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당선작, 논리적 모순 보이지만..."

‘조경비평 봄’ 공개세미나 개최
라펜트l서신혜 기자, 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3-06-02



지난 4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의 당선작이 발표된 이후, ‘조경비평 봄은 공모전 당선작과 출품작에 대한 책 한 권을 출간했다.

 

스무 명의 필자가 참여한 『용산공원 -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 비평』은 용산공원의 장기적 설계와 조성 과정에 순기능적 쟁점을 제기할 수 있는 다각적 비평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조경비평 봄 5 31일 서울대학교에서 다시, 용산공원을 말한다라는 주제를 갖고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배정한 교수 

 

배정한 교수는 발표에 앞서 용산공원 국제설계공모가 1년이 지난 지금, 대상지에 대한 설계의 진행 외에도 더 많은 이야기를 생산하고 유통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 생각했다, “당선작이 나왔다고 끝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대상을 갖고 이론과 설계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보자는 취지에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이번 세미나는 여러 필자가 제시한 다각적 비평을 듣고 참석자들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공개세미나로 진행되었다.”고 세미나 개최 취지를 전했다.

 

세미나는 1부에서 20인의 필자 중, 5인의 필자가 역사, 생태, 시간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용산공원 당선작과 출품작을 리뷰하고, 2부에서 나머지 필자들이 토론자로 참여하여 토론을 진행했다.

 

그들은 왜 산수화를 그렸을까 



김영민 교수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west8은 당선 후 판넬과 보고서에도 없었던 산수화 느낌의 조감도 한 장을 공개했다. 이 조감도를 보고 난 후, 왜 굳이 당선이 되고 나서 이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렸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왜 산수화를 그렸을까라는 주제로 당선작에 대한 의견을 적었다.”, 색다른 의구심을 전했다.

 

김 교수는 먼저 당선작인 ‘Healing -The Future Park’는 힐링이라는 주제를 갖고 3가지의 치유를 개념적 전략으로 구체화하였지만, 이 작품의 전략은 모순 덩어리이며, 계획은 용산공원이 아닌 어느 대상지에 새워도 걸맞는 대안이라고 반박했다.

 

이 작품에서는 한국의 경관을 끌어 넣기 위해 기존의 지형을 제거하고 원지형의 논리를 따라 새로운 지형을 도입한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형을 다 뒤집어 엎는다면, 기존의 식생과 생태계가 파괴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치유라는 것인지 이것은 설계 자체에서의 모순이라는 것이다.

 

역사의치유라며, 현재 대상지의 건물을 재활용한다고 하는데 지형을 바꾸는데 그 건물들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결국 이 작품은 논리적 오류로 가득한 전략과 특별한 내용이 없는 계획으로 엉성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텍스트와는 반대로 이미지에서는 설계가가 의도한 설계의 실체 혹은 가장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또 다른 의견도 냈다.

 

다른 출품작의 이미지들을 보면 이곳이 용산공원인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장소의 특징을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당선작의 이미지들은 공원과 공원 밖의 용산, 그리고 용산을 너머서 한강과 한강 이남의 서울과의 관계를 나타내며, 이 이미지는 누가 봐도 용산일 수 밖에 없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김 교수는 이 안을 정리하자면, 전략과 논리는 허술하고 모순이지만 이미지는 제시하고자 하는 공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며, “마지막으로 공개한 산수화는 한국적인 감수성과 디테일을 보이기 위한 전체적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고 발표를 마쳤다.

