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아태지역 조경가 네트워크 구축한다"

[인터뷰] (사)한국조경학회 김성균 회장
라펜트l전지은 기자, 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02-10
모두가 어렵다 말하는 조경계의 현실이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사람이 있다. 김성균 (사)한국조경학회 회장은 “조경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도 겪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성균 회장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해외에서 찾았다. 기회의 땅 동남아시아. 그곳으로 한국조경이 진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 것일까? 또한 김성균 회장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올해부터 (사)한국조경학회 회장으로 첫 걸음을 딛은 김성균 회장에게 물어보았다.

김성균 회장((사)한국조경학회, 서울대 교수)


그동안 학자로서 걸어온 길에 대해.

교직에 몸담은 지 30년 됐다. 그동안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와 챙기지 못한 것이 있다. 다시 되돌아보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학자로서 '새로운 것을 추진하는 것'에 철학을 두고 있다. 조경에 GIS를 도입하거나 우리나라 국립대학 최초로 정식 외국인 교수를 채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최근에는 ‘아시아문화경관학회’ 창립을 통해 '문화경관'에 주목하고 있다. 새 것을 발굴해 업계나 연구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학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조경 30년은 뚜렷한 비전속에서 발달한 것이 아니라 사회발전과 같이 발전해왔다. 미래 30년은 명확한 방향을 가져야 한다. 학회장으로서 잘못된 것은 반성하고, 잘 된 것은 발전시키며 조경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학문과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덕수궁 길'이다. 현상공모부터 기본계획, 실시설계까지 손수 하나하나 챙겼다. 걷고 싶은 길 1호로 선정되기도 해 더욱 성취감을 느낀다. 설계한 곳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다는 것은 설계자로서도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덕수궁 길'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현상공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우리나라의 길 형태와 많이 달라 설득시키는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설계대로 진행시키기 위해 해외 사례 연구에 주력했다.

사당동의 양지공원 프로젝트도 기억난다. 이것은 우리나라 최초로 주민참여 형식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것을 시초로 우리나라 곳곳에서 주민참여형 설계가 꽃피웠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실행하고 나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 이제는 주민참여설계의 메카가 되어 박원순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해외진출 추진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1992년 IFLA 세계대회 유치 시 학술담당업무를 시작으로 국제 일을 시작했다. IFLA APR 문화경관위원회 위원장, 아-태지역총회 공동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해외진출 감을 익혔다.

2012년 IFLA APR 문화경관위원회 위원장 임기 중에는 '아시아문화경관학회(ACLA)'를 창립했다. 이 학회에는 500명이 넘는 외국인이 가입해 네트워크 구축이 잘 되어있어, 아시아 조경가 교류의 축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경학회에서는 이렇게 기 구축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진출의 기반을 다지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해외진출정보ㆍ교육센터'를 만들어 해외 곳곳의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센터에서는 전략적 요충지로 생각하는 나라들의 조경과 환경 등의 자료들을 제공한다. 라펜트와도 함께 협력해서 해외정보를 제공하는 창구를 만들고 싶다. 정보센터의 사업은 해외진출에 관심이 있거나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올 10월에는 '아-태지역 환경조경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각 분야별로 세션을 만들어 각 나라의 공무원, 설계업자, 시공업자, 자재업자, 교수, 학생끼리 모이는 교류의 장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직접 찾아와도 되고, 초빙해도 괜찮다. 그렇게 교류하다보면 아-태지역 조경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다. 이렇게 텃밭을 일궈놔야 그 다음사업이 가능해진다. 이 포럼이 한국조경의 세계화를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조경이 발달했다. 그러나 사회의 발달과 함께 발전하는 조경의 시대는 지났다. 지금부터는 체계적, 계획적으로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 조경은 신규 수요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은 조경학과가 한두 개, 많으면 대여섯 개 정도가 있다. 땅에 비해 우리나라는 조경학과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지금까지 턴키에 의해 일감도 유지돼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안정기에 접어든다면 유럽국가들처럼 조경학과가 줄어들 것이다. 지금까지는 신도시개발, 올림픽, 아시안게임 유치 등의 영향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그런 붐이 다시 일어난다고 보기 어렵다.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지난해 9월과 올 1월, 인도네시아 순회강연을 다녀왔다. 인도네시아 측에서 한국조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 또한 한-베트남 FTA 타결과 함께 한국조경이 진출할 만한 국가 1순위를 베트남으로 꼽았는데, 동남아는 기회의 땅인가?

30년 동안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 동남아시아를 지속적으로 다녔다. 과거 20~30년 전의 모습과 최근 몇 년 동안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동남아시아는 최근 엄청나게 개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발전하니까 인도네시아 같은 주변 국가들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는 우리나라 70년대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앞으로 10~20년 내에 우리나라의 신도시개발과 같은 붐이 올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동남아시아는 우리 여건에 적합하다. 단순히 기술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남아시아에는 그들보다 실력이 조금 더 낫고 값싼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선 우리나라가 진출하기 적합하다.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보다는 앞서있지만 선진국만큼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우리가 너무 뛰어나다면 동남아시아와는 맞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진출은 그냥 가서 장사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먼저 베풀고 일을 가져오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동남아시아 진출에는 이것이 급선무이다. 현재 동남아시아는 개발하고자 하는 의욕은 강하지만 개발할만한 경제적 여건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남아시아 진출은 우리나라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유럽국가나 일본도 동남아시아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베트남 대학교에 매년 수백억씩 지원하는 등 이러한 구조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베트남의 달랏대학교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고랭지 채소나 원예를 대량으로 생산한다. 일본은 최근 그 학교에 200억을 지원해 원예센터를 건립했으며, 그곳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일본유학도 시키고 있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원예자원을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전체에 보급하겠다는 꿈을 갖고 미리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대부분 대학교에는 많은 수의 교수가 일본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유학을 했다. 어떤 과는 100% 일본유학파 교수로 구성됐다. 적어도 인도네시아에서는 해당 분야에 일본사람이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런 곳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도 다른 형태로 기반을 닦아놓아야 한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아는 사람을 통해 일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에 공을 들여야 한다. 막연한 정보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대학에 조경학과 설립에 참여하고 있다. 얼마 전 인도네이시아의 큰 대학 중 하나인 하사누딘대학교 총장과 조경학과 설립을 약속하고 왔다. 조경학과가 설립되면 학생들을 많이 뽑고 장학금도 지원해주는 형태로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구체적으로 해외진출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뒤쳐져있다. 지금단계에서는 우리가 개발도상국을 위해 할 것을 찾아야 한다. 조경계 자체 내에서 하거나 국가 원조기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최소한 조경분야는 우리나라에서 앞장서서 진출했으면 한다.

조경분야 내부적으로 다양한 협력사업이 논의될 텐데...

'범조경인포럼'을 구성해 조경 관련된 사람들이 다 모이는 토론의 장을 만들려고 한다. 조경학회는 학계와 업계가 다 모여 있는 집단으로, 학회가 리드해서 여러 단체의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장을 정기적으로 만들어서 의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범조경인포럼'은 '아-태지역 환경조경포럼'과 연계해서 그 기간에 같이 개최할 계획이다.

조경인들에게 한 마디.

조경계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데, 이 어려운 상황을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조경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도 겪어야 한다. 그간 우리가 너무 쉽게 발전되어왔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를 되돌아보고 실력을 향상시키는 등 튼튼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변화하고 혁신하는 정신으로 자신감을 갖고 힘을 합치면 된다.

조경의 본질은 굉장히 넓다. 앞으로의 조경은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상생하며 가길 바란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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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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