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민간정원 3호, 시크릿가든, ‘섬이정원’

부산그린트러스트 마을과 도시의 정원사, ‘남해 선진사례 견학’
라펜트l전지은 기자, 이성근 처장l기사입력2016-06-01


부산그린트러스트 제3기 마을과 도시의 정원사들은 지난 20일(금) 유구마을 섬이정원과 원예예술촌으로 ‘남해 선진사례 견학’을 떠났다. 이번 견학은 국가정원에 이은 민간정원의 활성화와 이해를 돕기 위한 탐방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정원등록 제도는 정원을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5년 지난 7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과 함께 시행된 제도로, 지방정원과 일반에 공개하는 민간정원은 해당 시·도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국가인정 민간정원 1호는 ‘천안 화수목 수목원’이고 2호는 ‘제주도 생각하는 정원’이 있으며 ‘남해 섬이정원’이 3호로 지정됐다. 섬이정원은 경상남도 지정 1호 민간정원이기도 하다.
 
시크릿가든, ‘섬이정원’


섬이정원 주인, 차명호 씨(오른쪽)

남면 유구마을을 지나 산책 게스트하우스 옆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섬이정원’의 모습이 나타난다. 고동산 자락을 20여분 도보로 오르면 정원을 일군 차명호 씨가 기다리고 있다.

섬이정원을 가꾼 차명호 씨는 서울태생으로 경기도 파주의 예술인마을 ‘해이리’로 이사하면서 처음 갖게 된 마당을 정원으로 꾸미다 ‘제대로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고. 2006년,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길에 남해에 잠시 들렀는데 지금의 부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따뜻하고 조용하고 게다가 바람도 없었어요. 정원을 가꾸기에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었죠.”

‘섬이정원’은 그 이름처럼 남해라는 섬 자체가 정원이다. 멀리 보이는 바다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고동산이 든든한 뒷배가 되어 준다. ‘섬이정원’이라는 이름에는 두자녀의 이름이 예섬(딸22)과 한섬(아들18)이라 ‘섬2’라는 사적인 의미도 더해졌다.



그가 제일 먼저 보여준 곳은 ‘봄 정원’이라는 곳. “항공사진 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아시죠? 하늘에서 본 지구의 풍경을 찍은 그 작가 말이에요. 어느 날 그 작가의 사진을 보다가 아, 나도 이렇게 정원 한번 꾸며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봄 정원은 베르트랑이 촬영한 아마존 사진을 참고해서 만든 것이다. 정원 사이로 난 길이 아마존의 물길을 닮은 듯하다. 어떡하다 일을 이렇게 크게 벌였느냐는 질문에 그는 “욕심 때문이죠, 욕심.”이라고 답한다.

남해는 다랭이 논으로 유명하다. 섬이지만 산비탈이 많은 지형 탓에 남해 사람들은 산 경사면을 개간해 계단식 논을 일구었다. 유구마을이 자리한 고동산 자락에도 다랭이 논이 많다. 섬이정원은 이 다랭이 논을 그대로 활용했다. 시금치며 마늘, 유채가 심어져 있던 층층 논마다 물을 끌어들였다. 작물 대신 꽃과 나무를 심었다.

“경기도 안성 한택식물원에서 6개월간 잡부로 일했습니다.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의 정원도 돌아보았죠. 그리고 2년간 마스터플랜을 짠 뒤 2009년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차명호 씨는 1만5,000㎡ 면적의 정원을 혼자 가꿨다. 가시나무, 후박나무, 동백, 홍가시나무, 배롱나무 등 30여 종의 나무를 심었다. 정원은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지만, 다랭이 논의 돌담을 따라 정원이 들어선 덕에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미로처럼 꾸민 ‘숨바꼭질 정원’, 홍가시나무로 물고기 비늘을 표현한 ‘물고기 정원’ 등 독특한 소정원이 다랭이 논의 굴곡을 따라 이어진다.



정원 한쪽에 눈에 띄는 노란색 건물은 차명호 씨가 숙소로 사용하는 건물이다. 숙소 앞에는 연못이 있고 그 연못 위에 나무 덱이 떠 있다. “밤이면 여기에서 술 한 잔 하곤 해요. 오롯이 저만의 공간이 되는 거예요. 별이 뜨고 꽃이 피는 거죠. 여기 앉아 있으면 남해가 전부 제 거예요.”

