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담는 정원”

[인터뷰] 최형근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11-06

‘공원에서 정원문화를 만나다’를 주제로 지난 10월8일부터 11일까지 안성맞춤랜드에서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높은 관심 속에서 막을 내렸다.


시민들은 아름답지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73개 정원 속에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부스형식의 틀을 과감히 벗고 정원의 색깔에 맞추어 짝을 맞춘 프로그램도 새로운 시도였다. 옥구공원을 시작으로 회가 거듭될 수록 진화하는 시스템은 경기농림진흥재단의 경험을 엿볼 수 있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 뒤에는 너무 빠르거나 정체되지 않도록 변화의 반걸음 앞서 지휘하는 최형근 대표이사(경기농림진흥재단)가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최형근 대표이사((재)경기농림진흥재단)


지난 공직생활을 회고해 보면?


공직에 입문해, 화성시 부시장, 남양주시 부시장, 경기도 기획조정실장 등 30여년 동안 여러 과정을 두루 거쳤다. 모두 다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되짚어보면, 시민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느끼고 있다. 어떤 정책은 처음에는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10년, 20년 후에 그 진가가 발휘돼 시민이 누리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경기도 대표 농특산물 브랜드로 연간 2조원 매출로 크게 성장한 G마크가 그 중 하나이다. 국내에 공동브랜드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1999년, 경기도 농산유통과장 재직시 도지사의 지시로 G마크를 개발했다. G마크는 믿을 수 있는 경기도내 농특산품을 모아 만든 공동브랜드이다. 사실 G마크를 처음 세상에 내보냈을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다 5년이 지난 이후부터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며 이제는 경기농정을 말할 때 G마크를 떨어뜨려 생각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2002년에는 일본의 고시히까리 품종을 가져와 우리 식탁에 맛좋은 밥을 올려놓았다. 도입 당시에 ‘왜 일본쌀을 가져오느냐’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본의 품종일 뿐인 것이고 그때는 품종에 대한 로열티가 없었기 때문에 도입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즐겨먹는 맛좋은 쌀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정책이란게 처음 시작은 크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민의 생활속에 혜택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런 것이 정책의 보람이고 묘미이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사업은 나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힘을 모아 같이 이룩한 성과들이다.



그동안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에 방점을 두어왔는데...


지금까지 시민에게 정원은 작가에 의한 예술작품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다른 정원박람회에 전시된 정원들도 시민이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과 같았다.


그러나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다르다. ‘내 집도 이런 정원을 만들 수 있다’라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였다.


정원문화의 시작과 끝에는 시민이 있다. 그럼 어떻게해야 정원을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좋겠다’에서 ‘해봐야겠다’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정원을 보면서 느끼는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생활로 연결되어야 정원문화도 꽃을 피우게 된다.


올해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출품작 면면을 봐도 화려함보다는 가까이 다가가 오래 볼 수 있는 작품이 많다. 식재된 수종도, 5월에 피는 꽃뿐만 아니라 봄부터 겨울까지 감상할 수 있는 식물들을 적극 도입하였다.


유지관리는 안성시에서 맡아서 한다. 유지관리 부문은 처음 대상지 선정이나 설계과정부터 고려했던 부분이다. 박람회 개최 이전 안성시장과 정원작가가 만나 유지관리에 대해 논의했을 정도였다. 행사기간만 아름다운 정원이 아니라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정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16년 성남 경기정원문화박람회 구상은?


내년에는 성남시청 앞 광장이 주무대이다. 아직 설계작업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성남시와 순조롭게 논의하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내년 박람회는 ‘커뮤니티’가 강화된 시민정원을 테마로 한다는 점이다. 상생과 소통을 담아 각박해진 도시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아울러 경기정원박람회가 처음 시도했던 ‘존치’를 통한 도시공원 리모델링의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경기농림진흥재단의 앞으로의 계획은?


경기농림진흥재단은 앞으로도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작동하고자 한다.


그동안 정원문화대상과 연계돼 한시적으로 운영하였던 오픈정원도 연중내내 운영하는 것을 계획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기도내 산재한 정원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정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옥상정원 역시 재단에서 직접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와 전문가 사이의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그동안 재단에서 배출한 시민정원사와 도시농업프론티어 인재풀을 가동해 일선 시군에 분포된 공원과 녹지 운영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에는 녹색·농업분야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농촌경제의 재생과 농촌사회 재활은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뿌리깊은 숙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이들 처방술을 도입해 보고자 한다.


우리사회의 농업문제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는 농업안에서 지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주변의 역량과 결합한 다학제적 접근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융합은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물질을 만든다.  


그러한 점에서 도농상생, 정원 및 녹색문화 활성화 등 다양한 사업이 연동돼 추진하는 경기농림진흥재단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앞으로 10년후 재단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우리 직원 각자가 일당백으로서 큰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로서 약 11개월간 사업을 추진했다. 앞으로 경기농림재단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파급효과가 크고 모델링이 가능한 사업에 주력하려고 한다.  



최형근 대표이사와 녹화사업부 직원들



조경과 정원분야 종사자들에게


사실 도시농업이 이렇게 갑자기 성장할 줄 몰랐다. 가드닝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TV방송을 보면, 많은 요리사가 먹거리를 이야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텃밭과 가드닝이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흐름이 왔을 때 사람들이 찾는 것은 예술로서의 정원보다는 내 생활과 가까운 정원이다.


따라서 정원을 만드는 작가의 눈높이도 시민과 맞아야 한다. 작품으로서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해봐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조성된 정원에 가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원의 가격을 보고 수용여부를 따지는 그 순간부터 가든은 더 이상 ‘옆집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의 정원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양산할 수 있는 ‘브랜드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작품의 가치도 높아진다.

    

지금 시대에 꽃과 정원은 사치가 아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일부가 되는 정원문화가 필요한 때이다.


꽃과 농업을 이용한 인성교육, 자연과 함께 문화를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조경분야 종사자들은 멋지고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재단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겠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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