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가을이 깃든 일본의 정원 - 1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93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6-11-22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 일본편,
거대도시 동경의 허파, 메이지 신궁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목요일 저녁수업을 마친 후 금요일 동경으로 떠나왔습니다. 도쿄는 그동안 많이 답사하였지만 가을의 모습이 궁금하고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답사를 지난 4월에 결정했습니다. 이는 곧 앞으로 출간을 검토하고 있는 ‘세계의 정원’과 ‘일본의 정원’을 명분 삼아봅니다.

애타게 기다리고 기대했던 도쿄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어제 검색한 예보와는 달리 가을비가 여름장마 소리를 내며 쏟아집니다. 물론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답사는 진행되지만 코스의 조정은 불가피합니다. 비 내리는 가을 정취를 숲속에서 느끼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일본의 가을은 의외로 일기가 좋지 않고 해가 너무 짧은 게 흠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아침시간을 서둘러야 하지요. 요즘같은 때는 대략 오후 3시정도에 옥외답사를 끝내야 합니다.

오늘의 첫 행선지는 메이지 천황과 쇼켄 황태후의 영혼을 봉헌하고 있는 메이지신궁입니다.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중무장하고 우산을 든 채 사냥에 돌입하는 순간은 가장 흥분되고 즐거운 시간입니다.



머무는 숙소는 시내 중심을 순환하는 야마노테선 가까이에 있습니다. 전철역에 딸린 자전거 보관소입니다. 녹색교통 선진국답게 대중교통과 자전거가 연계됨은 물론, 관련시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대나무를 활용한 벽면녹화.



시부야역에서 하차하여 메이지신궁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입구광장. 신궁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도리이’의 거대한 기둥.














숲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과 신비로운 자태를 보여줍니다. 봄에는 싱그러운 신록을, 여름은 녹음과 풀벌레 소리, 그리고 가을엔 화려한 단풍과 겨울의 설경이 그렇습니다. 이곳 숲은 100년이 된 인공림으로 낙엽수보다 상록수가 많아 화려한 색상의 단풍은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됩니다.

그러나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울창하고 거대한 숲이 있다는 게 부럽기만 합니다. 가을비에 젖은 숲은 더욱 건강미를 자랑하는 듯 싱싱하게 다가왔습니다.





신궁 앞 광장. 거목으로 성장한 녹나무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받아주는 신목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대자연에 의지하는 습성은 어느 민족이나 비슷한가 봅니다.



많은 관광객과 참배자들이 모이는 장소라 시각적으로 불량한 요소들은 눈가림 시설을 하였습니다.







숲속에는 차량들이 제한적으로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와 보행로가 구분되어 있고, 숲의 보호와 건강을 위한 배수로와 펜스 안내사인 등 철저한 관리체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인공적 시설은 많지 않고 대부분이 울창한 숲입니다. 광활한 잔디광장도 숲과 잘 어울립니다. 창덕궁 분위기를 연상케 합니다. 그러나 상록활엽수가 많은 게 다르네요.



숲속에 들어오면 전철 지나는 소리가 들리지만 도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잔디광장에서만 빌딩이 나타납니다. 1926년 완공된 이곳 인공조림지는 약70헥타르(21만평) 규모입니다. 워낙 수고가 높고 울창하여 더욱 넓게 느껴집니다. 인접한 요요기공원과 함께 거대한 도시숲을 이룹니다. 녹지가 부족한 동경의 상징적 공간이자 허파역할로 손색이 없습니다.









비록 인공림이지만 이미 거목으로 성장한 어미나무(모수)들에 의한 천연하종묘(후계목) 들이 자라나고 있어 꼭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국립공원의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관광객과 참배 인파로 붐비는 이곳에서는 각종 문화행사가 끊이질 않습니다.













국화전시회장. 목본처럼 연출된  국화의 수형이 경이롭습니다. 한편, 국화를 이용한 분경을 통하여 정원을 구사하고 있네요. 조경인들에게도 공간감과 예술적 감각을 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궁에 속한 교엔 입구. 숲길을 산책하며 습지의 창포와 여러 주제로 가꾸어진 정원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창포원.























한적한 두메산골을 떠올리게 합니다.





맑은 샘물이 솟는 곳(청정우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경사지는 좌우 통행을 유도합니다. 일본에서 보행자는 좌측통행입니다.



수목보호용 대나무 편책.



주 출입로는 매우 넓고 직선으로 처리되었습니다.



1세기의 시간이 경과한 숲은 안정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매우 건강하고 아름답습니다. 가을비에 젖은 숲의 맛과 향기는 보통 도시의 대기와는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녹나무가 가득한 숲속에서 느낄 수 있는 차고 습윤한 특유의 기운을 오래토록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습니다. 또 언제 이곳에서 비오는 가을을 추억하며 만나게 될지...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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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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