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비슷한 가로녹지, 어떠신가요?

조수연 녹색기자의 ‘조경을 걷다’ 1회
라펜트l조수연 녹색기자l기사입력2014-06-29

비슷비슷한 가로녹지, 어떠신가요?


·사진_조수연 녹색기자((주)이자인 이사)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시원하게 느껴지던 바람도 약간의 습기를 머금고 있고, 제주도 아래에는 벌써 장마전선이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람에겐 조금 불편하지만, 온도가 높아지면서 식물들은 제철을 만났습니다. 봄에 꽃을 피우고 천천히 자라던 잎들은 진한 녹색의 기운을 내뿜으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짙고 푸르러지는 시기, 우리가 쉽게 만나게 되는 가로변 녹지를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거리를 걷다보면, 가로수뿐 아니라 최근에는 다양한 띠녹지나 화단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울시는 물론이고, 경기도의 과천시, 부천시를 비롯한 다른 도시들에서도 가로변에 띠녹지를 조성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용산구 가로변 띠녹지(좌), 강남구 가로변 띠녹지(우)


하지만 몇몇 곳의 띠녹지를 살펴보고 나면, 대부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울타리 모양으로 사철나무, 쥐똥나무를 심거나, 철쭉, 회양목을 심기도 합니다. 간간히 보행로가 넓은 곳에 조성된 녹지대에는 경계석을 따라 여지없이 회양목이 심겨 있습니다. 교목의 하부에는 맥문동이나, 간간히 옥잠화, 비비추 같은 잎이 넓은 다년생 초화가 심겨 있기도 합니다.


녹지가 조성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쾌적한 느낌을 줄 때가 많지만,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새로운 식물은 없을까? 지역 특성을 살리는 디자인을 담은 녹지대를 조성할 수는 없을까? 곳곳에는 녹지대 외에 대형화분 형태의 플랜터 박스나 작은 화단을 설치해 놓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로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에 잘 사는 꽃들이 심겨있어 어디에 가나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런 식물들이 선택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공해도 심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기도 하고, 건조나 강한 햇빛, 영구적인 음지에서 견뎌야 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물을 자주 주어야 하거나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야 잘 사는 식물은 거의 심겨 있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아마도 관리하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주 물을 주거나, 거름을 주고, 겨울에는 바람막이를 해주는 등의 일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디서나 봄직한 대형 원형 화분. 계절별로 비슷한 초화류가 심겨있다


그렇지만, 도시 가로변 전체를 비슷한 식물로 덮어 놓는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어쩌면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잘 사는 식물 몇 종만을 습관적으로 사용해 온 것은 아닐는지요. 조경분야에서 보다 적합하고 다양한 식물을 발굴하고, 관리에 대한 매뉴얼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요.

 

계속해서 기존의 식물과 패턴으로 비슷한 경관연출을 답습하다 보면, 식상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조경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 식물을 구입해서 심고, 적당히 가꾸면 된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식물을 찾기가 힘들다고 해도, 관리가 어렵다고 해도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다양한 식물을 발굴하고, 관리에 대한 시민의식을 개선하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조경에서 해나간다면 더 즐겁게 가로를 산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사진 _ 조수연 녹색기자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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