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북구 돈암2동 주민센터 앞에는 35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서울시 지정보호수로 되어 있긴 하지만, 땅 소유주 측의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주변에는 쓰레기 및 온갖 오물들이 쌓여 있어 지역의 흉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서울디자인재단과 아름지기재단은 정자나무를 다시 살려내어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자는 취지 아래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마을 정자나무 가꾸기’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도 5월부터 시작된 ‘마을정자나무 가꾸기’ 사업은 서울시 조경과, 성북구청, 흥천사, 돈암2동 주민센터 등의 협조 속에 대상지에 대한 조사, 분석, 연구 등 수차례의 간담회 등이 진행되었고, 2개월간의 조경공사를 끝으로 2014년 8월초 새로운 모습을 공개했다.

특히, 350년이나 된 느티나무 전설에 대해 마을주민들 조차 대부분 모르고 있었지만 원주 인터뷰와 문헌조사 등을 통해 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발굴했다.

오래 전에, 흥천사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있었던 느티나무가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죽어가고 있었는데 흥천사 주지스님 및 주민들이 힘을 합쳐 썩은 나무속을 파내고 치료하여 기적적으로 되살아났고, 그 후 마을 주민들은 다시 살아난 나무에 영한 기운이 생겼다고 믿었고 나무는 마을의 서낭당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아기가 생겼을 때 와서 늘 기도하는 등 주민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던 나무였는데, 원주민들이 타 지역으로 이사를 많이 가게 되고 판자촌이었던 지역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지워졌다고 한다.

조경 디자인 컨셉은, 흥천사 입구로서의 상징성과 인근 아파트단지와 연계된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추진하였고, 조경설계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의 정욱주 교수가 맡아서 진행했다.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먼저 진행하였던 것이 느티나무 주변의 잘못되어 있는 환경을 걷어내는 일이였다. 느티나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산만한 사인 시스템을 제거하였고, 나무 생육에 지장을 주는 잘못 쌓아진 일본식 견치석을 제거하고 전통방식으로 견치석을 쌓아 올렸다.

느티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흙막이 펜스 디자인은 철제강판에 무광도장을 사용하여 깔끔하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을 추구하였고, 보호수 안내 사인물 역시 별도로 만들기보다 펜스를 활용하였다.

그리고 경관적 가치가 높은 보호수 주변 암반을 활용한 휴게공간을 디자인하여 주민 모두가 편히 와서 쉴 수 있도록 하였다.

서울디자인재단과 아름지기재단이 함께 하는 ‘마을정자나무가꾸기’ 사업은 돈암동 흥천사 느티나무를 시작으로 매년 1개 나무씩 선정하여 진행할 계획이고, 사업예산은 민간기업 및 시민의 후원을 받아 100% 민간자본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216주의 지정보호수가 있지만, 이 외에도 가치가 있고 보호받아야 할 정자나무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 서울디자인재단과 아름지기재단은 향후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여 제보, 홍보, 기부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 종합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에 있다.   

백종원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마을의 상징이자 주민들의 쉼터인 노거수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어 주민들에게 되돌려 줌으로서 사람, 자연, 문화가 어우러지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어 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연균 아름지기재단 이사장은 “마을 정자나무 가꾸기 사업을 통해서 단절된 이웃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주민간 커뮤니티가 다시 연결되는 시발점이 되면서, 마을의 소중한 자연유산 또한 오래도록 보존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흥천사 입구 느티나무

흥선사 입구 느티나무 개선 전과 후

보호수 주변 개선 전과 후

오래된 휀스와 보호수 안내판(좌), 강판 휀스 겸 보호수 안내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