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고가 프로젝트, 첫단추가 중요하다

하이라인 열린 공모방식 참고해야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4-10-05

 

서울시가 하이라인 파크를 서울역고가 프로젝트의 벤치마킹 모델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라인 파크는 ‘하이라인 친구들’의 주도아래 ‘시민주도형’ 공원화 모델로 평가받는 대표 사업이다. 여기에 조경을 중심으로 건축, 식물 전문가가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낸 뉴욕의 랜드마크라는 점도 전문가 참여에서 눈여겨 볼만한 기록이다.

 

하이라인 파크의 디자인은 비영리단체인 ‘하이라인 친구들’이 국제공모전을 통해 선정했다. 조경, 건축, 도시계획, 토목 등이 한 팀으로 하여 RFQ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51개 팀이 참여한 가운데 미국의 조경회사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와 건축회사 Diller Scofidio + Renfro의 설계안이 당선됐다.

 

그러나,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 하겠다던 ‘서울역고가 프로젝트’가 설계지침이 마련되기 이전부터 전문가 참여와 관련해 논란을 빚고 있다.

먼저 시는 서울역고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전문위원(PA)으로 내부적으로 건축가를 선임했다. PA는 공모지침 작성, 초청디자이너 추천과 선정을 수행함으로써,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난 23일 뉴욕 하이라인에서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의 많은 공원과 정원을 만드는데 시민단체나 환경단체가 참여하고 있다”면서도 “국내 저명한 디자이너, 건축가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건축할 사람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덧붙여 “도시의 발전이 ‘건축’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서울역고가 사업을 ‘건축’ 프로젝트로 보는 박 시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울역고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하이라인 파크는 시민과 조경이 주도한 선형공원 프로젝트이다. 하이라인 파크 공식웹사이트에서도 조경회사인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을 'Project lead'로 명기하고 있다. Diller Scofidio + Renfro(건축)와 Piet Oudolf(식물)는 참여사이다.

 

‘하이라인 친구들’의 공동대표로 하이라인 프로젝트를 이끌고 갔던 ‘로버트 헤먼드’는 그의 저서 ‘하이라인 스토리’에서 “팀의 리더를 건축가로 할 것이냐, 조경가로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회고하며 다음와 같이 밝혔다. 

“결국 팀 안에서 원하는 사람에게 리더 역할을 맡기는 것으로 결정내렸지만,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할 수 있다면 나는 반드시 조경가를 리더로 내세우도록 방침을 정하겠다.”


24일 서울시(도시안전실 도로관리과)가 석간으로 배포한 보도자료는 하이라인 총괄 설계사였던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 대한 언급 대신에 ‘현장시찰에 하이라인 친구들의 두 대표와 총괄건축가 황나현과 동행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하지만 당시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소속 관계자에 말에 따르면 건축가 황나현은 하이라인 프로젝트에서 조경일로 총괄설계를 맡았고, 때문에 하이라인 속 역할로 놓고보자면 ‘총괄건축가’가 아니라 ‘총괄조경가’로 표기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소속 설계사(조경) 표기없이 설계자 이름만 보도자료로 노출시킨 점 역시 석연치 않다.

 

이처럼 서울역고가 프로젝트는 본격적인 설계지침이 마련되기 이전부터 다양한 경로에 의해 공간에 색을 입히는 움직임이 목격되고 있다. 시민단체 주도로 경계구분 없이 다양한 전문분야의 참여가 전제되었던 하이라인과도 다르다.

 

박원순 시장의 6.4 지방선거 공약은 ‘서울역고가 하이라인파크’였지만, 공원화(Park)로 발전 가능성은 미지수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후에는 ‘서울역고가 하이라인파크’에서 ‘(가칭)서울역고가 프로젝트’로 옷을 갈아입었다. 9월 도로관리과가 발주한 ‘국제현상설계 공모지침 및 관리용역’ 지침에서도 공원에 대한 언급없이 공간의 가변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서울역고가가 ‘공원’이 된다고 확정된 바가 없다."며, "서울역고가는 현상설계공모에 따라 공간 유형이 결정되므로, 공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9월 24일 보도자료에서도 ‘공원화’가 아닌 ‘보행공간’에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하이라인 파크를 참고하지만 ‘공원’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최근 서울시는 마포석유비축기지 공원화 설계경기와 같이 도시와 지형적 맥락까지 다루어야할 프로젝트에 조경과 도시계획 등 전문분야의 참여를 배제시키고 건축사사무소 위주로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서울역고가 프로젝트를 앞두고도 걱정이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10월 중 공개될 ‘서울역고가 국제설계공모’ 지침과 심사위원 구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오는 12일 서울역고가 개방행사에 대한 조경인의 참여와 관심도  당부했다. 이 곳에는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조경관련 단체와 업계가 참여해 목소리를 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ch_19@hanmail.net
관련키워드l하이라인, 서울역고가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