차명호 씨는 “우리나라는 이제 정원문화가 시작됐는데 인근 순천만정원과 남해원예예술촌, 섬이정원이 잘 연계되면 영국처럼 2박3일 단체 정원투어도 가능해져 머무는 관광을 위한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정원문화가 더욱 확산되고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잡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해 ‘원예예술촌’

‘원예예술촌 HOUSE N GARDEN’은 탤런트 박원숙 씨를 비롯해 한국손바닥정원연구회 회원들로 구성된 원예 전문가 20명이 각자의 집과 정원을 작품으로 조성해 이룬 마을이다. 남해군이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회원들끼리 모은 100억 원 투자를 기초로 2006년 12월 MOU를 체결해 2년여의 단장 끝에 2009년 5월에 문을 열었다.

전체 면적은 약 16만5천㎡(약 5만 평) 주택별 대지 면적은 100평에서 400평까지 다양하며, 집 크기도 15평에서 52평까지 저마다 다르다.

장미 터널을 지나면 본격적인 마을이 시작된다. 소나무로 둘러진 일본식 정원 ‘화정’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닮은 ‘프렌치가든’, 핀란드 통나무집을 재현한 ‘핀란디아’ 장독대가 있는 한국식 ‘꽃섬나드리’ 등등이 관람객을 반긴다.

각각의 집들은 특정 나라의 이미지를 부각해 지어졌다. ‘프렌치가든’과 ‘핀란디아’는 사극 드라마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배우 맹호림 씨 부부의 집이라고 한다. 조금 더 가면 배우 박원숙 씨가 운영한다는 카페도 있다.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이곳에 종종 들른다고 하는 데, 역시 만날 순 없었다. 두 사람 다 남해 출신이다.

한편 남해원예예술촌을 운영하는 예원영농조합법인은 매년지역발전기금으로 입장료 수입의 5%를 지역발전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남해 ‘물건리 어부방조림’

천연기념물 제150호인 물건방조어부림에는 약 300년이 넘는 10,000여수의 수림이 1.5㎞를 넘는 해안을 감싸듯 반월형을 그려 대경관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나무의 높이는 대체로 10∼15m이며 상층목이 약 2,000그루이다.

이곳에는 팽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푸조나무 등 낙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 수종만도 100여 종류에 달한다. 남해안 바닷가 방풍림은 상주의 소나무림처럼 대부분 상록활엽수인데, 이곳은 낙엽활엽수가 주종이고 나무들 아래 보리수나무, 윤노리나무, 댕댕이덩굴, 청미래덩굴, 마삭줄이 자라고 있다.

나무들은 약 1,600년경 본 마을 주민이 해안일대의 방풍방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나무를 심고 철저한 보호단속 관리 하에 양육하게 된 것이다. 마을사람들은 이 숲이 해를 입으면 마을이 망한다고 믿어 잘 보호해 왔다. 일제강점기 말엽 일본인들이 목총을 만들기 위해 이 숲에서 7그루의 느티나무를 자르려고 했을 때 마을사람들은 ‘숲을 없애겠다면 차라리 우리를 죽여라고 맞서 이 숲을 보호한 일도 있다고 한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전주 이씨 무림군(茂林君)의 후손이 이곳에 정착해 방풍림을 조성했다고 하며 19세기 말쯤 이 숲을 벌채하였다고 한다. 벌채 후 폭풍우가 닥쳐 많은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숲을 헤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한 가지의 나무도 함부로 베는 일 없이 숲을 지켜오고 있다. 숲 속에 서 있는 이팝나무의 노거목은 서낭당나무로 되어있고, 음력 10월 15일에는 제사를 올려 마을의 평안을 빌고 있다.

마을은 마을 생김새가 선비들이 바둑을 두며 놀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여자가 수건을 쓸 수 없다 해서 물건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마을 뒷산 모양이 만물 ‘勿’자 형이며 건(巾)은 산을 크게 보면 병풍처럼 둘러싸인 가운데를 내(川)가 흐르고 있어 그 모양이 수건 ‘巾’자라하여 물건(勿巾)이라 칭하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 다른 이름의 내력을 정리하지면 첫째, 거칠고 거센 바닷바람을 막아준다고 하여 방풍림(防風林)이며, 둘째, 쉴 새 없이 달려드는 파도에 의한 해일이나 염해ㆍ조수를 막아준다고 하여 방조림 셋째, 숲의 초록빛이 남해를 떠도는 물고기 떼를 불러들인다 하여 어부림(魚付林)이다.

어부림으로서 숲이 고기잡이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예컨대 나뭇가지가 해안가로 뻗어 그늘을 만들고 고기들은 그늘을 찾아 몰려든다는 것이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은 숲 양쪽 가장자리에 새끼를 꼬아 연결하고 그물을 쳐 놓는데 그늘에 고기가 모이면 육지 쪽으로 줄을 힘껏 당겨 물고기를 잡았다. 이 같은 어로 방식을 ‘후리기’라 부른다. 배 귀하던 시절 고기잡이에 사람과 숲이 힘을 모았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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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이성근 처장  ·  부산그린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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