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우 (사)숲과문화연구회 회장(강원대 명예교수)

지난 16일(목) 종로에 위치한 문화카페 ‘문화공간 온’에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사)숲과문화연구회 회장인 박봉우 강원대 명예교수의 특별강연을 듣기 위함이다. 이날 박봉우 교수는 ‘왜, 산림문화를 말하는가?’를 주제로 숲을 문화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산림문화’를 숲이라는 대상에 사람의 생각과 힘이 작용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으로 정의했다. 반대로 숲이 사람의 생각과 힘에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산림문화라고 말했다.

숲을 문화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숲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 국토 중 64%가 산지로 뒤덮여있다. 그동안 사람들은 ‘건강’만을 이유로 산 정상부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산행을 해왔다. 그러나 산의 정상부로 갈수록 훼손이 쉽고, 자연회복이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산행은 ‘소모적’이라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산을 ‘생산적’으로 활용해왔다. 산의 아래나 중턱까지만 오르고, 그곳에서 시와 음악 등의 문화를 즐기며 많은 유산을 남겼다. 산을 교양 있게 활용해온 것이다. 아울러 산의 중턱에서 건강을 위한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의 양이 가장 많고, 정상부로 갈수록 줄어든다. 따라서 박봉우 교수는 산의 중턱까지만 오르기를 권한다.

그러나 산의 중턱까지만 오른다면 사람들이 정상부까지 오르며 산에서 ‘시간’을 소비해왔던 것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숲에서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숲 해설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숲해설사는 산의 많은 문화적 유산과 동식물, 암석 등의 자연물에 대해 해설하며 산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문화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산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경관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래 우리 산은 연륜이 오래된 소나무인 황장목(黃腸木)을 목재로 활용했으며, 이를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산에 경계를 표시하는 황장금표로 산을 관리해왔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일본잎갈나무 등 일본 수목의 묘목 만드는 법 등을 배우면서 일본 수목으로 산이 뒤덮였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본래의 경관을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숲이 가진 문화임으로 숲해설이나 환경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

박봉우 교수는 산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산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은 산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등산객들의 지팡이 끝에 고무캡을 씌우는 것이 있다. 지팡이 끝이 뾰족하기 때문에 침식이 발생한다는 것. 별 것 아닌 일 같지만 미국에서는 1800년대부터 해온 일이라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등산로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산길은 80~150㎝ 정도의 폭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에 의해 답압이 발생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낙엽층으로, 이 낙엽층은 물을 확보하는 기준이 된다. 박봉우 교수는 이를 ‘녹색댐’이라고 말한다. 산의 여러 가지 기능 중 물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등산로 옆의 낙엽층을 밟지 않는 것이 산을 보존하는 길이다.

이러한 기능적인 노력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산은 사람의 심성을 순화시키며, 산으로 하여금 아이들은 자연을 알아가고 생존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박봉우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숲을 물려주기 위해 산을 문화적으로 활용하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며 말을 맺었다.

한편, 산을 만들고, 아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숲과문화연구회가 1992년 창립되어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단체는 숲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담은 「숲과 문화」를 25년간 발간해왔으며,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아름다운 숲 찾아가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1년에 한 번씩 전문가와 일반인이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학술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