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가능을 가능으로 ‘하이라인 스토리’

하이라인 지난 10년의 발자취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4-06-13



맨하튼을 관통하는 2.4km 낡은 열차선로가 뉴욕의 랜드마크가 됐다. 하이라인.

 

낡은 철길의 변화가 발휘한 파급력은 실로 막강했다. 공원개장 이후 연간 2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발길을 향했다.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퀘어 광장,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맨해튼의 마천루, 소호, 센트럴파크, 최근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등 수많은 명소를 제치고 사진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이 포스팅된 뉴욕의 명소로 꼽혔다. 뉴욕의 대표 관광자원이 된 것. 인근 부동산 등 경제적 부가가치도 덩달아 올라갔다.


직선거리로 11000km가 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선형공원의 영향력은 작지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조경공약이 바로 서울역고가를 ‘하이라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부산 동해남부선의 상업적 변질을 걱정하며 공원화 운동을 벌이는 ‘해운대 기찻길 친구들’에도 ‘하이라인 친구들’ 정신이 이어져 있다. 근래 도시재생과 녹색복지의 대표사례로 빈번히 거론되는 장소가 바로 하이라인이다.


<하이라인 스토리>는 하이라인 친구들의 공동설립자인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헤먼드’가 지난 10년간의 길고 길었던 공원화 과정을 인터뷰 형식을 통해 회고하는 책이다. 하이라인에 관련한 수많은 보도와 자료가 있지만 이 책은 두 명의 동네 주민의 수다에서 뉴욕의 랜드마크가 된 공원을 개장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천신만고의 순간들을 본인들의 입으로 최초이자 유일하게 밝힌 기록이다.


데이비드와 해먼드는 이 책을 통해 허무맹랑하고 불가능하다는 시선에 맞서 철거를 막아내고,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원이 들어서기까지의 역사적 순간들을 담담하게 둘러본다. 결정적인 법원 판결, 모금을 위한 몸부림과 동네 주민부터 유명인들까지 수많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영감을 불어넣어준 설계 공모전,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의 열정, 9·11 테러 이후 등장한 도시계획 문제, 한국인 건축가 황나현이 총괄한 설계 디자인 과정 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하이라인 공원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는 시민들이 공동의 선을 위해 힘을 모으면 얼마나 놀라운 일을 이뤄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뉴욕의 시민들은 낡은 것을 무조건 밀어버리는 대신 옛것을 새롭게 재창조해 지역사회의 부흥은 물론 뉴욕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저자들은 효과적인 시민운동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공원화 계획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지역가치 상승과 세수 증가를 공원화에 소요되는 예산과 대비시켜 경제적 가치를 증명해서 뉴욕 시를 파트너로 끌어들였고, 공익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이해 당사자들의 관계 조정을 원활하게 하는 개발권이양제도를 보완해서 부동산 지주들과 보존론자 양측 모두에게서 지지를 얻었던 사례들을 통해 건설적인 시민운동의 중요한 지점을 보여준다. 하이라인의 기적은 철거냐 보존이냐의 논쟁이 늘 경제적 수치와 무형의 가치 사이에서 대립하는 구도를 깨부수면서 일어난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만든 공원 하이라인에는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시적 삶에 대한 해결 방안이 담겨 있다. 또한 시민운동이 놀라운 결실로 맺어지도록 밀어붙인 열정과 전략 또한 엿볼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하이라인 스토리>는 자발적 시민운동이 낳은 위대한 성과이자 도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창조와 역사의 기록”이라며, “새로운 도시 기획과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이라인 스토리>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는 추천사를 남겼다.


뉴욕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하이라인 공원은 올해 3번째 구간이 완공될 예정이다.


지은이_조슈아 데이비드, 로버트 해먼드 | 펴낸곳_도서출판 푸른숲 |

출간일_2014년 3월 17일 | 정가_25,000원 |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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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_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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