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나무 전문변호사, 분야발전 기여하겠다"
[인터뷰]신만성 변호사(법무법인 태일)예순을 바라보는 전문변호사가 최근 조경과 식물관련 3개의 국가자격을 취득했다. 그의 명함 속에서도 변호사라는 호칭과 함께 '조경산업기사, 식물보호산업기사, 종자산업기사'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바로 신만성 변호사(법무법인 태일)이다. 신만성 변호사는 20여년간 법조계에 몸담으며, 부장검사까지 역임했던 전문변호사이다. 수목을 이해하는 전문변호사로서, 조경분야와 나무를 위해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전문 변호사로서 조경·식물보호·종자 산업기사를 취득하셨는데, 처음 조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20년간 검사로서 생활을 하다가 명예퇴직을 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우연히 산림관련법규를 찾아보았습니다. 과거 나무 한 그루 손대지 못하게 하던 규제 중심의 산림관련법이 개발 중심으로 대폭 변경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산지관리법’,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수목원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농어촌정비법’ 등이 제·개정되어 산림관리와 개발이 쉬워졌을 뿐 아니라, 자연휴양림·산림욕장·치유의 숲과 수목원 조성도 가능해지고, 심지어 임야 내에서 관광농원까지 만들 수 있도록 산림정책이 변경되었습니다.
이렇게 산림정책과 제도가 크게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먼저 나무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나무에 관련된 여러 책자를 구입하여 읽어보면서, ‘교양과 상식’수준을 넘어 ‘기술과 자격’을 취득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어 조경산업기사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조경과 식물공부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막상 기술자격시험을 준비하려고 보니 응시자격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조경기사의 응시자격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기술자격법상 ‘기사’의 응시자격은‘산업기사’ 자격을 취득한 뒤 실무경력을 쌓거나 대학에서 조경에 관련된‘관련학과’를 전공하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경학과가 있는 대학에 편입이라도 해 볼 생각으로 조경관련학과가 있는 방송통신대학에 편입절차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던 중‘산업기사’의 응시자격이 반드시 조경관련학과를 졸업하지 않아도 한시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국가기술법 시행령 부칙 규정을 발견했습니다.
즉,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대통령령 제22507호) 부칙 제3조가 2012년 12월 31일까지는‘산업기사’의 응시자격을 전공 불문 대학졸업으로 되어 있어 비전공자에게도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었기에,‘응시자격이 있는 동안의 합격’을 목표로 2011년 7월부터 조경산업기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시험공부가 만만치 않아 처음에는 학원에 다닐까 생각하다가 시간관계로 수험서를 사서 독학으로 공부하였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접해 보는 건축 관련용어와 중학교 미술시간에 공부하던 미학 관련용어 등 주로‘이과’(理科) 계통의 용어들 때문에 수험서를 보는 시간보다 인터넷을 검색하는 시간이 더 많았었습니다.
조경 외에 식물보호와 종자 관련 자격까지 취득한 이유는?
2011년 12월, 조경산업기사에 합격한 후 건강한 수목을 키우기 위하여는 나무의 병충해를 다루는 식물보호기사의 자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2012년 5월 식물보호산업기사까지 취득했습니다.
두 개의 자격시험을 공부하는 동안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 이후 국내 종자기업들이 외국계 회사에 인수·합병됨으로써 종자특허권까지 빼앗기게 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기초농업 부분에서만 매년 수 백억원씩의 로열티를 외국에 지급하여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종자’에 관한 공부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종자산업기사 자격시험에도 도전하게 되었는데, 유전학 이론까지 공부하여야 하는‘종자’시험이 너무 어려워 2번의 실기시험 낙방 끝에 3년만인 2013년 5월에 자격을 취득해 총 3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습니다.
새롭게 공부하기 어렵지 않았는지?
