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조경; 생태계의 징검다리

그림 그리는 조경가_8회
라펜트l정정수 소장l기사입력2013-10-12

우리들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지구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할 때 자연의 주인이 사람보다는 식물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본다.식물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자연환경이야 말로 모든 생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물을 순환시키며 곤충, 동물들 또한 건강하게 키워내는 원천이 되는 것을 잊고 살 때가 있다. 도심에서 많은 사람들과 바삐 움직일 때는 더욱 그럴 때가 많다.

 

사람이 자연을 밀어버리고 그 중심이 되어 살아가는 도심의 기능을 생각할 때, 가능한 많은 면적을 건축물에 할애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도로에 가로수를 심는 등 건물주변에 조경공간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규정을 통과했던 크고 작은 건물들의 조경공간이 형태마저도 찾아 볼 수 없게 훼손된 곳이 많음이 현실이다. 대표적인 주거공간인 아파트 내의 주차장을 지하를 활용함으로써 조경공간이 넓어지는 등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삶속으로 자연을 끌어들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연을 이야기하면서 흔히 말하는 것이생태라는 단어인데, 생태란 연결고리로, 생물은 물론 무생물들까지도  연결되어 이어진 원들의 모임이며, 이 원은 닫혀 있어야 원이라 할 수 있으며, 어느 한 곳이라도 끊어진 것은 원이 아니다. 이렇게 이어진 원이 고리를 형성하고 있어야 하며, 생태파괴의 원인은 연결고리의 단절이기 때문이다. 도심 건물의 옥상공간을 식물들에게 내어줘서 하늘을 통해 생태를 연결시킨 비오톱(Biotope)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곧 생태적 연결고리가 되는 징검다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더 적극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 옥상녹화 또한 형식적인 것에 그쳐 버리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기에 몇 가지 경험을 제시하고자 한다.

 


옥상의 디자인은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알맞게 설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ㅈ교회옥상으로 작은 집회 및 소그룹의 모임에 알맞게 시공되었다. 왼쪽 A형 퍼골라 뒤에  열주처럼 늘어선 스카이로켓이 외부와의 공간을 열거나 닫기도 하는 스크린 역할을 한다.

 

방수와 배수

정상적인 구배, 배수 부담면적 등이 산정된 기준대로 방수처리가 되겠지만, 옥상녹화가 되지 않은 옥상이 2~3년 내로 방수에 취약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방수 처리된 표면이 햇빛에 장시간 직접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옥상조경은 방수층이 햇빛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조경시설물들이 이것을 덮고 있는 상태이므로 수년이 지나도 초기 방수만 확실하다면 방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모든 방수 방법이 확실하다 해도 배수가 원활치 않다면 방수시설에 결정적 피해를 주며, 누수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데크를 설치하는 경우 데크로 사용하는 판재를 받쳐주는 받침목 사이로 배수가 원활하도록 좌우로 간격을 두며 시공하겠지만, 이 데크를 제외한 모든 면적에 배수판을 깔아준다. 배수판은 높이가 일정하므로 똑 같은 높이를 유지하겠지만 배수구 근처는 배수판이 점점 경사도를 높이며 2배정도 높게 시공했을 때 더 원활한 배수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시공된 배수판 위에 부직포를 덮을 때 주의할 점은 부직포의 투수정도를 확인해서 선택해야 하며, 배수판이 끝나고 벽면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20~30cm 정도 더 넓게 재단하여 벽면을 향해 꺾어서 부착시킨 후 경량토를 채워야만 경량토의 유실은 물론 배수의 방해를 막을 수 있다.

 


종합병원 옥상으로 도심 속에 건물만 갖고 있는 병원의 입원 환우들이 멀리 산과 들과 하늘이 보이는 푸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햇볕을 쪼이는 환우들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간호사들도, 예전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반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량토

옥상이 10층 이상 고층인 경우는 나무뿌리를 감싸고 있는 분을 고정시킬 수 있는 지지대를 외부가 아닌 경량토 속에 설치해서 고정시켜야 하지만, 그 외에는 배수판위에  부직포를 시공한 후 경량토를 90% 정도 채운 후 식재를 하기 전에 관수를 충분히 하게 되면 경량토가 바람에 날리지 않을뿐더러 공극을 메워주며 수분을 머금은 상태로 10%정도 가라앉으면서 흙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80% 정도가 채워지며, 20% 부족한 것은 식재 계획된 수목의 식재로 일부는 채워지게 되는데 나무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분의 크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식재가 끝나게 되면 상당부분 높이가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소교목까지 식재한 후에 표면에서 150mm내외를 흙으로 덮는 것이 지표면 안정화를 위해 좋은데, 흙의 상태에 따라 마사토를 섞어 사용하는 것이 더욱 좋다.

 

이곳에 음지, 반그늘, 양지를 좋아하는 지피식물들을 조건에 맞게 식재하는데, 지상에서 보다는 식재간격을 좁혀 심는 것이 지표면의 안정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잔디는 평떼로 시공하며 식재높이는 배수판을 포함해서 최소한 300mm까지는 잔디성장에 지장이 없다. 이 같은 높이를 감안할 때, 옥상녹화를 계획하고 있는 건물 옥상의 난간 높이는 1,200±300mm를 유지해야 한다.

