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양국제꽃박람회 : 권혁문 가든디자인 뜰 대표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옹기종기 정원’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05-12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시작된 ‘2017 고양국제꽃박람회’. 축제의 현장을 찾는 수많은 국내외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인 ‘옹기종기 정원’은 어린이들을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는 한편, 모래놀이터, 수생식물관찰 등 다양한 놀이와 체험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마련된 휴식공간과 감성을 자극하는 식재는 어른들에게도 인기만점.

‘옹기종기 정원’을 조성한 가든디자인 뜰 권혁문 대표와 정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권혁문 가든디자인 뜰 대표

작품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채꼴 형태의 긴 부지인 만큼 스토리는 한쪽 끝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스토리의 시작은 잠자리에 든 아이로부터 시작합니다. 꿈속에서 아이는 파도가 치는 바닷가에 도달하고, 눈앞의 범선에 승선해 피터팬과 함께 배를 타고 항해를 시작합니다. 범선을 공격하는 해적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 이윽고 환상의 섬에 도착. 다함께 뛰어놀다가 꿈에서 깬다는 흐름입니다.

부지 중간이 메인 게이트이다 보니 여신을 향해 가는 길이 주동선입니다. 부지가 중간이 동선으로 끊겨있는 것이지요. 여신에게 향하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한쪽은 모험을 주제로 동적인 공간, 한쪽은 정적인 공간으로 조성했다.



바다를 표현한 공간. 굴곡 있는 조형물은 파도를 형상화하고, 회양목과 작게 솟은 모래둔덕은 작은 암초를 상징한다. 모래놀이공간에서 아이들은 모래를 가지고 놀거나 조형물 위에 올라가 점프를 하며 논다.




색색깔의 파도 사이사이를 넘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레드와 화이트를 포인트 컬러로 두었다. 벽에서 느껴지는 색깔과 소주조팝이 잘 어우러진다.


돛단배가 파란 파도를 헤치고 가면 뒤에 파도거품이 이는 것을 블루와 화이트 식재로 표현했다. 특히 향후룩스와 백리향을 식재해 바람이 불면 향이 짙어지며  살랑살랑 흔들리는 샤스타데이지모습을 볼 수 있다.



제라늄을 이용해 레드에서 화이트로 그라데이션을 넣었다. 기존에 앉는 의자로 사용되던 것을 화단 안에 소품으로 넣기도 했다. 특히 계약재배를 통해 식재한 샤스타데이지는 이 기간에 볼 수 없으니 눈여겨볼만 하다. 




범선에 승선하면 펼쳐지는 공간으로, 광장 안에 아늑한 공간을 조성했다. 쑥대발은 공간을 분할해주면서 시스루로 박람회장을 볼 수 있고,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한다. 천장에 뚫린 꽃 터널을 통해 하늘을 볼 수 있다. 휴식공간이 부족한 박람회장에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쑥대발은 직접 채색한 것.


게이트에 가까운 입구는 주조색을 강렬한 레드로 두었다. 화형이 큰 꽃양귀비와 애기범부채로 화려하게 꾸려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입구에서는 돛단배 안에 있던 세이지를 벽 너머공간에서는 아래쪽으로 내려서 꽃양귀비와 혼식해 레드계열로 쭉 이었다. 레드화단이 이렇게 예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보통 뚜렷한 색상의 일년초를 가지고 문양을 표현하지만 이곳은 전체가 하나의 구릉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핑크를 주조색으로 하고, 키가 큰 폭스글러브를 이용해 관람동선을 유도할 수 있도록 기존의 박람회식재방식과 조금다른 식재방식을 보여줬다. 색채를 한 톤 다운시키고, 화형이 큰 식물과 잔잔한 식물을 혼식했다. 혼식은 꽃을 종류·색깔별로 나눠놓는 것보다 더 고급스럽고 자연스럽다. 특히 청보리는 어른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바람이 많은 곳이기에 정원 사이사이 샤스타데이지를 식재해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운동감을 느낄 수 있다. 



온실 겸 체험학습장. 수생식물과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다. 컬러는 레드와 화이트 두 컬러만 가지고 화려한 색감을 뽐낸다.


어린이정원 내 유일하게 코티지가든. 화이트 계열의 식재에 포인트로 레드와 핑크를 사용했다. 시간이 갈수록 다른 경관을 연출한다. 박람회 시작에 피었던 산분꽃이 지고 있고, 라일락이 폈다 졌다. 곧 미스김라일락이 피고, 이어서 홍개불이 핀다.



이 공간의 뒷면 50m는 막아두어 아이들만이 크레용모양의 알록달록한 터널로 지나다닐 수 있다. 그간 한 번도 이 동선을 막은 적이 없었으나 이 동선을 끊어버리면 모든 게 깨지기에 뒷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재미거리들을 조성했다.


작업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대상지 형태가 독특한 만큼 평면계획을 잡는 데만 한 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공간은 ‘어린이 정원’임과 동시에 주동선이기에 사람들이 머무르면 안 되는 공간입니다. 주제광장과 인접해 있으니 너무 튀어도 안 되고요. 따라서 ‘안전’과 ‘머무르면 안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작업했습니다.

