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자격 확대]침묵하는 사이 ‘탈조경 진행중’

조경학과 학생들 ‘산림기사 준비할까?’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11-13

별다른 장기적 대안 없이 안주해 있다가 타분야에서 끼어들 때마다 매번 이런 식으로 일희일비하는 것으로는 결단코 조경의 입지를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뺏긴 것에 억울해하기 전에 뺏기지 않기위해 스스로 위상을 높이고, 입지를 굳혀야 하며,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협력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진화하고 변화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이하 조경자격 확대)’ 관련보도 이후, 라펜트 토론방에 등록된 의견 중 하나이다.


최근 (재)환경조경발전재단 등에서는 국토부, 산림청, 나아가 규제개혁위원회까지 직접 찾아, 조경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빠르게 사그라지는 분위기를 개탄하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시공업계 종사하고 있는 조경기술자 A씨는 “위기가 맞는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이내 “탈조경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며 모두가 체념하고 무뎌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위기를 위기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위기”라는 B대학 조경과 학생도 있었다. 이번 조경자격 확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학생들마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라펜트를 통해 자세한 흐름을 접해온 학생들 사이에서만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C대학 조경과에 재학중인 한 녹색기자는 조경자격 확대에 대한 학생인식을 취재해 라펜트로 보내주었다. 조사결과는 앞서 말한 B대학 학생의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설문조사는 조경학과 1, 2, 3학년을 대상으로 학년마다 10명을 추출해 진행됐다.

먼저 조경자격 확대를 알고 있는 학생은 30명중 18명으로 60% 수준이었다.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16명으로 전체 53%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보통이거나 적을 것이라고 했다. 조경자격 확대에 대한 조경학과 학생들의 태도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이(50%) ‘관심없는 것 같다’고 했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비록 한 대학의 조경학과를 표본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이지만, 이 사안에 대한 조경과 학생들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확인 할 수 있는 결과로서 주목할 만 하다.


이 녹색기자는 “모 조경언론에서 학생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기사를 봤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생들의 위기의식을 피부로 체감할 수 없었다. 설문조사를 시작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취업과 자격시험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있기 때문에 조경자격 확대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조경자격 확대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조경과 학생들의 구체적인 생각들도 라펜트로 전달되었다. 녹색기자 취재로 D대학 조경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서 자세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산림기사가 조경일을 한다고 해도 조경기사를 딴 사람보다 일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라펜트 기사를 읽다보니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문분야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누구나 발을 담글 수 있다고 한다면, 정체성과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이렇게 가면 당연히 많은 사람이 산림쪽으로 갈아타지 않을까? 

과연 내가 조경가의 미래를 꿈꾸어도 될까?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목적은 취업이다. 조경은 인지도도 낮고, 취업문까지 좁다.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졸업하면 뭐하냐’고 말한다. 여기에 설상가상 조경자격까지 확대되었다. 조경학과 학생들이 설자리는 어디란 말인가? 4년동안 땀흘려한 전공공부를 뒤로하고 산림자격을 또 따라는 것인가? 부탁컨데 우리가 꿈을 잃지 않도록 부당함에 맞서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강력히 대응해 주길 바란다.

지금 우리 조경학과는 설계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래서 식물이나 생태에 관한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 산림쪽에서 이런 조경의 빈 곳을 겨냥한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계속 산림기사가 조경을 할 수 있다면 조경기사보다 산림기사를 취득하는 것이 더 낫다. 

이미 조경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산림기사를 따로 준비하고 있다.


D대학을 취재한 녹색기자는 “그나마 이렇게 '발끈' 하는 학생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며 “보이지 않는 위기가 더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많은 학생들이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내가 무엇을 바꾸겠다’라는 의지보다 ‘탈조경’을 양산하는 흐름이 되고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교수님들께서 이러한 사태를 자세히 알려주고, 행동을 제시해 준다면 학생들이 포기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자격 확대를 논의하는 (사)한국조경학회 임시총회 모습


이미 칼을 뽑아든 이상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흡 수석부회장(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는 “이미 적기를 놓쳤다고, 현시점에서 단체행동으로 얻을 것이 별로 없다면서, 이제부터 우리 것을 잘 지키자는 말은 지극히 교과서적인 대응이다. 물론 일리있는 말이긴 하다. 사실 조경기사 자격증은 대학의 교과과정 중 한부분이고 모두가 취득해야 할 의무가 없다. 안정된 자리에 있는 분들도 당장은 피해받지 않는다. 하지만 내 분야가 나도 알지못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침범되고 있는데, 조경분야의 전문성이 철저히 외면 당했는데, 그냥 묻고 넘어가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조경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일련의 사태를 조용히 묵인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개최된 한국조경학회 임시총회에서 김성균 회장은 “조경자격 확대는 국토부장관 고시로 이미 지난 6월 30일부터 시행되었다.”며 대응 적기를 놓쳤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우리가 시위를 통해 얻을 것은 많지 않다”면서 “학회차원에서는 ‘산림기술진흥법’ 반대의견서를 내고, 문호개방을 요청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편 라펜트 토론게시판에는 “조경은 지금까지 타분야의 업역침해를 방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제대로 막아진 것이 무엇이 있는가? 방어를 통해 많은 약속들을 해왔다고 하지만 지켜진 약속이 무엇이 있는가? 더이상 지키려고만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조경자격에는 산림, 원예가 포함되는데, 산림자격에는 조경이 포함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건가?”라는 의견을 개진하며, “법과 관련한 중차대한 사항은 모니터링, 시행 등을 하는 별도의 팀을 구성해서라도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한 업계관계자는 “위기를 결집으로 전환시킬 한가닥 희망조차 날리지는 말자”고 말하며, “학생들도 이제는 침묵을 깨고 조경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성토했다.


공동취재_나창호 기자, 라펜트 녹색기자단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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