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대 조경인의 사명감 필요한 시기”

[인터뷰] 조경진흥 아이디어 공모 최우수-정경진 이자인 소장
라펜트l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3-10-31

보다 나은 삶의 질과 행복한 삶의 실현을 위하여 진화된 조경의 대응을 모색하고자 개최된조경진흥 아이디어 공모전’. 그 시상식이 지난 10 28() 10회 조경의 날 기념식에서 개최됐다.

 

공모전을 통해 생활 속의 조경실천, 조경업의 중장기적 전략과 사업화 등 새로운 조경, 조경학, 조경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그 중 보차도 경계에 임시정원을 조성하는 한국형 Park(ing) Day를 제안한 정경진, 조수연(㈜이자인), 김대현(㈜벤치스) 팀이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작은 쉽게 접하지만 공공화되기는 어려운 보차도 경계부를 정원과 축제의 키워드로 묶었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라펜트는 공모전의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자인의 정경진 소장을 만나 보았다.

 


좌측부터 김대현 ㈜벤치스 대표, 정경진 ㈜이자인 소장, 조수연 ㈜이자인 이사 

 

수상 소감은?

이번 공모전에 다양하고 우수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응모된 것으로 들었는데 특별히 저희 아이디어를 최우수상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조경진흥과 발전방향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주신 ()한국조경학회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아이디어를 다듬어준 조수연, 김대현 두 분 동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공모전의 참가 계기는?

수상작 발표시간에도 잠시 말씀 드린 것처럼, 사실 저는 우리나라 조경분야의 한계와 문제점, 수많은 현실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조경의 가치와 비전을 열어주지 못하는 선배 세대 조경인들을 원망하고 사석에서만 불평불만을 넋두리처럼 늘어놓던 전형적인 변두리 조경인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 학번이(가천대학교 조경학과 87학번) 비난을 할 나이가 아니라 비난과 원망을 받아야 할 선배로서의 자리에 놓여져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대안 없는 지적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작은 도움이라도 기꺼이 내어 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고민하던 중에 공모전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수상에 대한 기대보다는 행사에 참여하는 자체가 제가 해야 할 일, 또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생각으로 참가했습니다.   

 

'시민참여형 가로정원만들기 축제-Street Garden Festival' 어떤 내용인가?

사실 시민참여, 가로정원, 축제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조경분야에서 그리 새롭고 독특한 아이디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희가 주목한 것은 첫째, 조경진흥의 근본적 출발점은 조경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감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 둘째, 시민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조경을 알리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가장 쉽게 노출되는 공간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셋째, 조경설계 및 시공, 자재 등 조경업계의 시장확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제안한 시민참여형 가로정원만들기 축제란 보차도 경계부, 즉 시민들이 빈번히 이용하는 가로환경을 대상지로, 매년 정해진 일정기간 동안 시민들이 참여하는 가로정원만들기 축제를 개최하고, 일부 우수한 참가작품은 실제 조경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조경산업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실천운동입니다.

 

즉 임시적 조경을 활용하여 조경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영구적 조경공간을 확보하여 조경산업을 지원하자는 의도입니다. 또한 축제를 개최하는 가운데 민·관 조경전문가 모두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일종의 통합적 조경부흥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혹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려웠던 점은 역시 실현가능성에 대한 몇 가지 우려였습니다. 가로환경의 주목적은 이동이기 때문에 좁은 보도공간에서 차량 승·하차, 보행 등의 행위에 불편함을 초래한다면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진 않을지, 또는 건물 1층의 상업행위와의 마찰, 축제 시 시민참여도 저조 등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 때문에 실현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민 끝에 나름대로의 대응방안을 찾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가능성을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또 이런 고민의 과정을 솔직하게 공모전 제안서에 담았던 것이 오히려 평가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조경인들에게 한마디

저는 개인적으로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구체적 대안이 없는 막연한 희망은 고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조경분야는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먹이자원은 한정되어 있는 서식처에, 먹고 살아야 할 개체수는 늘고 있고, 도처에 천적들이 도사리고 있는 정글 같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정글에는 법칙이 있습니다. 우선 개체수를 줄이는 아픔을 감내해야 하고, 힘을 모아 천적으로부터 서로를 지켜나가야 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모험을 해야 하는 것이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를 포함한 3,40대 조경인들의 새로운 사명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떠나지 않을 거면 이겨나가도록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못다한 말이 있다면?

이번에 제정된 조경헌장을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 설계, 조성, 관리하는 문화적 행위이다.”라는 문장에서 대학교 1학년 때인 1987년도의 세포들이 아련히 되살아남을 느낍니다.

 

전문 영역의 가치가 공사비의 규모나 공종의 비중으로 평가되는 사회에서, 내 전공에 대한 투철한 자부심으로 무장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길 원하시는 조경인들에게 한국조경헌장을 권합니다.

 

글·사진 _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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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laf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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