아시다시피 조경산업기사 시험은 1차 필기와 2차 실기로 나뉘어져 있는데, 1, 2차 시험 모두 주로 대학을 갓 졸업하였거나 대학 졸업을 앞둔, 젊은 나이의 다른 수험생들과 시험을 봐야 했습니다. 총 11회(종자산업기사는 2차 시험이 필답과 실기 등 2회로 나뉘어져 있다)의 시험장에 출입하는 동안 시험장에서는 시험감독관을 포함해 외견상으로도 단연 최고령이었습니다.
수험표를 주민등록증과 대조하는 감독관이 유독 저의 주민등록증을 유심히 살펴볼 때마다, 감독관이‘이 분은 대체 무슨 사연 때문에 이러고 있을까’라는 짐작이 들어 내심 창피스러운 때도 한 두번이 아니었지요.
어느 실기시험장에서는 시험장에 입장하려는 저를 다른 감독관이 보고 “감독하러 오신 분이시지요?”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산업적으로 영세한 규모의 업체(또는 농장)가 많아, 법적 지식이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이들 업체의 권익보호를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무에 관련된 공부를 하면서 제가 소유하고 있는 임야를 개발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현재 약 10,000㎡의 임야에 묘목을 심어 재배하고 있습니다.
묘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30여년 법조생활 동안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목대’라는 용어로 매매계약이 이루어지고 있고, 수목의 근원직경을‘전’또는‘점’으로 호칭하는 등 아직도 조경분야에서는 일본식 표현과 용어가 사용되고 있더군요.
무엇보다 정형화되어 시중에 나돌고 있는 수목관련 계약서의 양식이 불완전하여 향후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자격 취득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무 매매계약 등에 관련된 표준 양식을 새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수목에 관련된 법률문제 해결에 앞장 서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종자로 인한 로열티가 농업분야에서만 연간 수백억씩 외국 회사로 지급되어 왔을 뿐 아니라, UPOV(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 The International Union for the Protection of New Varieties of Plants) 등록 작물에 대한 로열티가 향후 수 천억원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제 종자전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종자산업법’을 공부하면서 표현의 불완전, 중복 등으로 인하여 법을 전공한 변호사도 종자산업법을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게 되어 있음을 절감했는데, 향후 종자산업법의 개정작업에도 힘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조경분야는 외부영역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데, 조경의 실질적 업무영역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저도 조경공부를 하면서 조경이 다루는 분야가 상당히 넓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느낀 바가 상당히 많습니다.
여러 영역에서 이미 조경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식재된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조차 잘 모르고 사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이면서, 이것을 조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식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 그 중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경식물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해를 높여 아름다운 수목, 기능성 있는 수목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조경인에게는 보람일 것이며, 조경수목을 생산하는 임장업주에게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우선 우리 주위에 있는 나무들의 이름표부터 달아주어 나무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실천 방법으로 조경인들이 중심이 되어 우선 서울 시내 가로수 부터 나무이름 달아주기 사업을 지자체와 협의해 시행하는 것이지요.
또한 나무이름표를 달더라도 학명, 보통명만 적는 것이 아니라, 나무이름의 유래, 기능도 부기하여 누구라도 한번 더 보고 싶도록, 휴대폰 카메라로 찍을 수 있는 나무이름표를 달아보자는 것입니다.
조경수목의 기능성을 적극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가 화재가 발생한 경우 방화용수를 심은 집에는 불이 늦게 번짐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사례, 조경이 잘되어 있는 병원 환자들의 완치율 조사, 조경공간 조성과 학교 학생들의 정서와 성적에 대한 상관관계 등에 관한 것들이 있겠지요.
이런 부분에 대해 조경인들이 많은 연구와 홍보를 통해, 더 많은 수요를 창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경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저는 이제 막 자격을 취득하였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조경하시는 분들로부터 많이 배워서 조경과 법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닿는대로 조경에 관련된 판례의 소개, 해설도 하고, 조경관련 법률에 대한 해설서도 만들어 법조인으로서 조경분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한국조경학회나 한국조경사회 같은 주요 조경단체들과 법률적 사안에 대한 의견 교류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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