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형 사회적기업, 조경분야의 새로운 영역”

[인터뷰 ]박경복 (사)산림형사회적경제협의회 이사장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12-17

“기왕 돈을 벌겠다면, 가치 있는 일을 하며 벌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산림형사회적경제협의회 박경복 이사장의 말이다. (사)산림형사회적경제협의회는 부처형으로는 유일한 비영리 법인체로서 지난 5월 14일 사단법인으로 산림청 인가를 받았다. 총 29개 산림분야 (예비)사회적기업이 구성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경복 이사장은 2010년 조경분야 최초로 사회적기업에 발을 담근 1세대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조경인들에게 사회적기업이란 용어는 여전히 생소하다.


박경복 (사)산림형사회적경제협의회 이사장


사회적기업과 일반기업


“일반기업이 가는 길 끝에는 ‘이윤’이 있다. 반대로 사회적기업은 공익적 ‘가치’에 지향점을 둔다”


박 이사장은 둘 사이의 차이를 이렇게 구분했다. 정부사업의 공공성과 민간기업의 효율 사이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복지 등 사회서비스 예산은 지출하면 소진되는 일회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사회적기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는, 그것이 기업의 기초체력인 인재를 고용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환원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는 ‘정부예산 지출의 지속가능성과 선순환구조’ 측면을 강조했다.


이러한 사회적기업은 크게 사무실 소재지를 기반으로 하는 광역자치단위의 ‘지역형’과 일반적인 사회서비스와 달리 중앙부처 소관 전문분야와 결합된 ‘부처형’으로 나뉜다. (사)산림형사회적경제협의회는 숲 조성 및 관리를 주요 사회서비스로 하는 법인으로 산림청 소관 부처형에서 활동하고 있다.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에는 도시 숲 조성, 숲 가꾸기, 숲 교육, 산림휴양서비스, 임산물 생산, 가공,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산림청 및 지자체 추진사업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임업진흥원(원장 김남균)은 산림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2012년 8월부터 매년 상 · 하반기 2회씩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을 지정해 오고 있다. 2012년 상반기 6개 기업으로 시작된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은 2015년 11월 현재, 노동부인증 사회적기업 4곳, 예비사회적기업 25곳이 지정 운영되고 있다.



산림분야 사회적기업 ‘조경가들이 잘 할 수 있는 일’


매년 고용노동부에서는 부처형 예비사회적기업 워크숍을 개최하는데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부처형 중 제일 많은 기업이 적극 참여해 산림청이 2년 연속 최고 중앙부처로 평가되기도 했다.

박경복 이사장은 조경분야 전문가들이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에서 특히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조경가들은 나무를 심고, 이것을 돌보는 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며 지역공동체문화를 복원하는데 코디네이터로서 핵심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데, 사회적기업이라는 제도권에서는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조경식재분야는 경제성 측면의 고비용 구조로 사업이 진행돼 온 측면이 있다. 반면, 사회적기업은 시민 속으로 들어가 도시를 아름답게 만든다는 식물의 환경적 ‘가치’에 보다 집중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은 산림청과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 및 공공기관과 손을 잡고 다양한 도시환경 개선 및 도시녹화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돈도 벌고~


사회적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사업운영을 위한 적정이윤이 필요하다. 박 이사장은 “일반기업과 다른 트랙으로 ‘가치’지향적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사회적기업의 수익구조는 일반기업의 그것과 지향하는 트랙이 다르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수익구조 설명에 앞서 박경복 이사장은 “사회적기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지만, 그것만이 사업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돈’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가치’를 볼 줄 아는 순수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사회적기업 육성법에서는 사회적기업이 돈이 안 되는 사업을 하더라도 돈을 벌 수 있도록 공공영역에서 일정부분 보호를 해주기 위해 공공조달시장을 통해 공공기관이 사회적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우선구매 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회적기업이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하진 못한다. 공공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환경복지분야에서도 기업의 투명성 없이는 신뢰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림분야 사회적경제 주체 간담회(2013. 11. 18.)



숲과 더불어, 가치를 더블(2배)로 ‘더불림’


“조경분야에서 ‘사회적기업’ 알리미로 5-6년간 활동했다. 초기에는 단순한 돈벌이로 기웃거리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다행히 지금은 순수함에 동화되려는 기업이 하나둘 모이고 있다.”


(사)산림형사회적경제협의회가 출범한 이유도 내부적 소통관계를 넘어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자는데 뜻이 모인 것이다. 지난해에는 산림청, 한국임업진흥원 등과 산림분야 사회적경제 공동브랜드 <더불림>이 만들어져 ‘함께’의 가치를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개별기업의 제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면 어떨까?’ 각 개별기업이 가진 영역을 넘어보자는 계기로 출발하게 된 공동브랜드 사업은 회원사마다 가진 강점을 묶어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주안점을 뒀다. 묘목을 재배하는 곳, 숲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 숲에서 발생하는 임산물로 제품을 제작하는 회사 등을 하나의 그룹사로 규정해 공익적 판로를 개척하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숲과 더불어 가치를 더블로’ 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산림분야 사회적경제 공동브랜드 더불림이다.



(사)산림형사회적경제협의회 ‘대북조림사업 추진’


박 이사장은 회원사의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사업을 고심한 끝에 민간주도형 ‘대북 조림사업을 통한 탄소배출권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북 조림사업은 2016년 협의회 핵심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는 “북한에 산림을 조림하는 것은 어차피 통일비용에 해당 한다”며, “북한의 산림도 가꾸고 탄소배출권도 확보하면, 굳이 외국에서 탄소배출권을 수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사업을 사회적기업에서 추진하면 소외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 효과 등 사회적 목적에도 잘 부합하는 일석이조의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일이 멀다고 느낀다면 한도 없다. 그나마 역사, 산림, 관광 등 민간차원에서 풀려나가는 분위기라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산림분야 사회적 기업들이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큰 각오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다.”


앞으로 (사)산림형사회적경제협의회는 산림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해 산림분야 생태계 구축을 위한 주체로서 적극 참여할 의지를 밝히며, ‘산림분야 생태계 구축사업’을 위해 산림청, 한국임업진흥원, 그리고 협의회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통해 진행, 개별기업과 산림청의 의견을 청취하여 산림분야 사회적경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다”


끝으로 그는 젊은 조경인에게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도전의식을 주문했다.


박 이사장은 “조경분야에서 처음 사회적기업에 발을 들여놓은 장본인으로서, 지난 6년은 남 모를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으며, 조경가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꿈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것은 박 이사장이 과거 안정적인 직장이던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와 공공기관 등을 그만두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후배들과 공유하며, 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위 스펙이란 것을 잘 쌓고, 공공기관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만의 것을 만들면서, 쌓아나가고 싶은 후배들에게는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의 1인 창업을 권하고 싶다. 만약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이 있다면, 비용 발생 없이 인큐베이팅까지 도와 주겠다.”


박 이사장은 지난 6년 사회적기업을 이끌고 왔던 경험을 젊은 조경인과 나누며 ‘울타리’가 되어주겠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고, 무엇보다 정부에서도 사회적기업이 건전하게 자랄 수 있게 시스템화 되어있다는 점에서 도전할 만하다는 것이다.


그는 “열정과 순수성만 있다면, 누구든 좋다”며 동지가 될 누군가를 위해 항상 문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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