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촬영이 갑? 소쇄원 수난시대

나무에 특수효과 살포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07-14


소쇄원 수목에 살포된 방송용 특수효과


2일 밤, 명승 제40호 소쇄원에 방송용 조명이 강렬하게 내리쬤다. 머리맡에서 개울물을 들을 수 있다는 선비의 공간에는 흡사 방송용 창고를 방불케 할 정도로 촬영장비로 널부러 있었고, 신발도 벗지 않은 스텝들은 안방인양 잠을 잤다.


“촬영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장면을 찍는다고 하여, 죽순도 뽑아버렸다. 심지어 특수효과를 쓴다고 나무에 화학약품을 살포한 후 지금까지 방치시키고 있다. 나무 한그루, 돌 하나에도 의미가 있는 이 곳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소쇄공 양산보의 15대 종손 양재혁 씨는 ‘담양군’의 무책임한 허가와 ‘설련화’ 방송관계자(HB엔터테인먼트)들의 문화재훼손 행위에 분통을 터뜨렸다. 내실에 보관해둔 지갑이 분실됐고, 고가의 다기인 자사호도 파손됐단다.





문화재구역은 방송용 장비창고가 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원림인 ‘소쇄원’이 수난을 겪고 있다.


소쇄공 양산보의 후손으로 이 곳에 거주하며 지키는 그도 더는 두고볼 수 없어 촬영팀을 문화재훼손 행위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오히려 양씨가 업무방해로 경찰서에 연행되었고, 촬영이 종료되자 풀려나는 일이 벌어졌다.

며칠전 두오모 성당의 드론 사고와 대비되는 상황이었다. 성당 관리인의 신고를 받은 이탈리아 경찰은 이들을 체포하였고, 결국 CJ E&M 측은 재산손괴 혐의로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양재혁 씨는 “순천의 낙안읍성, 안동의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실제로 사람이 살고있는 살아있는 문화재이다. 특히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씨족 집성촌이라는 특성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소쇄원 역시 조상의 위업을 이어받아, 15대까지 지켜져내려오고 있는 한국의 대표원림”이라며, 소쇄원뿐만아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후손들의 삶까지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조경 전문가는 “문화재 촬영허가는 지자체의 고유권한이지만, 이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문제점을 짚어주었다. 문화재 촬영에 사용가능한 장비검토 등 훼손을 막기 위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화재 촬영전 사전교육을 시행하거나, 훼손방지 각서를 촬영자에게 작성토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재를 알리는 것보다 올바르게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방송에 의해 훼손된 수로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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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_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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