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를 생각하는 일본조경″

[인터뷰] 데키 마사노리 일본 조경인축구단 단장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6-11-10
16년째 교류해오고 있는 한일 조경인축구단. 격년으로 양국을 오가며 친선경기를 펼치고 있지만 축구하는 것이 다는 아니다. 가까운 나라인 만큼 직면하고 있는 상황도 비슷하지만 다른 나라이기에 차이점도 있다. 이들은 1년에 한 번씩 ‘랜드스케이프 세미나’를 개최해 조경사례와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16년이라는 세월동안 일본 조경인축구단의 단장으로 활약해온 데키 마사노리 일본 조경인축구단 단장은 Civic Design & Associates, Inc의 대표이자 일본 엔지니어링계의 큰 리더이다. 통역을 맡은 한규희 ㈜어번닉스 대표에 의하면, 일본은 몇몇의 리더가 잘 협력하여 업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선도해나간다고 한다.

데키 마사노리 단장과 함께 조경인축구단의 이야기와 일본 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데키 마사노리 일본 조경인축구단 단장(Civic Design & Associates, Inc 대표)

일본 조경인축구단의 역사와 현황은?

2001년에 시작된 조경인축구단은 계획, 설계, 시공회사, 어린이놀이시설, 조경관련 여러 분야가 참여하고 있다. 도쿄, 오사카, 홋카이도 세 개 팀으로, 총 50명 정도의 멤버가 있다.

2000년 초, 현재 경북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정태열 교수가 일본 설계사무소에 근무할 당시, 한국과 일본의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노영일 ㈜예건 대표와 나누었던 것이 축구단의 시작이다. 노영일 대표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잘 알고 지내던 무라코시 마사아키 일본 건축사사무소 아틀리에손 대표와 교류하기로 결정했고, 한국과 일본 조경인들의 공통점을 찾는 와중에 축구를 찾았다. 마침 시기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있었기에 축구를 통한 교류로 양국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축구단이 결성됐다.

일본 조경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있다면?

일본과 가까운 곳에 있는 한국은 일본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사회적인 문제는 한국에서도 가지고 있는 과제이자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조경인들에게는 공원녹지를 포함한 녹색인프라의 재구축과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한편, 전문분야의 내용도 고도화, 복잡화되어 가고 있다. 이런 점들은 오늘날 양국의 경관 및 녹색환경을 둘러싼 공통과제이다.

양국 조경인들에게는 다양한 것들이 요구된다. 윤택하며 활기 있는 시가지의 활성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도시구조의 개선 및 재구축 등 ‘도시재생’에 관한 대처, 지구온난화와 열섬현상 완화, 생물다양성 확보 등 ‘환경보전 및 창출’에 관한 대처, 경관과 역사, 지역산업, 생활문화 등 지역자원, 인적자원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및 도시와 농촌의 교류 등의 ‘윤택한 도시 만들기’에 관한 대처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성숙사회를 상징하는 사회문제로서의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이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맞벌이부부가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누구나 쉽게 찾는 도시공원 안에 보육원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러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행정은 고민하고 있다.

고령화문제도 심각하다. 몇 년 전부터 정부와 함께 도시공원을 찾아가 몸을 움직이면 건강해진다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공원에는 전문가들이 상주해 있어 공원을 찾는 고령자 한명 한명을 병원처럼 봐준다. 다리가 불편하면 계단 오르내리기 운동을 함께 하고, 팔이 아프면 팔 운동하는 것을 돕는다. 실제로 병원을 찾는 노인인구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세금도 줄어들었다. 이런 식으로 하는 공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Park Life라 부른다. 보통 정원활동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정원을 해도 큰 틀의 조경이 감싸 안아야 한다. 조경과 정원을 다 포함한 공원이라는 개념이 파크 라이프이다.

이제 일본은 사회 전체를 보는 눈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앞으로는 녹화에 대해서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녹화를 하면서 연계되는 사회적 고리들에 대해서 더 많이 검토하고, 더 이야기해야 한다. 멋진 디자인, 탁월한 기술로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게 더 중요하다. 녹화한 곳에 노인부터 아이까지 다 나와서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시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만드는 사람이 사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용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섬세하게 듣는다. 사람 한 명 한 명이 계획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다 얽혀있어야 한다.

올해 국토교통성 장관상과 일본조경학회장상을 받은 타키노 랜드스케이프의 ‘아사히카와 키타사이토 정원’은 작품성으로만 상을 받은 것이 아니다. 디자인, 기술뿐만이 아니라 정원에서 지역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 것이다. 사람들은 아사히카와역 앞에서 요가를 하고, 지역주민들이 정원 해설사를 자처한다. 유지관리도 모두 주민들의 손에 이루어진다. 장소에 애착을 갖고 스스로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계획 초기부터 주민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해온 결과이다. (편집자 주 : 프로젝트를 담당한 무라타 슈이치 타키노 랜드스케이프 대표는 ‘한일 랜드스케이프 세미나’에서 “개인적인 작가성을 버리고 시민들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했으며, 이 점을 인정받아서 기쁘다. 정원이 아사이카와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드는 계기가 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얼마 전 경주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내년 세미나 주제도 ‘지진’이라고 하는데, 일본은 지진에 어떻게 대비하는지?

우선은 생각하는 트레이닝이 중요하다.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지진은 다르기에 일본의 경우를 참고할 수 있지만, 지진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한국이 고민해야 하고, 그 지역이 고민해야 하며, 너와 나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일본은 평상시에 비상시를 대비한다. 평상시에는 1%의 비상시를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역마다 존재하는 피난 루트에서 대비훈련을 한다. 훈련을 기술적으로만 한다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기에 이를 레크레이션으로 바꾸어 진행하고 있다. 남녀노소 즐겁게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훈련들을 하면 평상시에 안 보이던 루트들이 더 잘 보이게 되고, 몸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비상시에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한다.

3년 전 3‧11 동북대지진을 겪고 나서 일본인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무리 건물을 기술적으로 튼튼하게 지어도 자연 앞에서는 무너지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사람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기에 평소에 더욱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축구를 매개로한 양국 교류가 주는 이점이 있다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에 대처해나가기 위해 양국의 ‘조경인’들이 협력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조경의 힘’을 널리 알리고, 꾸준한 실천으로 성과를 올려나갈 필요가 있다. 그간 한일 교류 세미나에서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발표했었으나 같은 테마를 가지고 발표를 해보고 싶다. 양국의 차이점이 눈에 보일 테니 상호보완적으로 교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축구대회를 통해 양국 조경인 교류의 폭이 한층 넓어지고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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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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