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에 조성된 한국정원

타슈켄트 서울공원 준공, '통(通)하는 디자인'
라펜트l신현돈 대표l기사입력2014-07-02

타슈켄트 서울공원 전경 ©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지난 6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Uzbekistan Tashkent)에 한국정원이 조성됐다.


이 사업은 2009년 5월, 우즈베키스탄 현지의 고려인 대표가 한국공원 조성을 요청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타슈켄트시가 서울공원 조성 부지를 확보하고, 우즈베키스탄 고려문화협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사전절차를 추진하며, 본격적인 서울공원 조성에 불씨를 살렸다. 


2010년 7월 서울특별시와 우즈베키스탄공화국 타슈켄트시와의 자매도시 협정에 따라 양 도시의 우호관계 증진을 위한 타슈켄트 서울 공원 조성 및 관리 협정서를 체결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2011년 10월, 타슈켄트 바부르공원(Tashkent Babur Park)지역에 조성되는 서울공원에 대한 현상공모 절차를 거쳐 서안알앤디 디자인(주)(대표 신현돈, 이하 서안알앤디)의 설계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고려인마당 스케치©서안알앤디 디자인(주) 


구소련 해체(1991년) 이후 독립한 구소련 공화국들이 발족한 ‘독립국가연합’ CIS(the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에 소속되어 있는 우즈베키스탄(Uzbekistan)은 실크로드(Silk Road)의 중심지로 아시아 대륙의 심장부에 자리 잡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구 소련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Uzbekistan), 카자흐스탄(Kazakhstan), 키르기스스탄(Kyrgyzstan), 타지키스탄(Tajikistan), 투르크메니스탄(Turkmenistan)등의 다섯 국가를 말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이자 ‘중앙아시아의 수도’라 불리는 타슈켄트(Tashkent)는 약 445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대도시이다. 


 타슈켄트는 투르크어로 ‘돌(Tash)의 나라(kent)’를 뜻하는데, 돌(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나라라는 의미처럼, 과거 실크로드(Silk Road)의 중요 도시로 번성하였던 곳이다. 농업이 발달했으며, 규모가 큰 국제공항 등의 교통 기반시설 또한 잘 정비되어있어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달한 지역이다.


이 곳에는 1937년 구소련에 의해 17만 한국인이 강제 이주되어, 현재 약 23만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 약 8,000㎡의 면적의 대상지는 시애틀공원, 외교단지, 이자미 사범대학이 인접해있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현지인과 고려인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고 향수를 달래는 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타슈켄트 서울공원 당선작은 대한민국과 수도 서울의 이미지를 쉽게 알릴 수 있는 설계, 한국 전통조경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널리 알릴 수 있고 기존 바부르공원과 조화를 이루면서 차별성을 갖도록 계획하였으며 고려인들에게 고향의 정취와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타슈켄트시 공원국 설계발표회 © 2012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우즈베키스탄 국가연구원 설계발표회 ©2012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신 블라디미르 우즈베키스탄 고려문화협회장은 “서울공원이 조성된다면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의 구심점 구실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공원을 설계한 서안알앤디 신현돈 대표는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은 고려인을 비롯한 한국인과 우즈베키스탄인이 어우러질 수 있는 우호관계를 상징화 하는 공간이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중앙아시아에 한국 전통정원의 여운과 멋을 드러내어 대한민국을 알리는 문화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크로드에 조성된 한국정원


글·자료_ 신현돈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대표이사


신현돈 대표(서안알앤디 디자인(주))


우즈베키스탄(Uzbekistan), 타슈켄트(Tashkent), 나보이(Navoiy)...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생소한 지명이 아니다. 그동안 중앙아시아와의 활발한 교류와 자원개발의 중요성으로 인해 어느덧 우리의 곁에 다가와 있다.


