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가을이 깃든 일본의 정원 - 9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01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6-12-14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 일본편,
아라시야마 명품정원 - 上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오늘은 교토답사 이틀째인 11월 23일 수요일. 아침은 제법 싸늘하지만 하늘은 높고 맑습니다.

아라시야마는 교토의 서북측입니다. 천룡사(텐류지)와 대밭숲길로 기억되고 있으며 많은 고찰과 예술인들의 별장이 있는 강과 자연환경이 수려한 지역입니다. 가쓰라리큐(계리궁)와 이끼정원으로 유명한 서방사도 이곳에서 가깝지만 두 곳 모두 예약에 실패했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에는 답사할 곳이 의외로 많아 하루에 소화하기에 벅차답니다.

마침 호텔의 위치가 교토의 서부지역이라 아라시야마의 접근이 용이합니다. 또한 숙소 옆에 그곳으로 가는 협궤 열차 정류장이 있어 더욱 편리하지요. 시내 주택가를 빠져나가는 코스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경관도 이채롭습니다.





이 열차는 신칸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교토의 숨겨진 뒷골목 풍경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저속으로 운행되는 70년대 통근기차를 떠올리게 됩니다.







아라시야마역 플랫트 홈. 온천수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시설입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주로 도보로 관광하는 일반인들입니다.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온천 족욕은 의외로 간편하며 효과적이어서 인기입니다.



이 지역은 교토의 축소판으로 통합니다. 어딜 가나 잘 가꾸어진 정원이고, 역사적 의미가 묻어나는 요소들입니다. 고풍스런 분위기가 교토의 향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호고인(보엄원)으로 가는 골목에서 만난 고산수 정원. 담장과 대나무 배경이 조화롭습니다.











단풍으로 가장 인기 있는 호고인. 교토는 가을 단풍인파로 항상 만원인데, 그 중에서 단풍은 아라시야마를 으뜸으로 여깁니다. 이른 아침이지만 입구는 관광객으로 붐빕니다.



정원에 입장.



정원을 구성하는 담장과 석등 나무 등 정원의 소품들이 한결 같이 제 자리에 놓여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담장도 정원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입구를 강조하고 동선을 유도하며 공간의 깊이감을 더해줍니다.





자갈과 자연석 그리고 이끼를 이용한 공간처리가 일본 특유의 고산수정원 수법을 변형한 분위기입니다.



정원 속 별도의 공간에 마련된 다옥과 또 다른 정원으로 들어가는 중문. 이곳은 영업하는 찻집으로 호객행위도 일삼습니다. 촬영도 눈치가 보여 가볍게 둘러보았습니다. 지난봄에는 이곳에서 말차도 마시고 여유 있게 산책하였는데...  찻집 분위기를 흐리는 듯한 노출된 상술이 아쉽기만 합니다.







찻집 분위기는 차분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울타리와 중문은 물론, 다옥도 주변 정원과 잘 어울리는 전통건축양식입니다. 마당에서 재배되는 표고버섯 재배용 골목도 정원요소로 눈길을 끄네요.









정원은 온통 숲입니다. 숲 아래는 그늘이라 잔디가 생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끼가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곱게 피복되어 있습니다. 봄철에 생기 넘치던 연두색 이끼 이불은 고운 단풍으로 숨겨버렸습니다.







이 정원은 천룡사의 부속시설로 종교적 기능도 일부 수용하고 있습니다. 정원의 순로를 벗어난 외곽에 위치한 납골묘원과 건물내 불교 유물들입니다.











정원은 결코 넓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솔길을 따라 꼬불꼬불 걷다보면 꽤 먼 길을 걸어온 느낌을 줍니다. 이게 울타리와 공간 가림용 바위와 식물을 활용한 효과겠지요. 공간의 깊이감을 더하여 실제보다 넓게 느끼게 하는 수법입니다.





숲속으로 부터 졸졸 흘러내리는 시냇물 소리도 산새들의 소리와 함께 정겹기만 합니다. 신선들이 이용한다는 동천의 분위기가 이러할까!



지난번에 소개했던 이끼 낀 시설과 우물덮개. 가을을 추억하는 낙엽이 한 몫을 더합니다.









저 건물에서도 창밖의 풍성한 자연과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주로 불교관련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건물인데 가끔씩 특별공개를 합니다.



숲속의 자연스러운 담장이 공간을 분절하고 시선을 차단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상록성의 키가 낮은 조릿대를 이용한 지피효과.







빗자루를 이용한 정원 첨경물.







나무와 꽃은 물론, 모든 시설이나 구조물들이 다 같이 정원을 구성하는 소중한 요소들입니다. 이들이 바람과 새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며 명원이란 오케스트라로 탄생되는 것이지요.









많은 탐방객들이 가을정원의 향기에 젖어 넋을 놓고 있습니다.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여유롭고 자연스런 정원.





빠른 걸음으로 10분이면 충분한 곳이지만, 이 정원을 네 번째 찾게 된 필자는 이번도 한 시간 반을 머물며 기록하였습니다.



정원 밖의 아름다운 단풍을 뒤로하고 천룡사로 발길을 옮깁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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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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