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동아일보는 최고와 최악의 ‘한국의 현대건축’을 선정해 2면에 걸쳐 보도했다. 그 결과 선유도공원과 광화문광장 등 공원과 공공공간을 선정대상에 포함시켜 논란을 촉발시켰다. 주요설계자의 잘못된 크래딧 표기도 문제를 야기했다.

설문 내용?

라펜트의 첫 보도 후 조경분야 내외로 다양한 의견이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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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번 설문의 조사방법에 대한 문의였다. ‘설문문항에 건축물 등이 예시로 제시되었냐’는 것.

이에 대해, 설문을 주관한 ‘월간 SPACE’의 관계자는 “예시를 제시하는 것은 주관사의 의도한 답변을 유도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 적는 ‘주관식 형태’로 최고의 건축물 5개, 최악의 건축물 3개를 작성토록 하였다”고 전했다. 조사방식의 객관성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선유도공원 크래딧 논란

이번 논란의 주요쟁점이었던 선유도공원 ‘설계자 크래딧’표기는 ‘월간 SPACE’와 ‘동아일보’에 확인한 결과, SPACE에서는 동아일보에 ‘정영선+조성룡’으로 자료를 보내주었고, 동아일보에서 ‘조성룡+정영선’으로 순서를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기획기사를 담당한 동아일보 기자는 크래딧에 대한 기자의 지적에 “건축에 관한 기사라는 생각에 설계자순서를 바꾸었다”고 인정하며, 앞으로 선유도공원을 다루는 기사에서는 이를 바로 잡도록 하겠다고 전하였다.

그러나 공원과 공공공간이 건축물로 소개된 부문에 대해선 “선유도공원과 광화문광장은 건축으로도 조경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건축전문가들도 선유도공원과 광화문광장을 건축으로 분류해 평가해 주었다고 부연했다.

결국 공원과 공공공간이 건축물로 소개된 것은 건축 전문가 100명(‘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학회, 새건축사협의회’가 추천한 회원 80여 명, 건축 사진작가 및 칼럼니스트)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공원을 왜 건축물이라 주장할까?

그렇다면 왜 전문 건축가들은 공원과 오픈스페이스를 건축물이라 주장할까?

청계천, 선유도공원, 광화문광장 등을 설계한 신현돈 대표(서안알앤디)는 “획일화되고 대량으로 양상되어온 건축디자인, 자신을 과시하는 건축의 오버디자인이 우리 경관을 황폐화시켰다. 이에 대한 건축분야 내 자성의 목소리가 공원 등 오픈스페이스로 관심을 돌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건축분야의 일감이 준 것도 타분야로 시야를 돌린 계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제 우리 도시를 대표하는 경관은 더 이상 63빌딩이 아니라 선유도공원, 청계천, 서울숲과 같은 오픈스페이스라는 목소리도 건축계 일각에서 개진되었다.

한편, 분야를 막론하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이 있는데, 바로 ‘시민의식의 변화’였다. 신현돈 대표는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 전문가의 생각보다는 시민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시민 속 조경가의 역할을 다시금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동아일보의 5일자 기사에서는 선정된 건축물을 격주 단위로 소개한다고 밝혔다. 라펜트 취재결과, 이르면 이번 주 중 동아일보의 ‘한국의 현대건축’연재에 선유도공원이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6일 동아일보에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 1위로 뽑힌 ‘공간 사옥’이 모대학 건축학부 교수의 기고로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설문조사의 공동주관사인 ‘월간 SPACE’ 3월호에서도 한국의 현대건축에 대한 기사가 실릴 계획이다.

라펜트 기사를 접한 한 조경인은 “향후 이들 매체에 실리는 기사 속에서 주요설계자에 대한 올바른 크래딧 명기, 건축물과 공원의 차이점, 설문 대상의 적합성을 철저하게 모니터링 해야 한다”며 조경분야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시민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안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