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시로 습지에서...

지난 글에서는 미국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 이어 일본을 대표하는 쿠시로 습지 국립공원의 역사와 생태, 문화, 생태관광 등을 소개하였다.

필자는 연구를 위해서 또한 국제생태문화포럼을 진행하면서 국내외 크고 작은 습지, 널리 알려진 습지와 아직 소개되지 않지만 중요한 습지를 답사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다. 그 중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생태자원이 일본 쿠시로 습지 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습지 중 하나로 우포늪이 있다면, 일본을 대표하는 습지는 쿠시로가 그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쿠시로 습지는 지난 미국 에버글레이즈 사례와 유사한 이유로 생태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쿠시로 습지는 1950년대 이후 유역 대부분이 농경지로 개발되었는데, 이후 미세퇴적물이 하류에 점차 퇴적돼 하도가 변형되거나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주변 생물들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홍수가 빈발해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늘어났다.

쿠시로습지 위치

이번 글에서는 쿠시로 습지 복원 노력을

첫째, 홍수조절을 위한 관리 전략으로 시행되었던 쿠시로천 직강화와 신쿠시로천 축조, 이로 인한 쿠시로 습지의 물순환체계 변화와 생태계 기능 훼손 및 복원과정.

다음으로, 쿠시로 습지 유역 및 일본 내 생태자원의 보전가치와 위협요인, 복원전략 등 두가지 방향에서 소개함으로써 생태복원을 위한 단서를 찾고자 한다.

쿠시로습지 내 3개 호수의 수생식물 종다양도 변화 추세 (자료: F. Nakamura)

홍수조절을 위한 최선(?)의 선택, 직강화

쿠시로 습지는 원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나 쿠시로천 직강화 등 각종 관리 수단에 의해 빠른 속도로 면적이 감소하며 급격히 육화가 진행되고 있다.

즉, 쿠시로 습지 주변과 하류의 쿠시로시에 홍수가 빈발하자 홍수예방으로 목표로 쿠시로천 관리계획이 수립되었고, 구체적으로는 쿠시로 습지를 사행으로 흐르던 쿠시로천을 직강화하고 하류의 쿠시로시를 우회하는 직선의 신쿠시로천을 인공적으로 조성하면서 홍수는 저감되었지만 습지 내 급격한 물순환 교란을 초래하여 육화가 진행되었다.

쿠시로천 직강화 흔적

육화가 진행된 쿠시로습지. 1950년대(왼쪽)에 비해 2000년대(오른쪽)에 육화가 진행되어 육지식생의 침입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자료: Futhshi Nakamura)

쿠시로 습지 주변의 산림은 1960년대부터 대규모 농지개발로 많은 산림이 농경지로 전환되었으며 곡선형의 자연하천 유로를 직선화하였다. 이로 인해 농경지 등 유역에서 발생한 부유토사 등 오염물질들이 쉽게 습지로 유입되어 그 결과 산림과 인접하는 습지의 하천에서는 다량의 부유토사 퇴적으로 하천바닥이 2m 이상 상승하였고, 습지 표면에 근접하던 지하수위는 점차 낮아져 습지토양이 건조화 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환경변화로 인해 습지식물보다는 건조에 강한 식물이 생육하기 알맞은 환경을 제공하게 되어 갈대군락이 넓게 분포하던 쿠시로 습지는 오리나무군락 침입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1940년대 습지의 면적은 2만5,000ha였는데 1990년대에 이르러 1만9,000ha까지 감소하여 약 50년 동안 습지의 20%가 소실되었다. 또한 습지 내 희귀한 수생식물, 어류, 양서류 등 물을 이용하는 생물들의 서식처를 파괴하고 있다.

