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계 이사람] 한행하 한강영농조합법인 대표

화훼업을 대표하는 선도 농가 한강영농조합법인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03-16
“전혀 농원하시는 분 같지 않으신데요?”

화훼농원을 운영한다고 밝혔을 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라며 웃는다. 농원에서 일을 할 때도 몸빼바지 대신 스키니진을 입고 있어 더욱 그렇다. 볼 때마다 단정한 모습의 바로 외출할 차림으로 일하기에 농사꾼이 아니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Honest, Hope, Happy. 자신의 이니셜을 따다 만든 ‘정직, 희망, 행복’을 삶의 모토로 하는 사람이 있다. 한강영농조합법인의 한행하 대표이다.

98년부터 지금까지 용인 에버랜드를 수놓은 꽃의 70%는 모두 한행하 대표의 손을 거쳤다. 지난해에는 인천공항의 모든 식물을 1년 내내 납품하기도 했다. 화훼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버티고 선 그녀는 작고 마른 외형과 다르게 강단이 있고 야무져 보였다.
한행하 한강영농조합법인 대표


1만평의 넓은 부지에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있다. 비닐하우스 안은 서로 다른 꽃들이 열심히 싹을 틔우고, 노랗고 빨간 얼굴을 내미느라 분주하다.

한행하 대표가 용인 땅에 둥지를 튼 지 26년이 지났다.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에 꽃을 하는 남자와 결혼해 남편과 함께 1천평 정도의 화훼농원을 꾸려오다 남편이 조경회사를 설립하면서 농원 일을 도맡아 하게 됐고, 농원 면적이 10배나 늘어났다.

한강영농조합법인은 화훼납품이 주된 업무지만 요청시 시공까지도 하고 있다. 주 거래처는 관공서와 대기업이다. 한편 소매시장이 되기도 한다. 외진 곳에 있지만 농원에 직접 와본 고객들은 이후로 끊임없이 농원을 찾아온다. 오래된 고객들은 넓은 농원을 다니면서 알아서 수레에 실어 놓고 계산 때만 한 대표를 찾기도 한다.

아이 셋을 업고도 직접 씨를 뿌리며 부지런하게 움직였던 그녀는 지금까지도 용인과 과천농원에 매일 들러 꽃을 가꾼다. 그녀의 일손을 돕는 손길들은 네팔의 외국인 근로자들과 동네 어르신들이다. 특히 농원 내 깨끗한 숙소를 제공하고 있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인기 있는 직장이기도 하다. 

2007년부터는 여성경제인협회 활동을 하면서 2011년에는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식물을, 지금은 한양대학교에서 경영을 배우고 있다. 식사 때 빼고는 앉아본 일이 없다는 그녀. 부지런함은 천성이다. 


농원 한쪽에 마련된 정자. 농원을 찾는 사람들은 이곳에 들러 차를 마시며 꽃을 감상한다


화훼업을 대표하는 선도 농가 한강영농조합법인

한강영농조합법인은 대중적이면서도 화단에 심을 수 있는 품종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기후와 공해에 강한 종이 주류를 이루지만 야생화 중 꽃이 예쁜 종이나 구근류, 그리고 실험재배해보는 종들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알리움은 꾸준히 사랑받고 있고, 꽃이 예쁘면서 수명이 긴 에리시멈이나 리나리아 등 새로운 품종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에버랜드에는 매년 10종 정도의 신품종을 추천하고 있으며, 올해는 하얀색 유채꽃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한강영농조합법인은 화훼납품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수원 광교호수공원이나 용인, 평택, 과천, 서울, 안산시 도로난간에 핀 꽃들도 한강영농조합법인의 작품들이 많이 있다. 2014년 특허를 받은 ‘교체형 이중 식생상자’는 난간이나 울타리에 최적화된 제품이며, 꾸준한 사랑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제품이다.

일체형 화분 설치 후 펄라이트나 화산석, 영양토를 포설, 40일간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식생상자를 끼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시공이 장점이다. 관수 또한 연결된 자동관수밸브와 개별노즐로 물이 공급되기에 인건비 및 관리비용이 줄어든다. 계절에 따라 식생상자만 교체가 가능해 보행자들에게 새로운 경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도 식물에 뿌리는 효소를 개발해 농약이나 성장호르몬제를 통해 속이 빈 채 비대해진 과일과 다른 단단한 조직의 딸기도 비닐하우스 3동에서 재배하고 있다.


수원 권선구 원형육교-웨이브 페튜니아


안산시 난간-웨이브 페튜니아 / 수원 광교호수공원-야생화, 허브


딸기재배


영업전략은 ‘신뢰’

“저는 제가 직업 영업을 안 해요”

한강영농조합법인의 겉모습만 아는 사람이라면 믿지 못할 이야기다. 그러나 한 대표는 한 번 맺은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자신만의 영업전략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또 10년 뒤에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죠” 처음 본 기자에게 건넨 한 마디에서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10년 만에 연락을 해온 사람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반긴다. 이 또한 천성이다.

