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공간 잘했다고, 정원 만만히보면 안돼"

정원대중화 심포지엄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4-12-13

“정원,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아니다.”


지난 11일 ‘정원 대중화 심포지엄’이 (사)한국조경학회와 (사)한국원예학회 공동주최로 서울시립대에서 개최됐다. 정원의 대중화를 목표로 조경과 원예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마련된 자리였다. 


심포지엄 속 다수의 토론자들은 ‘조경공사와 정원조성은 다르다’는 견해를 밝히며, 지금까지 조경이 해오던 관성대로 정원을 다루면 안된다고 전하였다.




그 중에서 안계동 대표(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는 “조경은 대형 공공공사에 치중해왔기 때문에 정성적인 정원만들기에는 취약하다.”며 큰 대상지를 다루었다고, 작은규모의 정원까지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조경은 입찰에서 수주하는 형태의 건설일을 해왔지만, 정원은 ‘잘해야 하는’ 디테일과 정성적 측면이 강조되는 다른 성격의 작업”이라는 것이다. 넓은 공간 다루는 일보다 더 힘든 대상이 정원일이라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이어나갔다.


“정원은 개인을 상대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디테일을 더 많이 알아야하며, 소재에 대해 훨씬 박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하나 조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경험적으로 축적돼 있어야, 비로소 정원을 다룰 수 있다.”

이처럼 정원은 단순히 감상하는 관조물이 아니라 접촉하며 가꾸는 대상이기 때문에, 이것을 사업대상으로 보고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시공분야 체질개선이 특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조경시공은 건설사업 속 노가다라는 인식이 깊게 내려져 있고, 품떼기(일용직 건설기능공) 형태로 때에 따라 맞춰가며 공사개념으로 작업해 왔기 때문에 기술전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원은 섬세한 시공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기술전수와 인력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쓰는 수종만 쓰는’ 빈약한 소재선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오히려 과거에 쓸 수 있는 식재수종이 많았다는 것이다. 소재선택의 빈곤의 이유에 대해 ‘설계에서 몇 가지 수종 안에서만 골라서 써왔고, 농가에서도 팔리지 않는 식물을 키우지 않게 되자 폭이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공무원들도 하자가 많다며 관리가 어려운 수종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정원을 사업대상으로 삼겠다고 한다면, 폭넓은 꽃과 나무를 심기 위해 원예분야와 육종에 대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환주 교수(신구대 원예디자인과) 점증적으로 정원소재의 사용이 늘고 있다면서, 연구와 자료조사 결과에 기초한 자료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수목 위주의 녹화 사업을 진행하였다면, 앞으로는 초화생산과 식재 등 원예적 접근이 강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정원의 대중화를 위해 조경과 원예의 지속적인 공조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간의 디테일을 부여하기 위해선 꽃과 나무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스토리텔링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관 과장(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도 “정원은 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분야”라며 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조경과 산림, 그리고 원예 등 다양한 분야로 무수히 뻗은 줄기들을 하나로 묶어 이를 정원에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에서는 다분야의 융합을 위해 여러 다발을 굵은 줄기로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더이상 정원은 학문적 논쟁거리가 아니라는 이종석 명예교수(서울여대)의 주장도 눈길을 끌었다. 정원은 농학, 역사학, 예술까지 아우르는 퓨전분야이며, 이를 통해 일반 대중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선 정부의 주관부처가 명확해야 하며, 대중의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조성뿐만아니라 소재산업인 화훼와도 동반성장 모델로 패키지화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정원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조성을 위한 분야간 협력 기반을 마련한 가운데, 대중의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최정민 교수(순천대)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사후평가를 통해 전문가 평가와 대중의 인식이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당시 입장료 6000원도 아깝다는 반응도 많아, 돈을 지불하고 정원을 관람할 만큼 대중의 인식이 높지 않음을 설명했다. 더불어 우리시대의 정원은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의 구분, 규모의 구분에서 지금까지 인식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사)한국조경학회 정원학연구센터와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가 주관하여 개최된 정원 대중화 심포지엄에서는 ▲가드너 영역-정원조성과 관리, 그리고 대중성 가치(김봉찬 더가든 대표) ▲조경 영역-정원 대중화를 위한 조경의 역할(최정민 순천대 교수) ▲원예 영역-정원 대중화를 위한 원예의 역할(황환주 신구대 교수) 등으로 주제발표가 진행되어졌으며,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좌장으로 이종석 서울여대 교수, 안계동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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