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행] 일본 교토 中

족리 8대 장군인 족리의정의 별장, 자조사
라펜트l정세빈l기사입력2016-09-13





자조사(慈照寺, 지쇼시) 정원은 족리 8대 장군인 족리의정이 별장으로 조영한 것이다. 족리의만이 재건한 녹원사(금각사)가 있는 북산산장을 모티프로 하였다. 자조사의 별칭인 은각사(銀閣寺, 긴카구지)는 녹원사의 별칭인 금각사(金閣寺)와 유사하게 사리전인 관음전을 통칭 ‘은각’이라 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관음전을 포함한 사원 전체를 은각사라고 하며, 이곳의 정원을 ‘은각사 정원’이라고 부른다. 






자조사를 들어가면 동백나무림이 벽을 형성하고 있어 마치 벽면녹화를 해놓은 것 같다.







정원의 산 아래쪽의 평지에 주요건물이, 산비탈에 작은 건물이 위치한다. 모래정원이 보이는 프래임(frame)이 인상적이다. 이 모래정원은 달빛이 비치면 호수처럼 빛이 난고 전해진다.





평지에 조성된 못인 은경지를 중심으로 하는 임천회유식 정원이 조성되어있다. 은경지를 맞은 편에는 이끼정원이 있다. 자조사의 이끼들은 성한 나무, 죽은 나무를 가리지 않는다. 





향월대는 모래를 쌓아 후지산과 같은 형태로 조성한 것이다. 모래를 가지런히 빗어놓은 은사탄은 넓은 바다를 연상시킨다. 은각은 금각과 마찬가지로 각 층이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1층은 관음전, 2층은 불당으로 사용되고, 또한 금각처럼 1층은 주택풍, 2층은 일본의 전통적인 사원건축양식으로 각 층이 다른 양식을 띄고 있다. 





자조사 뒤쪽의 산으로 가면 은각사의 전경을 볼 수 있다. 녹원사가 화려한 경관을 갖고 있다면 자조사는 은은한 경관을 갖고 있다. 





자조사를 나와 철학의 길을 따라 걸었다.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철학의 길의 여름은 녹음이 가득했다.





용안사(龍安寺)는 녹원사(금각사)와 근접해 방문객이 많은 곳이다. 용안사의 정원 중 가장 유명한 정원은 돌과 모래만으로 이루어진 정원이다. 이렇게 연못이나 농업용수 등의 물을 사용하지 않고 돌과 모래 등으로 산수의 풍경을 표현하는 정원을 고산수(가레산스이) 정원이라고 한다. 흰 모래는 여백의 공간으로서 물 즉, 해안, 심연 등을 의미하고 돌은 물소리를 들을 수 폭포, 산수 등을 의미한다. 이는 이전의 일본정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극도로 추상적인 조영수법이다. 이는 자연의 산과 물을 대상으로 했던 정원조영수법과 다르게 수묵산수화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용안사의 정원은 가마쿠라 시대에 전해진 중국 산수회의 영향으로 무로마치 시대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작정자, 작정연대, 작정의도 등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정원을 덮고 있는 흰 모래 위에 놓인 15개의 돌은 바다 위의 섬을 의미하며 나아가 무한한 우주와도 연결된다. 이 15개의 돌은 돌의 모양, 크기, 위치, 높낮이, 원근감이 모두 다르다. 이는 보는 이에게 긴장감을 제공한다. 또한 이 돌들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반드시 한 개의 돌은 보이지 않는데, 이는 인간의 불완전함에 관한 선종의 메시지를 담고 있고 깨달음을 얻은 자만이 15개의 돌을 전부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메시지를 모르는 외국인도 조용히 앉아서 명상하는 것을 보면 정원이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가레산스이 정원 바로 옆에는 이끼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정원석 주위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이끼가 있을 뿐 한 그루의 나무도 화초도 없는 정원과 푸른 이끼가 가득한 정원이 대비되며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이를 감상하며 앉아있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한 나라의 언어도, 문화도 자세히 모르지만 그 공간을 보며 어떤 감정이 들었기에 앉아서 감상하는 것일까.



돌 정원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용안사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용안사 중심부에 위치한 못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사색하는 공간의 시간이 담긴 자리들이 방문객에게 압도되는 느낌을 제공한다. 사찰정원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나무를 많이 심었다. 마치 타조를 닮은 모양으로 전정을 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큰 연못을 따라 목조건물들이 있고 못에는 섬이 있어 다리로 건너갈 수 있다. 여름이 되면 연꽃이 많다. 한국 전통조경에서의 섬에는 건너갈 수 없는 반면 용안사에서는 다리를 건너 못 안의 섬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용안사는 평안시대부터 발달해온 화려하고 색채가 풍부한 큰 정원형식을 넘어 여백의 미를 추구하는 소정(小庭) 고산수 정원의 극치이다.
글·사진 _ 정세빈  ·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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