작돼 일반인들에게 제공되어 천리포수목원의 정보를 알리는 소중한 자료로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일반관람객들에게 보물찾기와 같은 재미와 자연의 편안함을 극대화 시키는 중요한 장치다.

천리포수목원 설립한 칼 페리스 밀러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이름은 민병갈 원장이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으로 1979년에 귀화하였다.

처음부터 그가 수목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체계적인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고, 식물을 모으다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천리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 있는 자생종은 물론 외국 수종 또는 이곳 생육환경에 맞는 단풍나무, 동백나무, 목련과 완도호랑가시나무를 수집했다.

특히 완도호랑가시나무 같은 경우에는 설립자의 이름과 서식지를 학명에 넣어 ‘Ilex xwandoensis C.F.Miller’로 국제식물학회에 신종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처음 이곳은 비공개로 운영되다가 2009년 3월 1일부터 일반에 공개되었다.

공개와 동시에 이곳만의 독특한 경관을 인정받아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에서는 열두번째로 세계수목원협회에서 인증하는 '아름다운 수목원'과 '꼭 가봐야 할 관광지'에도 선정되었다.

이곳의 동절기 프로그램으로는 ‘내손으로 만드는 성탄절 장식’,‘안녕~서해낙조 찰칵찰칵’,‘반짝반짝 경울 밤산책’,‘일일체험’등이 진행됐거나, 현재 운영되고 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오감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과의 교감을 나누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또한 이 곳만의 겨울철 식물관리는 수목원 자체가 7~8℃ 정도의 온도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종도 아열대성이 대부분이어서 특별한 월동을 필요로 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주기의 한파에 대한 대비로 아열대 수종 중 좀 더 취약한 수종은 짚으로 피복을 하거나 온실로 옮겨준다.

또한 세계적으로 희귀한 멸종위기 식물도 이 곳 온실에서 보존하고 있다. 현재 천리포수목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Red list 종은 총 364종이다.

Red list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관리하는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지구 동식물종의 보존 상태 목록으로, 1963년부터 시작된 멸종위기 식물목록이라고 할 수 있다. 세부등급은 EW(야생멸종) > CR(위급) > EN(위기) > VU(취약) > NT(취약근접) > LC(관심필요)이며, CR과 EN은 멸종위기종 1급, VU는 멸종위기종 2급이다.

천리포 수목원에는 CR 등급에 Abies nebrodensis 외 10종, EN 등급Bretschneidera sinensis 외 25종, VU 등급 Davidia involucrata var. vilmoriniana 외 64종, NT 등급 Abies cephalonica 외 46종, LC 등급Opuntia monacantha 외 194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곳의 관람시간은 연중무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며 탐방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