그러나 아무리 대인관계가 좋아도 상품이 좋지 않다면 끈끈한 거래관계가 형성되지는 않을 터. “저를 비난하는 것보다 꽃의 품질에 대해 비난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고 말할 정도로 한 대표의 꽃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자신감의 근원은 어디 있을까? 한강영농조합법인의 차별화 전략은 따로 있다. ‘끊임없는 도전’이다.

2002년부터 직접 해외종자와 묘를 도입해 재배해보기도 하고, 해외 카탈로그나 자료를 찾아다니며 신품종 발굴 및 새로운 디자인을 하는 등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10여 년 전부터 밀렛, 베고니아 드레곤윙 등의 식물들을 재배하고, 다이콘드라 같은 덩굴식물을 활용해 늘어지는 플랜트 디자인을 했다. 교통화단에 알리움을 심는다거나 파스텔 색상을 도입하는 등 당시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함으로써 시대를 앞서갔다. 일찍부터 선점했던 식물과 디자인이 이제야 각광을 받으니 경쟁력이 없을 수가 없다.

“부딪혀보고 아니면 말더라도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남들이 안 해본 것을 남들보다 먼저 해봅니다. 너무 빨라서 시행착오도 있지만 5년 후, 10년 후에 다시 하고 있으니 좋은 일이죠”






‘솔직함’도 그녀의 무기다. 2~3년 실험재배를 통해 얻은 식물의 특성을 가감 없이 터놓는 것이다. 월동이 되는 식물인지 아닌지, 꽃이 풀 속에 파묻힌다거나 여름에 녹아버릴 수 있다거나. 실험재배를 하지 않은 식물에 대해 안 해봤으니 모른다고 정확히 알려준다. 빈말이 없으니 신뢰가 쌓인다.

넓은 농장의 수 백 가지 품종과 위치, 심지어 재고수량도 모두 다 한 대표 머리에 있다. 업무용 직원이 없기에 거래처 모두 바로바로 대표와 다이렉트로 소통이 된다. 필요할 때 전화 통화로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으니 궁금증도 즉시 해소되고, 유대관계도 돈독해진다.

이렇게 쌓인 신뢰관계는 쉬이 끊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인사이동이 잦은 관공서에서는 다음주자에게 한강영농조합법인을 인수인계해준 뒤 부서를 옮길 정도로 신뢰가 굳건하다.

“저와 한 번 일하면 사람들이 저를 떠나지 않아요. 심지어 본인의 직장을 옮기고 난 뒤에도 저를 꾸준히 찾아주시니 감사한 일이지요”


주는 기쁨으로 사는 사람

한행하 대표는 스스로를 ‘주는 기쁨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어머님께서 주변사람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것을 보고 자라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이는 한 대표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고. 그래서인지 사업적으로도, 또 학교에서도 주변에 사람이 많다.

납품시 주문 수량보다 더 넣어주기도 하고, 20년간 군부대에 꽃 지원을 하고 있으며, 어르신들 집 고쳐주기 행사에도 꽃을 트럭에 가득가득 실려 보낸다. 뿐만 아니라 귀농귀촌 관련 교육프로그램에서 특강을 통해 이론을 넘어 경험으로 얻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꽃에 관한 한은 전부다 가르쳐준다고 한다. 영업비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재미있는 대답을 한다.

“인터넷에 요리 레시피가 다 나와 있지만 사람마다 맛도, 품질도 다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제가 경험한 것을 다 가르쳐줘도 각자 다른 맛과 품질이 나올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업을 하는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이며, 그것이 선배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삶의 철학도 ‘절대로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려고 합니다. 제가 드리는 꽃을 받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면 에너지가 생겨요. 이것이 제가 살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이 됩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업으로 해 행복하다는 사람. 그리고 인생의 절반을 보낸 지금,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경영학과에 도전하는 사람. 그녀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항상 꽃을 키우는 곳에 있으면서 저를 찾는 분들에게 꽃에 대해 컨설팅을 해드리고, 꾸준히 공부하고 개발하며 저의 영역을 넓혀가겠다”고 한다.

언제나 열려있는 공간, 다시 찾고 싶은 농원, 그리고 꽃을 보면 늘 생각나고 보고싶은 사람, 꽃의 모든 것. 수수하고 청초한 모습으로 곁에 머물고픈 그런 한 송이의 꽃이고 싶다고 그녀는 말한다.

성실함과 부지런함, 신뢰로 소비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하는 그녀는 자신만의 Brand concept으로 아름다운 정원과 공간을 위해 오늘도 끊임없이 노력한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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