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MZ 대중목욕탕 공모 당선자 전진현·송민경·지강일

″젊은 디자이너로써 자신만의 철학을 찾아가는 과정″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04-21
미국에서 흥미로운 공모전이 열렸다. 건축 연구 이니셔티브 arch out loud에서 실시한 ‘경계: 한반도 비무장 지대 지하 대중목욕탕’ 아이디어 공모가 그것이다. 남북한의 장기적인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비무장 지대(DMZ)에 지하 대중목욕탕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공모전에 한국인 3명으로 꾸려진 팀이 당선을 거머쥐었다.

STUDIO M.R.D.O.와 Studio LaM의 전진현, 송민경, 지강일 씨의 ‘Crossing Parallel(s)’는 “지상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새로운 진입장벽이 세워지는 동안, 지하에서는 사람들이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다방면 혹은 무지향성의 새로운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찾아서 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젊은 건축, 도시, 조경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강일·전진현·송민경 씨 


당선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상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서로 다른 회사에 계신 것 같은데, 어떻게 만나 팀이 꾸려졌나요?

우리는 각각 건축, 도시, 조경 분야의 전문가로서, 4년여에 걸쳐 세종대로 역사문화 특화공간 공모전 (2015/서울특별시, 공동작업, 1등), Seoul Urban Design Competition (2013/서울특별시, 1등 없는 2등) 등과 같은 프로젝트들을 함께 작업하였습니다. 각자 소속과 분야는 다르지만, 생각의 과정이나 관심사는 비슷해서 대학원시절부터 자주 함께 작업을 해왔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작업한 결과물들에서 이 모두를 관통하는 일련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DMZ공모전은 그 흐름의 연속선상에 있는 최근 작업입니다.

 전진현  홈페이지
서울대 조소과와 환경대학원을 거쳐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에서 조경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조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으며 Studio MRDO를 설립해 조경 뿐 아니라 더욱 확장된 영역에서의 디자인을 실험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송민경  홈페이지
연세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에서 도시설계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뉴욕의 여러 사무소에서 도시설계 및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하였고 Studio MRDO를 설립하여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강일, LEED AP BD+C  홈페이지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에서 건축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뉴욕 소재의 Rafael Viñoly Architects에서 건축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으며, Studio LaM을 설립해 건축, 도시, 조경 등 여러 분야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종류와 스케일의 디자인 연구를 진행 중 입니다. 

공모전에 참가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의 비슷한 관심사와 성향 때문에 저희들의 작업에서는 일련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번 공모전도 이러한 큰 흐름 선상에서 디자인을 풀어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회사에서 하는 작업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기만한 경우가 많아 그러한 작업들 외에 좀 더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찾아서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업무시간 외에 또 시간을 내어 공모전에 참가하신 것 같은데.

아이디어 컴페티션이었던 만큼 분량(A1 패널 1장)에 대한 부담이 적었습니다. 일을 할 수 있었던 인원도 세 명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았습니다. 


ⓒ arch out loud


ⓒ arch out loud


DMZ라는 특수한 대상지와 목욕탕이라는 공모 주제가 참 재미있지만 이걸 설계로 풀어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를 얻게 된 동기와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들은 대상지가 가지는 장소적 특징을 관찰하고 이로부터 발견한 고유한 상황과 질서를 개념적으로 재조직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왔습니다. 이후 재조직한 상황과 질서를 물리적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을 통해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프로젝트에서 요구되는 프로그램은 이러한 과정에 따라서 구성된 공간이 지니게 된 공간적 특징에 맞추어 배치하는 방법을 취했습니다.

‘Crossing Parallel(s)’라는 제목으로 제안한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도 위에서 언급한 작업의 방향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별다른 사물이나 건물이 없는 DMZ에서는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영역화된 장소적 특징이나 질서를 관찰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대신 우리가 주목한 것은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반복되는 긴장-화해 관계가 DMZ라는 거대한 물리적인 환경을 유지시켜온 힘 또는 질서라는 관찰이었습니다. 이러한 양가적 감정의 교류를 공간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형태인 이중나선 구조를 기반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관객과 배우라는 상반된 존재의 역할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연극이라는 형식을 프로젝트의 서사적 기반으로 설정한 후 생각을 발전시켜나갔습니다.


설계를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철학 같은 게 있다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보이는 가까워짐과 멀어짐의 반복, 긴장과 이완의 되풀이, 이를 통해 축적되었던 경험들의 갑작스러운 용해, 이들은 모두 DMZ라는 장소와 이곳을 통해 비롯된 상황들이 품고 있는 질서를 은유하는 것입니다. ‘은유법’이라는 수사법만 달리 썼을 뿐, 지난 4년간 작업했던 모든 작업들은 한 장소 안에 내재되어 있는 상황과 질서를 재구조화한 결과라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습니다. 현재 저희들의 작업들에서 보이는 일련의 흐름은 보는 이에 따라 다소 모호해 보일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더 뚜렷한 색을 갖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젊은 디자이너로써 확고한 철학을 벌써부터 굳혔다기보다 이를 찾기 위해 아직은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 생각합니다.


세분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셋 공통의 관심사를 다양한 형식의 프로젝트를 통해 표현하고 싶습니다. 공모전 뿐 아니라 출판, 전시, 그 밖의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켜 나아갈 계획입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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