한국인들이 러시아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1863년(철종 14)으로 거의가 농업 이민이나 항일 독립 운동가들의 망명 이민으로 한겨울 밤에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서 우수리강 유역에 정착하였다.그 후 연해주에 거주하던 그들은 스탈린의 이른바 대숙청 당시 유대인·체첸(Chechen)인 등 소수민족들과 함께 가혹한 분리·차별정책에 휘말려 1937년 9월 9일부터 10월 말까지 우즈베키스탄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어 17만 카레이스키들에 삶의 애환과 슬픔이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이 외세의 침략을 받은 횟수는 900번이 넘는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 또한 대한민국만큼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지배의 역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중앙아시아의 영토를 호시탐탐 노렸던 것이다. 페르시아 제국, 알렌산더 대왕의 원정, 서 돌궐 제국의 침입과 압바스 왕조 등 아랍세력의 침입 그리고 몽골제국의 점령, 러시아 제국의 점령 등 파란만장했던 우즈베키스탄 침략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와 흡사한 면이 많으며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점 또한 비슷하다.이러한 시대적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하는 장소로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위치는 수도 타슈켄트 국제공항에서 시내 외교단지 방향 3.8km에 조성되었으며 주변에는 이자미 사범대학의 대학로가 있고 북측에는 젊은이들을 위한 결혼신고 센터가 있어 접근성이 좋으며 외교단지와 인접해 홍보적으로 유리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방 이후, 근대화 및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외국 도시와 교류의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매도시, 우호협력도시 등의 협력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외국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도시들은 단지 명목상의 협력관계가 아닌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강구하여 단발성의 행사보다는 해당 도시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사업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한국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각국의 독자성을 갖춘 한국정원을 외국도시에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외국도시에 조성하는 한국정원은 하나의 단순한 조경공간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외국도시에 조성한 한국전통정원을 통하여 우리나라 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일은 대한민국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기에 타슈켄트 서울공원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 의한 한국의 전통미를 구현하여 타슈켄트시 현지인들에게 대한민국의 단아하고 소박한 풍경을 느끼도록 하였다.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은 대한민국과 수도 서울의 이미지를 쉽게 알릴 수 있도록, 한국 전통조경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반영한 설계안 작성에 주안점을 두었다. 여기에 우즈베키스탄 경관과의 차별성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획안을 도출하고자 했다.


마스터플랜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서석지 스케치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특히 이제까지 외국공원에 조성된 한국(혹은 서울)공원들이 대부분 조선시대에 초점을 맞추어 재현을 했던 한계를 벗어나, 17만 고려인들이 정착했었던 과정을 스토리텔링으로 설계에 반영하여 옛 고려의 문화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공원의 공간경험은 두 가지 시점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고려인과 현지 한국인 등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공간경험으로, 서정적이고 다원적인 공간구조를 지나면서 체험하는 경관의 단서들을 통해 고향, 한국의 정취를 더듬어나가는 연속적 경관 체험의 장이다.


다른 하나는 타슈켄트 시민을 비롯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경험으로서, 낯선 경관에서 느끼는 새로움과 지형과 경관을 다루는 다양한 기법 및 자세를 읽으며 과거 실크로드를 통해 동아시아와 교역을 이루었던 것처럼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원에서의 산책을 하며 한국의 경관을 이해하고 한국문화를 느끼는 과정으로 설정하였다.


타슈켄트 서울공원의 특징은 방문객에게 공간을 한 번에 오픈시키지 않고 간정(間定) 등을 조성하여 다음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깊이 있는 공간감을 연출하고 연속성을 부여하는 시퀀스적(sequence) 효과를 중요한 특성으로 가지고 있다.


서(瑞)맞이 영빈마당은 타슈켄트 서울공원에 주 정원으로, 방문객이 고려인 풍류마당으로 한 번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간정 기능을 부여한 공간이며, 담장으로 공간을 위요하여 깊이감을 연출하고자 하였다. 또한  야외행사시 무대 지원시설의 기능을 부여하여, 개복청(改服廳)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원 건축물은 궁궐이나 사찰의 화려한 정자보다 별서정원이나 서원의 소박하고 단아한 한국의 정원미를 살렸다.


공원 내 여러 개로 분절된 다원적(多元的) 공간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오픈 뮤지엄의 요소로 작동한다. 이와함께 정원 건축물의 배치는 주변의 경관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한국정원의 특성을 바탕으로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영역성을 갖도록 바깥마당, 간정, 안마당, 영빈마당, 고려인마당, 후원으로 조성하였다.정원구조물은 매화원, 후원 등의 성격을 강화하는 화계, 방지와 기단 등의 정원구조물과 공간 및 지형을 구획하고 레벨의 다양성을 주는 기단, 선큰 마당 등의 계획을 수립하였다. 정원 시설물은 각 마당의 공간별 성격에 맞는 다양한 전통 시설물, 적통석물(괴석, 정료대, 물확, 벅수 등)을 배치하여 세월이 흐를수록 고귀한 멋이 더해지도록 하였다. 또한 재식계획은 타슈켄트의 기후조건에서 생육이 가능한 수종을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우리의 향토수종과 각 공간별 성격에 부합하는 수목을 식재하도록 했다. 



기단과 종루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누정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서석지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세계로 통(通)하는 디자인'이라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상과 가치관은 달라도 사람들이 정원을 찾는 이유는 대륙적인 스케일에서 오는 감동과 희열이 아니라 생활주변, 삶 속에서 찾는 소소한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한국정원은 정원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열림과 닫힘의 미학이 담긴 '소정원', 하늘을 담은 방지방도의 아름다운 '여백의 미', 고요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물소리', 꽃담에 내려앉은 '꽃내음', 청아한 '종소리'... 소소함과 단아함, 여기에 친근함으로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한국정원은 위치적, 문화적, 기후적 차이를 극복한다.


시공중인 현장 © 2013 이오씨(주)


서석지 시공중 모습 © 2014 이오씨(주)

글·사진 _ 신현돈 대표  ·  서안알앤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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