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선으로 회항하는 조경계

김수봉 논설위원(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수봉 교수l기사입력2015-03-26
지난 학기 3학년 동양조경사를 처음으로 강의를 하였습니다. 한국조경사강의는 조선시대정원을 주로 다룬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와 <한국 근대 도시공원사> 두 권을 교재로 가르쳤는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한 학기에 두 권의 교재라니 하시겠지만 한국조경사를 다룬 한국조경사 교재 중에 진짜 ‘조경사’를 다룬 책은 없고 대부분 정원이야기만 하다가 끝을 맺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조경사를 강의하는 학기 중간에 조경 뉴스 란에 가장 많이 등장한 용어가 <정원>이었고 그 무렵에 ‘땅콩회항사건’이 터졌습니다.

정원은 영어 「Garden」그리고 조경은「Landscape Architecture」의 번역어입니다. 간략하게 차이점을 이야기하면, 정원이 나를 중심으로 한 예술론이라고 한다면 조경은 우리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봉건사회 및 르네상스시대와 함께 발전한 정원의 행위를 예술의 차원에서 논하며 개인적인 측면이 강한 Garden Art(정원예술)라고 합니다. 근대시민사회의 탄생과 등장한 조경은 산업화사회에 적합한 미의 형식인 공공적인 성격이 강한 디자인의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Landscape Design(조경 디자인)이라고 부릅니다. 정원예술이 예술적 행위자체에 그 본질적 가치를 둔다면 조경은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이 디자인이론의 핵심입니다.

전통적으로 <정원>에서는 향수와 감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공적으로 이상적인 자연을 조작하기도 하고, 각종 예술품으로 장식하기도 합니다. 정원을 만든 사람이나 소유자의 자연관과 취미가 나타나는 정원은 자연과 인공이 함께 결합되어 있는 예술입니다.

한편 조경이 탄생했던 19세기에 시작된 모던디자인은 카와사키 히로시의 주장처럼 한마디로 말해 ‘디자인이라고 하는 언어를 통하여 사람들의 생활과 환경을 어떻게 변혁하고, 어떠한 사회를 실현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진 근대 프로젝트’였습니다.

요약하면 정원은 garden의 번역어로 봉건 및 르네상스시대를 배경으로 일인 혹은 소수의 권력자를 위해 조성하는 예술적 행위를 중시합니다. 조경은 Landscape Architecture의 번역어로 시민모두를 위한 庭(정) 혹은 원(園) 즉 공원(公園)만들기가 그 핵심이며 그 바탕에는 근대시민사회와 민주주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경은 의사결정의 프로세스를 중시여기는 조경디자인이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민 모두를 위한 공원 만들기’는 근대에 탄생한 ‘조경’의 존재이유였습니다.

지난 학기 조선시대정원을 가르치며 <조선>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당시 조선 사대부의 관심은 중국이었고 조정을 움직인 것은 공자를 비롯한 중국성현들의 말씀이었습니다. 조선시대의 정원은 그야말로 왕과 선비인 사대부들이 거닐며 중국을 생각하고 그 성현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백성은 그 공간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조선이고 조선시대 정원의 본색입니다.

남정욱 교수는 최근 우리사회에 부는 인문학열풍과 젊은이들의 펜대 굴리는 직업의 선호를 <우리 안의 조선>으로 정의 했습니다. 대한민국사회가 ‘만들고 팔고 개발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선진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조경계의 ‘정원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겠다는 여러분들을 접하면서 <우리 안의 조선>과 사무장을 윽박질러 비행기를 멈추게 했던 그 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갑자기 21세기 한국 조경에 웬 <조선>인겁니까? 옴스테드가 꿈꾸었던 그때의 <조경>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_ 김수봉 교수  ·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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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kim@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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