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 방재를 꿈꿔라

김원현 논설위원(노아솔루션연구소 팀장)
라펜트l김원현 논설위원l기사입력2015-03-19
지금껏 방재는 토목분야의 수자원 전공자들에게만 해당되던 분야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재해가 발생하는 모든 부분은 토목의 손이 거쳐 가지 않은 곳이 없었고, 방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피해지역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제방을 쌓는 등의 물리적 대책밖에는 없었다(다른 대책들도 많기는 하지만 ‘물리적’이라는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의 자연재해는 점차 일상화되면서도 대형화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물리적 대책을 통해 저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중요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방재에 대한 통념적 개념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보편적 빗물운영계획방법이라 할 수 있는 저영향개발(LID : Low Impact Development)이 각광을 받으면서 자연재해 중, 특히 침수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으로 이 LID가 제시되고 있다.

이에 앞서 도시계획분야에서는 토지이용과 기존 기반시설, 그리고 건축물 차원의 도시설계기법을 제안하여 상습침수지역으로 집중되는 우수유출량을 부담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방법은 기존의 토목적, 물리적 대책을 인정하면서도 재해저감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적은 노력(주로 분산식 빗물저류방법인 저류지, 생태수로, 옥상녹화 등을 의미)으로 재해를 저감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의미한다.

즉, 기존의 방법은 직접적 재해취약지역에 대한 대책에 집중하고 있으나, 최근 제기되는 도시차원의 방법은 재해에 간접적 영향을 받는 지역(도시대응지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도시대응지역에 도시계획시설 등을 활용하여 위험가중요인을 저감토록 전략수립의 도입을 유도하고, 제안하는 것이 주된 방법이다.

필자는 약 3년간 도시차원의 방재전략 즉, 도시방재 분야에 몸담으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조경분야의 방재에 대한 관심이었다. 도시방재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수(水), 녹(綠), 토(土)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데 있다.

이들 요소들은 사실 도시가 아닌 조경이 안고, 풀어야할 분야이자 항목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토목과 도시분야에서는 건설업계의 기초적 자연요소인 물과 녹지, 토양에 대해 물리적이자 규모적으로 상대하려할 뿐, 이들 전략이 살아 숨 쉬고 자생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입체적 개념인 “생태”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

실례로, LID기법에서는 생태저류지를 조성하도록 제시하고 있지만, 이 생태저류지가 어떻게 진짜 생태적으로 운영(살아숨쉬도록)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도,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미시적 관점에 불과하다.

LID기법을 도시차원에서 보면, 궁극적으로 지표면을 흐르는 빗물은 결국 녹지를 통해 저류되거나 침투되거나 증발되도록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녹지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적 개념이라든지(녹지네트워크, 생태네트워크 등), 녹지 자체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천이적 개념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결국 지금까지의 방재전략은 규모와 효과 면에서는 뛰어나다할 수 있을지언정 생태적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경이야말로, 그리고 생태에 대한 진정한 이해야말로 지속적으로 도시의 방재기능을 향상시키는 궁극의 목표이자 전략이어야 한다. 단순한 생태적 관점도 아쉽다. 그렇다고 녹지만 늘리자는 주장도 불편하다.

일단은 조경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조경이 나무로만, 생태가 녹지로만 판단되어서는 곤란하다. 조경이 가진 스펙트럼은 입체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생태네트워크에 방재네트워크 개념이 꼭 함께해야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이뤄낼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의 사명이자 몫이라고 본다. 그리고 필자는 이 자생력을 갖춘 생태적 방재전략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연구하려고 한다.

조경계가 많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또 그런 반면에 조경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_ 김원현 논설위원  ·  노아솔루션(주)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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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h@noa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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