 

우리는 용산공원에서 용산의 역사를 기억하게 될까



박희성 연구교수

 

박희성 연구교수(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출품작들을 역사성에 잣대를 두고 봤을 때, 역사성의 관건인 대상지의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용산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 말에 의하면 출품작들은 용산의 역사성 보다는 공원으로서의 가치에 집중하거나, 용산이라는 땅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으로부터 설계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아니면, 대상지의 현재 기능을 공원으로 치환하고 현재 자원을 미래 역사 유산으로 활용하여 설계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어떤 것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출품작들은 대상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장소성에 대한 고려와 역사 유물에 대한 가치 공유, 보존에 대한 고민은 진지하지 못한 채, 땅의 역사와 사건의 역사만을 공원에 담으려 했다는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는 물론 설계자에게 제대로 된 현지 답사와 조사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점과 설계지침서의 많은 요구 덕분이겠지만, 같은 상황에서 용산의 역사성에 대한 진지함의 정도와 이해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끝으로 역사는 현재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의 흐름을 읽어 미래까지 계승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로서의 생태



류영렬 교수 

 

류영렬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이미지와 텍스트 두 매체로 풀어낸 출품작들의 생태적인 프로세스들을 비교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류 교수는 작품의 생태적인 부분은 상상이 아닌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은 생태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고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이미지뿐인 당선작이라고 전했다.

 

류 교수는 생태를 계획과 디자인으로 풀어내기 위한 대표적인 것은 이미지와 텍스트라고 생각해 각 출품작의 설명서에 담긴 텍스트의 숫자를 비교했다.

 

8개의 출품작 중 가작인 ‘Scared Presence Country side in Citycenter’2만개가 넘는 단어로, 당선작인 ‘Healing -The Future Park’5천개 정도의 단어로 생태 계획을 풀어놨다. 하지만 류 교수는 당선작이 아닌 많은 텍스트를 사용하여 생태 프로세스를 강조한 가작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이미지와 적절한 텍스트로 무엇을 왜 어떻게 하려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다소 과도한 양의 텍스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생태 프로세스는 해석하기 쉽도록 설명이 필요하다.”,  “개략적인 이미지가 아닌 정확한 설명으로 이미지의 생태를 넘어 프로세스의 생태로 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낯선 시간들의 재구성


장보혜 박사

 

장보혜 박사(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박사과정 수료)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만나는 용산공원을 출품작들이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중심으로 일반인의 관점에서 비평하고자 했다.”, 비평 의도를 전했다.

 

장 박사는 역사성, 문화성, 생태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시간의 틀로 전화시켜 출품작들을 보았는데, 주어진 조건에 대한 반응은 작품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역사, 문화, 생태 각 시간에 대한 입장은 거의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역사적 시간에 대해서는 부지 내 남아있는 유산이나 잔재를 곧 역사로 환원하고 보존한다는 태도를 보이며, 문화적 시간에 대해서는 단절된 용산공원을 도시와 연결시킬 시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생태의 시간에 대해서는 훼손된 것을 복원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공원 설계이기 때문에 당연할 지 모르지만 그 중 생태적 시간이 우세인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각 작품들은 주어진 자료들을 어떻게 나열하고 정리했는지에 따라 성격이 달라졌으며, 시간의 틀로 볼 때 역사, 문화, 생태 사이의 관계를 통해 차이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 박사는 용산공원의 잃어버린 땅과 시간을 찾기 위해 지금 해야 하는 것은 용산공원의 과거를 통해 새 공간을 창조하고 미래를 만드는 것이고, 또한 무엇보다 여러 시간이 혼재하고 있는 용산공원을 용산공원만의 고유한 속도로 발전시키고, 서울과 시민과 함께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출품작들이 대상지에 대한 실질적이고 솔직한 접근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는 평을 남겼다.

 

이어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의 사회로,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남기준 편집장(나무도시), △류영렬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박선희 연구원(서울대학교 대학원 통합설계미학연구실), △박승진 소장(디자인 스튜디오 loci), △박희성 연구교수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유시범 학생(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이명준 연구원(서울대학교 대학원 통합설계미학연구실), △장보혜 박사(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박사과정 수료)가 참석해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는 세미나에 참석한 용산공원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진행되었으며, 조경 비평에 대한 의견들도 함께 나누었다.
_ 서신혜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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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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