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9일자 조선일보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선유도공원이라고 보도하였다. 선정된 최고와 최악의 건축물 속에는 파주출판도시, 광화문광장, 청계천도 포함돼 있었다. 공원과 광장과 같은 조경가 설계로 만들어진 대표 조경공간이 건축가의 건축물로 둔갑해 보도된 것이다.

그 후 2년이 안된 2013년 2월 5일, 동아일보는 월간SPACE와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을 선정해 1면과 8면(전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기사 타이틀은 ‘전문가 100명이 뽑은 한국 현대건축물 최고와 최악’이다.

그 결과 ‘선유도공원’이 최고의 현대건축물 중 3위에 선정되었고, ‘광화문광장’은 최악의 현대건축 14위에 올랐다. 최고의 현대건축 1위는 공간사옥이었고, 최악의 현대건축으로는 서울시 신청사가 1위였다.

과거 조선일보와 달리 동아일보의 설문은 건축관련 4개단체(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학회 새건축사협의회)가 추천한 회원의 응답(80명)을 토대로 조사된 결과이다. 따라서 조선일보 기자가 임의로 선정한 전례와 달리 건축계의 공식입장이 반영된 설문결과라고 볼 수 있다.

출처:동아일보

조선일보 보도 그 후...

베스트·워스트 건축물 선정대상에 조경공간(공원과 오픈스페이스)을 포함시켰던 조선일보 보도이후 조경계에는 큰 파장이 불었다. 조경단체가 직접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공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정정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일부 언론사는 해당 내용을 인용해 재가공하였고, 서울시가 선유도공원을 ‘최고의 건축물’로 홍보자료를 배포해 언론사에 배포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도된 크래딧 순서?

선유도공원은 조경설계 서안(대표 정영선)이 총괄 및 마스터플랜을 진행한 대표 조경공간이다. 조성룡 건축가가 설계한 것은 선유도공원이 아니라 공원에 배치된 일부‘건축물(전시관, 카페 등)’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선유도공원의 설계자를 ‘조성룡+정영선’으로 표기하였다. 통상 크래딧 표기에서 총괄설계자가 앞에, 참여 설계자가 뒤에 온다고 보았을 때, 왜곡된 의도가 순서 나열로 삽입된 것이다. 반면 워스트 14위에 선정된 광화문광장은 ‘서안+삼우’로 실려 보도됐다.

청계천과 광화문광장, 선유도공원 등을 설계한 신현돈 대표(서안알앤디)는 “ASLA(미국조경가협회) 및 IFLA(세계조경가협회)에서 수상한 바 있는 선유도공원의 설계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중국이 아리랑, 판소리 등을 자국의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본다.(환경과조경 2011년 9월호)”고 밝힌 바 있다.

조경인들 “또 유야무야 될까?”

동아일보의 건축물 선정보도를 접한 조경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 중 한 조경설계사무소 대표는 “조경분야는 언제나 찻잔 속의 태풍”이라며, 우리만의 리그가 되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조경인들의 반발에서 시작해, 조경언론 보도, 조경단체의 대응방안 마련, 집담회(세미나)에서 귀결되는, 전례의 시나리오를 답습해선 안되며,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조경인은 “해당신문을 보는 대중들은 공공공간과 건축물의 차이를 인지하고 않기 때문에, 동아일보와 월간 SPACE의 조사결과를 그저 흥미로운 팩트로 읽게될 것이다. 따라서 기사의 공원과 건축물의 차이를 저항없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시민이 조경공간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조경가가 대중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월간SPACE는 ‘한국현대건축 대표 20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월간 SPACE 3월호와 동아일보 연재를 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논란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동아일보 2월 5일자

 - 전문가 100명이 뽑은 ‘한국 현대건축물 최고와 최악’

 - 도시 미관 해치는 공공건물… 최악 디자인 13곳이 정부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