 


옥상 조경의 지표면을 덮을 지피식물은 지상의 지피식물보다 간격을 가깝게 식재하여, 표면의 안정을 유지하게 한다. 거친 작은 돌들을 미니아주가, 나도부추, 할미꽃 등 지피사이에 조화롭게 놓을 수 있다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또한 파라솔이 만들어주는 그늘은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화단위에 미국낙상홍, 홍가시나무를 배경으로 Garden furniture를 배치하는 즐거움은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전달되어 함께 즐거움을 나누게 한다.

 

휴게시설

휴게시설의 편리성과 조경공간의 아름다움이 돋보이지 않으면 이곳을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이 둘 모두가 일정 수준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퍼골라와 파라솔은 사용자들의 휴식을 위해서는 필수조건이다. 잘 알고 있듯이 그늘이 없으면 이용하는 사람이 없게 되며, 사람과 곤충, 새들이 조경공간에 함께 할 때 조경이 완성된다고 생각한 다면, 그 중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퍼골라는 우리나라의 정자와는 또 다른 기능이 있어서 덩굴 식물이 기대어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 그곳에 그늘이 형성될 때 그늘막으로 이용한다는 차선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조경 시설물이다. 그럼에도 아파트를 포함한 복합주거공간 등에 시공되어진 퍼골라를 보면 기둥을 타고 올라갈 덩굴식물을 식재할 작은 화단이 있어야 퍼골라의 원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인데도 이런 것을 무시한 채 퍼골라의 조형성만 생각하고 시멘트 위에 퍼골라만 세워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모습으로는 퍼골라가 만드는 그늘이 미미하므로 이것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형적 퍼골라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것은 퍼골라 위에 아크릴 등을 고정시켜 덮어 놓기도 한다. 물론 「Garden」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도심의 변두리에서 고기 구워 먹는,「음식점 이름」으로 탈바꿈 한 것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권하고 싶은 것은 퍼골라 기둥 옆에 덩굴식물을 식재할 수 있도록 시공에 힘써 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파라솔은 많은 디자인들로 출시되어진 상황이라서 골라 쓰기에 충분하지만 관리인이 부지런하지 않다면 옥상에서 부는 바람이 빠져날 수 있도록 이중으로 만들어진 파라솔이 디자인은 좀 어색하지만 날아갈 위험이 줄어들기에 권할 만하다.

 

퍼골라 또는 파라솔 주변에는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비치 혹은 설치해야 하는데 출입구를 포함해서 밟고 다니는 빈도가 높은 장소에는 동선을 생각해서 데크를 깔아주어야 한다. 데크 면적은 가능한 최소화하는 것이 물론 좋다.

 



퍼골라의 기능은 덩굴식물을 키우는 것이 제1이고, 그늘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2이다. 퍼골라를 따라 덩굴식물이 올라가고 있다. 클레마티스는 많은 종류가 있어서 퍼골라를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식물이다. 또한 퍼골라는 현장의 기능과 면적에 맞게 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조경디자인이 될 것이다. 기성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결코 경제적이지 만은 않다. 사진은 같은 공간 안에 있음에도 기능에 따라 다르게 디자인 된 퍼골라의 형태이며,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사람만을 위한 건축물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건축가도 있는 것 같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우리가 파괴한 자연, 그 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좋은 건축, 좋은 조경이 될 수 없기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내면에 잠재해 있어야만 한다.

 

그 외에도 놓치기 쉬운 것은 옥상출입구의 문턱과 시공된 데크의 높이 관계인데, 옥상녹화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건물에서는 옥상의 바닥보다 출입구가 높게 시공되겠지만, 잔디가 시공된 높이와 데크의 높이가 일치해야 하는 점을 생각하면, 출입구 높이와의 관계를 고려해서 데크 사이에 우수처리를 해야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옥상녹화가 끝나면 옥상의 잦은 출입으로 인해 출입구 위에 캐노피를 설치해 주어야 한다.

 

사람이 살고 있는 양택(陽宅)에 반대되는 단어로 음택(陰宅)이 있는데 음택은 사람이 죽어서 관에 쌓인 채로 묻힌 묘지를 말한다. 이것은 의미부터 상반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양택은 창문이 있는데 반해 음택은 창문이 없다. 창문이 없는 건물은 죽은 박물들을 두는 곳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건물이 가지는 특징이다. 그런데도 현대 건축에는 창문을 없앤 건물이 가장 현대적인 것으로 치부된 채 내부에서 빛, 냉ㆍ난방을 사람들이 모두 해결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대의 도심생활은 자연과 벽을 쌓으면서 내면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방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많은 질병과 고통을 안고 살게 되어 있다. 병원 입원실 창 밖에 푸르른 자연이 보이는 곳에서는 치료를 받는 환우의 치료효과가 빠르다는 보고서도 많다.

 

자연은 바라만 보아도 인간을 치유하게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빌딩 숲, 그 위에서라도 식물을 살 수 있게 해야 우리 인간도 함께 잘 살 수 있게 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파트 옥상에 정원을 가꾸고 그 사이에 텃밭을 꽃밭처럼 조성해 준다면  더 건강한 아파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본다.

 

연재필자 _ 정정수 소장  ·  환경조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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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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