공간 자체도 게이트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역공간이고, 원호형태이며, 기존의 커다란 파도형태의 노란색 파고라 조형물이 너무 강해서 공간구획 잡기가 참 어려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도조형물을 ‘파도’로 안자는 결론 하에 아래쪽에도 파도를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파고라 조형물과 파도를 표현한 조형물

범선의 높이 때문에 주최측과 많은 논의도 했습니다. 그러나 파도 구조물을 휘어 감을 만큼의 높이로 구조물을 만들어야 전체를 이끌 수 있는 하나의 형태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해 높게 조성했습니다. 

한쪽은 범선, 한쪽은 온실이라는 커다란 구조물로 힘을 주다보니 식재도 그만큼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성격 자체가 메인이 아닌 동선이기 때문에 식재 톤을 한톤 내리면서 식물의 키 차이를 부각시켜 동선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식재계획을 했습니다.

아울러 동선이지만 쉴 공간이 부족한 박람회장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동선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범선 안이나 중간 중간 배치된 벤치 등으로 관람객들에게 쉼을 선사합니다. 비가 오면 온실 안으로 들어와 비를 피할 수도 있고요.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 또한 관람객의 주동선에서 벗어난 공간에 배치한 이유도 그것입니다.

작업 첫날인 4월 3일부터 27일 마지막 날까지 현장에서 시공을 했습니다. 구조물도 현장에서 직접 하나하나 다 만들었기에 정도 많이 들었고요. 현장에서 하나보니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비가 오면 온실로 피하기도 했고요. 재미있었습니다.


쇼가든 이라고 일컫는 박람회 기간만 설치하고 철거하는 정원설계 및 시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작업할 때, 곧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2014년도에 코리아가든쇼 작품으로 수변에 정원을 조성해봤는데, 특히 일산호수공원은 바람이 너무 강해 임시가설물이라는 생각을 가져선 안 됩니다. 따라서 구조물도 존치할 수 있을 만큼의 디테일을 가지고 안전하게 시공합니다. 17일 후 철거를 하든 존치를 하든 박람회 측에서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잠깐 있다가 없어져야 하는 작품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몇 번 하고나니 내려놓은 마음이 생깁니다. 오히려 관람객들이 아까워해주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임시로 조성한 것인지 아닌지는 관람객들이 더 잘 아십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은 ‘행사용이구나, 임시가설물이구나.’라는 감정이 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그만큼 관람객의 눈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든디자인 뜰’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2012년도 1월에 창업해 당해 aT센터에서 열렸던 ‘제1회 정원박람회’에 부스로 참가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같은 해 2013순천국제정원박람회 실외정원공모에서 입상하고 2013년도 순천박람회장에 정원을 조성,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2014년도에는 코리아가든쇼에 참가, 대상을 수상하고, 2015년도에 ‘2015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개구쟁이 정원’와 ‘제3회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서 ‘모델작가정원’을 조성했습니다. 2016년도에는 ‘고양 가을꽃축제’에 참가, 메도우(Medow) 가든을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중국상하이국제꽃박람회’에서 대상을수상했고 ‘2017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옹기종기정원’을 출품하여 조성하게되었습니다.

제가 인테리어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경험이 시설물의 디테일과 식물의 색채, 비율, 향 등에 강점을 두고 있습니다. 식물을 하나의 살아있는 오브제로생각하고 저만의 색깔로 연출하는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통’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부분, 무의식적으로라도 편안하게 느끼는 것들을 캐치해내는 세심한 배려들을 통해 고객에게 친밀한 정원을 조성한다는 맨투맨방식의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공사 위주의 사업보다는 만족도가 높은 일들을 위주로 하다 보니 힘들지만 뿌듯합니다.

‘가든쇼 출신으로 대형부지의 정원을 조성할수 있을까?’라는 편견을 가지시는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번 ‘옹기종기 정원’으로 2500㎡ 규모의 정원을 25일 만에 조성했다는 이력이 생겨, 가든쇼 출신들도 보다 큰 규모의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증한 박람회였습니다. 가든디자인뜰이라는 사업자로서 이정도의 규모를 단기간에 이만큼의 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것이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하며, 향후 마케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주 마사회와 함께 웨딩을 주제로 한 쇼가든 조성과 작년에 조성했던 정원들을 3월4월일정에 쫏겨 찾아뵙지못해서 찾아뵙는일등이 있습니다. 당면한 계획은 15일 ‘2017고양국제꽃박람회’장에서 철수하면 150여종2000여본 중 월동이 가능한 식물들을 분류해 농장에 정식하는 일입니다. 많은 양의 식재들은 훗날 자산이 됩니다. ‘옹기종기 정원’에 식재된 식물들중에 2015년 ‘개구쟁이정원’에 사용된 후 다시 온 식물들도 몇 몇 있습니다. 식물은 살아있고, 계속 자라니까요. 올해 식재한 삼색조팝이 3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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