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국립공원 케이블카, 약인가 독인가?

글_오정학 논설주간(경기도시공사 사업기술처)
라펜트l오정학 논설주간l기사입력2014-11-06
국립공원 케이블카, 약인가 독인가?

오정학 논설주간(경기도시공사 사업기술처) 

국립공원 쪽이 꽤 시끄럽다.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싸고 말들이 무성하다. 현재 설악산(양양), 지리산(남원, 함양, 산청, 구례), 월출산(영암), 한려해상(사천)의 4개 국립공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사천을 빼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환경훼손과 경제성 부족으로 2012년에 부적절 판정을 내렸던 곳이다. 특히 양양은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모두 부결되었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산림복지단지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사전재해영향성검토를 포함한 29개 인허가가 생략되고, 환경영향평가는 4계절에서 1~2개월로 줄어들며, 훼손에 따른 각종 부담금도 감면되기 때문이다. 특구가 되면 이에 더해 산악호텔, 산악박물관, 산악열차 등의 운영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 6월에 전경련이 지폈다. 특구 지정과 케이블카 설치로 산악관광을 활성화 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를 투자활성화대책으로 발표하여 화답했고, 지자체와 이익집단들은 찬성하며 반겼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시민단체가 반발하여 갑론을박이 심해졌다. 각각 ‘지역경제’와 ‘생태환경’을 내세운다. 그러면서 서로 상대방 논리는 억측이라고 평가절하 한다. 누구의 말이 합당할까? 판단이 쉽지 않다. 옳고 그르고의 문제 이전에, “국립공원의 존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국립공원의 역사를 살펴보자. 1872년 미국 옐로우스톤 지역이 세계 첫 국립공원이 되었다. 반응이 좋아 국립공원제도는 곧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에도 21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미국 국립공원국조직법은 관리이념으로 “차세대를 위해 국립공원의 가치와 자연자원과 문화자원을 보전함”을 명시했다. ‘보전’이 관리의 기본이념인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 국립공원은 특정인과 기업의 소유나 제한적 활용을 불허하는 절대 공공성이 확립되었다. 이것이 세계최초의 국립공원 지정 국가, 미국의 국립공원 운영원칙이다. 당연히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다.

물론, 한국을 미국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하다. 기본적으로 국토 면적과 국립공원 단위면적이 너무 다르다. 게다가 토지소유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미국은 사유지 비율이 평균 4%가  안 되나, 한국은 20%가 훨씬 넘는다. 작년에 국립공원이 된 무등산은 무려 69.5%에 이른다. 이 때문에 한국은 재산권 침해논쟁과 함께 개인과 집단의 개발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선거를 치러야하는 지자체로서는 그러한 지역분위기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게다가 탐방객수는 인구비례로 따지면 한국이 적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북한산은 단위면적당 탐방객수가 많기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이다. 몇몇 과다이용의 징후 속에서 케이블카는 더 이상의 생태훼손을 막기 위한 구원군 혹은 또 다른 가해자로 각각 지목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스위스와 프랑스, 호주 등은 케이블카 성공사례로 많이 꼽힌다. 그러나 이들 나라도 한국과 직접 비교하긴 힘들다. 물론 알프스 산맥에는 많은 케이블카가 있다. 그렇지만 유럽의 명산 알프스를 보러왔다가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지, 케이블카를 타러 왔다가 알프스를 보는 건 아닐 것이다. 케이블카는 조망이 목적이므로 주변 풍경이 중요하다. 콘크리트 아파트만 잔뜩 보이는 한강 유람선이 아무리 노력해도 프랑스 세느강의 유람선을 따라가기 힘든 것과 비슷하다.  한국 국립공원의 풍경을 경시하는 게 아니다. 다만 해당 국립공원 탐방객의 유치권이 세계적인가 국내적인가는 냉정히 판단하자. 만일 국내적이라면 재방문 창출이 필수적이다.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2012년 개통한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이용자가 첫해에만 반짝했을 뿐 그 다음해부터 반 토막 나버렸으니 말이다. 오히려 케이블카가 들어서면서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폐쇄되어 등산객이 줄었다. 지역경제에 도움은커녕 전보다 더 팍팍해졌다. 케이블카 하나에만 너무 의존했다가 재이용 창출에 실패한 허망한 결과이다. 중국은 어떤가? 세계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인 황산과 태산 등지는 세계적인 산악관광지라는 칭찬을 여행⋅관광업계에서 많이 한다. 반면, 케이블카 등의 지나친 인공시설이 경관을 크게 훼손하여 유원지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공존한다. 

국립공원은 생물종다양성을 지키는 자연의 보고이다. 한번 훼손되면 되살리기 힘든 생태적 민감지역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 가치는 세월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쉽사리 케이블카 설치를 결정하기 힘들다. 반면, 인간이 배제된 자연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규모 자연자원의 상당부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근본주의적 보존정책만을 펴는 것은 과연 능사인가?  상당수 사람들에게 국립공원은 ‘자연’이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명소’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럴 때 자연은 이미 그 원초적이고 모태적이며, 때로는 생산적인 권능을 박탈당한 일종의 문화적 가공물이 되고 만다. 그러나 사실 국립공원은 아름다움과 뚜렷이 다른 미학적 범주로서의 ‘숭고함’ 그 자체이다. 그것과 비교하면 다른 것은 모두 왜소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과연 지역경제는 좋아질까? 관광사업은 사업성 분석으로 그 경제적 타당성을 예측할 수 있다. 대개 수요예측을 거쳐 산출되는 내부수익률(IRR), 순현재가치(NPV), 비용⋅편익비(B/C Ratio)가 기준이 된다. 물론 수요예측과 분석의 전제조건에 따라 가변성이 많으나, 어느 정도의 시뮬레이션은 가능하다. 기존 보고서에 나타난 비용⋅편익비율을 한번 살펴보자. 설악산(양양)은 0.91, 월출산(영암)은 0.92, 지리산은 함양 0.59, 산청 0.70, 남원 0.89, 구례 1.03이다. 구례만 빼고는 모두 기준치인 1.0 미만으로서 경제성이 없고, 그나마 구례도 본전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지역경제발전과 같은 자기희망적 주장이 난무하는 것은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의 영향이 크다. 미륵산 케이블카는 작년에 137만 명이 이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덕분에 통영시는 수십억 원의 수익을 배당받았는데, 이는 곧 국내 케이블카 사업의 성공신화가 되었다. 그러나 한려해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통영 사례가 국내의 다른 국립공원에 모두 그대로 적용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경제성 분석은 왜 그렇게 나왔을까?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고 다른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국립공원 관리를 원칙적으로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또 다른 환상을 쫒을 수는 없다. 지금은 “하면 된다” 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안 되면, “아니면 말고” 할 것인가? 지금은 제대로 해야 하는 시대이다. 환경영향평가나 경제성분석과 같은 제도적 틀 속에서 정밀히 판단할 일이다. 이러한 절차를 줄이거나 생략하고 시행한 대형 개발사업의 폐해를 우리는 이미 똑똑히 보고 있다. 대지윤리를 정립한 미국의 알도 레오폴드는 오늘의 한국사회에 그대로 적용되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전리품만을 지향하며 여가 활동을 즐기는 사람은 가지 못하는 땅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 먼 알래스카나 북극의 초원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 반드시 길을 내야만 하는가?”

오정학 논설주간  ·  경기도시공사 사업기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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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jha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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