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는 왜 '획일적인 놀이터'가 됐을까?

‘우리동네 놀이터 핵꿀잼 프로젝트’ 워크숍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6-05-26



“놀이시설 안전인증의 중복규제로 인한 비용부담은 시설물 창작에 제약이 되며, 강제적인 규제는 제도를 위한 시설물 설치로 디자인이 획일화 된다”


‘우리동네 놀이터 핵꿀잼 프로젝트’ 워크숍이 지난 25일(수) 수원시정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워크숍은 ‘놀이터의 한계와 놀이의 가능성’을 주제로, 획일화된 놀이터의 원인을  놀이터를 설계하고 시설물을 디자인하며 설치, 시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한나라 (주)아이땅 소장은 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차원에서 시설물 디자인의 어려움을 짚었다.


우리나라의 어린이 놀이시설은 시설제품에 대해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을, 설치에 대해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 두 법에 의해 안전인증과 설치검사, 안전점검과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전인증은 2년마다 공장심사와 제품검사를 거쳐야 하고, 설치검사는 설치 후 안전검사 기관으로부터 받는 검사로 놀이시설의 일부분만 교체한 경우에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기검사는 2년에 1회 설치검사 유효기간 만료 1개월 전에 받는다.



한나라 (주)아이땅 소장


그러나 ‘제품검사와 공장심사의 중복규제’로 제조사의 원가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TUV나 IPEMA와 같은 국제공인 검정기관으로부터 안전검사를 받은 놀이시설물도 다시 인증해야 하고, 2년마다 있는 공장심사도 해외 현지에서 진행하며, 전제품에 대한 추가 인증심사까지 중복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복잡한 인증절차’도 부담이다. 놀이시설물이 표준모델이 아닌 지형과 지역적 특성, 상황에 따라 조경시설물과 함께 디자인해야 하거나 공모를 통해 디자인된 경우는 사전에 안전인증을 받을 수가 없어 설치 완료 후 안전인증과 설치검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는 다르다. 국제 안전규정은 공공놀이터 시설물 상용에 따른 예기치 못한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의미의 최소한의 규정이며, 우리나라와 달리 규정이 강제적이지 않다. 오히려 안전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교육하고 지침서를 제공하면서 자발적 참여에 의해 안전성을 확보하게끔 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안전 전문인증기관의 권한이 높다면 해외는 전문 품질요원을 두어 교육하고, 자체적으로 검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감독과 비용, 관리적 자원에서 효율적이다.


한나라 소장은 “안전관련 법률로 인한 어려움도 분명 있지만, 디자인의 한계가 되지는 않는다. 놀이시설물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각으로 바라봐준다면 안전하면서도 재미있는 놀이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는 놀이터의 주인이 미끄럼틀, 그네, 시소의 3종 세트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 되기까지 우리나라 놀이터의 역사를 짚었다.


1960년대 남산공원 내 어린이 공원을 시작으로 1970년대를 거치면서 놀이터가 우수죽순 생겨났으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유지보수로 인한 문제점과 더불어 ‘천편일률적인 시설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1998년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되면서 놀이터는 아파트의 브랜드 마케팅의 수단으로 부각되기 시작, 수익성이 좋은 조합놀이대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디자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6년, 공공미술과 결합한 동교동 ‘윗잔다리 놀이터’나 시흥시 ‘예술문화 어린이 놀이터’와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놀이터가 탄생했으나 디자인만 훌륭할 뿐, 재미는 반감되고, 안전상의 문제점도 발견되어 문을 닫았다.


그러나 2008년, 서울시의 상상어린이 공원사업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상상어린이 공원은 2008년 150여개소, 2009년에 200여개소의 설계를 진행하면서 새롭고 다양한 디자인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이것은 지자체에서 의지를 가졌기에 가능했다.


김연금 대표는 “획일화된 놀이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지만, 법과 제도, 산업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놀이터는 최소단위의 오픈스페이스로 차지할 수 있는 면적이 작으며, 안전기준과 적은 설계비, 소규모 산업, 조합놀이대에 집중하는 경향 등이 ‘뻔한 놀이터’를 만들었으며, 발전을 위해서는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3종 세트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높은 미끄럼틀, 같이 타는 미끄럼틀, 바구니 그네 등 장소의 맥락에 따라 변형된 디자인이라면 아이들에게 환영받는 놀이시설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택주 맑음앤제이 대표


유택주 맑음앤제이 대표는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본 놀이터 획일화의 원인으로 어떻게 놀이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기구 위주의 설계와 설계 용역 금액의 변화로 설계업체가 시설물업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들었다. 아울러 △시설물 업계의 조합놀이대 위주의 변화, △창의적인 공간 창출과 기업 이윤의 괴리, △발주자의 성급함을 꼽았다.


특히 “창의적인 공간창출을 하면 이윤이 적거나 없고, 기업 이윤을 중시하면 획일화된 놀이터가 나온다. 이 괴리는 항상 있다”며 놀이터가 부가가치가 있는 산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동네 놀이터 핵꿀잼 프로젝트’ 다음 워크숍은 ‘놀이의 재발견’을 주제로 6월 29일(수) 오후 3시 수원시정연구원에서 개최된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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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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