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법과 조직의 맛을 보게 하라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동필 교수l기사입력2024-01-16

법과 조직의 맛을 보게 하라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새해 벽두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왔다. 20년 전부터 필자를 비롯해서 부산의 뜻있는 조경인들이 추진해왔던 가칭 “공원녹지국”의 신설이다. 돌이켜보면 1950년 산림계를 시작으로 1962년 건설국 토목계가 담당했던 공원행정이 1963년 공원계가 신설된 이래 1973년 공원녹지업무의 대폭적인 강화·정비하기 위하여 녹지과, 공원과, 조경과를 가진 녹지국이 처음으로 신설되었다. 하지만 1981년 환경과 통합하면서 환경녹지국으로 개편과 함께 조경과가 폐지되는 짧은 역사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2005년 서울특별시에 자연생태과, 공원과, 조경과, 민주공원추진반을 가진 푸른도시국이 신설되었고, 최근에는 푸른도시여가국(공원여가정책과, 공원여가사업과, 공원조성과, 조경과, 자연생태과, 동물보호과, 산지방재과)과 동부·중부··북구공원여가센터, 서울식물원이라는 조직을 가지게 되었다. 2020년 울산광역시에도 녹지정원국(녹지공원과, 태화강국가정원과, 생태정원과)이 신설되었었다.
 
그리고 2024년 부산광역시에 푸른도시국이 신설되었다.

“시민행복도시 실현을 위해 푸른도시국을 신설해 ‘공원 속의 도시 부산’으로 도시구조를 재편한다. 국가공원, 국가정원, 민간공원 조성 업무를 푸른도시국으로 일원화하고 국가공원추진과가 푸른도시국 내에 신설된다. 또 공원정책과와 산림녹지과를 푸른도시국으로 이관해 시민행복을 위한 부산만의 공원 도시구조재편을 체계화한다.”

앞으로 부산시는 민간공원특례사업으로 만들어질 5개의 민간공원, 국가도시공원, 국가정원 등을 비롯해서 최근 시민들에게 개방한 북항친수공원과 낙동강 일대의 생태공원(을숙도생태공원, 맥도생태공원, 삼락생태공원, 대저생태공원, 화명생태공원) 등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원들이 신설되고 개방되는 시점에 ‘공원 속의 부산광역시’를 추진할 중심 기관을 만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023년 개방된 부산 북항


다만, 우리보다 앞서 공원의 역사가 시작된 미국 뉴욕의 사례를 보면 “도시의 공원 시스템을 유지 관리하고 도시 자연 지역의 생태학적 다양성을 보존 및 유지하며 도시 거주자와 방문객에게 레크리에이션 기회를 제공할 목적”으로 1856년 공원위원회(Parks Commission)로 시작하여 1934년 공원국(Parks Department), 1968년 공원, 레크리에이션 및 문화국(Parks, Recreation & Cultural Affairs Administration) 그리고 1976년 이후 ‘공원 및 레크리에이션부(New York City Department of Parks and Recreation)’로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공원, 놀이터, 레크리에이션시설을 포함한 1,700개 이상의 공공장소를 관리하고 있다. 또한 공공법집행기관(Parks Enforcement Patrol), 도시공원관리원(Urban Park Rangers), 소외지역공원조성(Community Parks Initiative), 도시농업 등 비어있는 땅의 정원화(Green Themb) 그리고 우리나라도 시급히 적용하면 좋을 만한 영업허가(Concessions)를 통한 수익창출과 공공-민간파트너쉽(Private partnerships) 등 새로운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여야 할 것이다.

23년 개방된 부산 북항 야경

산림청은 잘못된 가지치기를 방지하기 위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숲법) 일부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도시숲법 개정에 따라 지자체장은 가로수 제거나 가지치기에 대해 매년 계획을 수립하고, 수시로 발생하는 가로수 관련 민원으로 계획에 없는 가지치기를 해야할 경우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이러한 가로수 가지치기 계획에 대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가로수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하였다.

그동안 ‘가로수가 간판을 가린다’, ‘건물이나 전선에 닿는다’ 등 민원과 일부 지자체의 비용 절감 차원에서 과도한 가지치기로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도시숲법 개정을 계기로 그간 지적되어 온 가로수 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도시 미관을 살리고 아름다운 가로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러한 법안을 만들기 이전에 전국 지자체 가로수 담당자, 한국가로수협회, 가로수 시민연대, 산림과학원 등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달라지는 가로수 제도와 잘못된 가지치기 방지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고, 시민단체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자체 관리 우수사례 등을 공유한 바가 있다.

2023년 개정된 도시숲법

수많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 좋은 칼럼으로 “서울 용산구 한강변 아파트 단지에 느티나무 서른 그루의 가지치기 작업이 있었다. 알록달록 가을 색을 입기 시작한 나뭇잎과 풍성했던 가지들이 모조리 잘려 나가 마치 전봇대 같은 앙상한 기둥만 남겨졌다. 나무 위 둥지를 잃은 까치떼가 한참 동안 ‘깍깍’ 울며 주위를 뱅뱅 돌았다. 이런 참혹한 풍경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아파트 3층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다. 3층 높이까지 올라선 나뭇잎과 가지에 ‘한강뷰’가 가려져 집값이 떨어진다며 나무를 베라고 요구한 것이다. 가지치기 현장에서 그들은 “더, 더, 잘라내라”고 소리쳤다. 전국 가로수 가지치기는 매년 110만 건에 이른다. 도심 곳곳에선 과도한 가지치기로 흉물이 돼버린 가로수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 나무의 모양이 앙상한 닭발을 닮았다고 해서 ‘닭발 가로수’라는 별명까지 생겼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산림청에서만 도시숲 사업으로 누적 1조원 가까운 국비가 투입되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365일 서울 어디서든 5분 거리에서 정원을 만날 수 있다’는 정원도시 프로젝트에 2026년까지 총 6,8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한쪽에선 무참히 나무를 베어 버리고, 다른 한쪽에선 국민 혈세로 나무를 심는 이중 행태라고 꼬집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진국들은 가로수 관리 조례를 만들어 함부로 가지치기할 수 없도록 관리할 뿐 아니라 심은 나무는 최대한 전정을 억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심은 나무를 이유없이 매년 절단하여 고사에까지 이르게 한다. 민원때문이라는 하지만 전문가로서 이러한 악성민원에 적극적으로 또 합리적으로 대처해야하고 필요하다면 대학이나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서 적극적으로 방어하여, 과도한 가지치기를 막아야 한다. 또한 숲이 도시의 지붕 역할을 하도록 ‘어반 트리 캐노피(Urban Tree Canopy)’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수목 부분의 25% 이상이 잘려나가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지만, 이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정도였다. 이번에 산림청이 만든 법률적인 규정이 가로수뿐만 아니라 민간소유, 그리고 조경 전반에 걸친 유지관리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이미 필자가 소개한 바 있지만, ”2021년 6월 경상남도 경제환경위원회에서 ‘경상남도 조경시설물 품질 향상 및 유지관리조례(안)’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나머지 광역시에서도 국의 신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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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p@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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