습지생태계 복원을 위한 노력

이러한 습지 훼손 및 생태계 파괴 현상이 계속되자, 2001년 5월, 쿠시로 습지를 복원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쿠시로 습지의 복원 목적은 ‘1980년으로 돌아가자’였다. 즉 람사르협약에 등록 되었던 1980년 당시의 모습으로 습지를 복원하는 것으로서, 자연환경의 보호 및 보전, 복원과 농업과의 조화, 지역사회로의 기여 등의 3대 세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또한 세부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8가지의 행동목표를 수립했는데, 그 기준들은 프로젝트의 절차, 조직의 구성,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을 중심으로 설정되었다.

쿠시로 습지의 훼손 진행. 습지복원 목표는 80년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자료: Isao Yamashita)

실천수단으로서 2003년 자연복원촉진법에 따라 습지, 구 하도, 유사체제, 식생, 유량복원, 공공협력에 대한 6개의 소위원회로 구성된 ‘쿠시로 습지 자연복원 위원회’가 설립됐다.

구체적으로 쿠시로 습지 복원을 위해 유역 내 식생복원, 토사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저류지 조성, 천변 식생대 조성, 원래의 사행 하도 복원 등의 전략이 추진되었다.

쿠시로습지 복원 전략. 식생복원(왼쪽 위), 토사유입 방지용 저류지(오른쪽 위), 천변 식생대 조성(왼쪽 아래), 사행하도 복원(오른쪽 아래)

(자료: Futhshi Nakamura)

쿠시로습지 복원을 위한 5프로젝트 (자료: Isao Yamashita)

쿠시로습지 Kayanuma 지역에서 진행된 구하도 복원

(자료: Isao Yamashita)

Kayanuma 지역에서 진행된 구하도 복원에 대해 현지에서 설명하는 관계자

Hirosato Area는 원래 습지였으나 농지로 개간된 지역을 60년대 이전의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목표로 설정되었다. 인근에 원 생태계와 유사한 대상지를 표준습지(Reference Wetland)로 설정하여 원 습지의 구조와 기능을 바탕으로 침입 식생 및 신초를 제거하고 원식생을 복원한 후 지하수위, 식생 등의 영향을 모니터링을 통해 규명하고 있다.

Takkobu Area는 습지 유역권 산림복원을 주요 목표로 진행되었는데, 자생수종으로의 복원을 위해 종자채취 및 매토종자 적극적 활용과 더불어 침입종의 제거 등이 병행되었으며, 지역의 NPO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생태교육 등의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었다.

(우)Shibetsu River 복원 사례

시베츠 강 하도의 변화 (자료: F. Nakamura)

Shibetsu River 구하도 복원 후 효과. 표준하천(왼쪽), 복원 후 (가운데), 복원 전 직강하천(오른쪽)

쿠시로 습지와 유사한 사례로서 쿠시로습지의 동쪽 시레토코 반도 인근에 있는 시베츠 강 복원사례를 들 수 있다.

시베츠 강은 연어의 강으로 불릴만큼 연어 회귀로 알려진 강으로서, 시베츠 강 복원은 구하도의 사행흐름과 홍수터의 생태계를 복원한 사례이다. 복원 후 모니터링 결과에 의하면 무척추동물의 종다양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표준하천( reference river)과 비교해도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부적인 복원기법의 하나로서 하천과 습지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큰 나무를 베어 하천에 던져둠으로써 어류의 서식처를 제공한 결과 점차 생물의 개체수와 종의 다양도가 향상되었는데 이와같이 생물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하천 복원에서는 간단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야생동물 서식처 복원을 위해 하천에 고사목 등을 배치(왼쪽), 어류 서식처를 제공(가운데), 복원 후 어류 서식 효과(오른쪽)

이번 글에서는 일본 최대의 자연습지로서 일본을 대표하는 습지이며 학(두루미)의 고향인 쿠시로 습지와 연어의 강으로 알려진 시베츠 강에 대하여 인간의 유익을 위해 습지와 하천을 인위적으로 변형한 결과 초래된 생태계 훼손과 복원 노력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하였다.

다음 글에서는 홍콩을 대표하는 습지로서 람사르습지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마이포 습지의 역사와 생태, 문화, 생태관광, 보전가치와 위협요인, 복원전략 및 도시에 인접한 생태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현명한 이용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