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조경의 정책적 이슈] 녹색에어컨을 켜자

엄정희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엄정희 교수l기사입력2017-06-08

녹색에어컨을 켜자




_엄정희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교수


2016년 여름은 유래 없는 폭염 현상으로 인해 에너지 사용량이 급등하였고, 해수 온도 상승과 이에 따른 슈퍼 태풍의 발생으로 대도시에서의 침수와 연안지역의 범람을 겪었던 한 해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러한 이상기후 문제는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도시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비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안 중 하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기온 저감에 효과적인 수목과 녹지공간을 확대하는 것인데, 이러한 수목과 녹지공간을 다루고 조성하는 것이 바로 조경의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업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경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으며, 이러한 중요한 역할을 어떻게 잘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때이다.

도심의 숲이나 녹지공간은 여름철 주변보다 낮은 기온으로 인해 자연에어컨의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성장한 플라타너스 나무 1그루가 1시간 동안 흡수하는 열이 에어컨 6대의 냉방효과에 해당하거나 건강한 어린 나무 1그루가 소형 에어컨 10대를 하루 20시간 작동함으로써 얻는 냉방효과와 동일하다는 국내·외 연구를 통해 수목의 냉방효과는 학술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실외기에서 나오는 폐열로 인해 도시온도가 상승하는 일반 에어컨과 달리, 수목은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녹색에어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에 녹지공간을 최대한 많이 조성하면 도시열섬이나 폭염과 같은 열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도시에서 대규모 녹지공간을 많이 조성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전략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열환경에 취약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열대야 일수가 더 높거나 불투수포장률이 높아서 고온에 더 노출되기 쉬운 기상적·물리적 환경을 가진 곳을 찾아내고, 노인과 유아비율 혹은 기초생활수급자비율이 높은 곳 등 고온에 더 민감한 사회적 환경을 파악하며, 녹지면적이 높거나 찬 공기 이동이 원활한 곳 등 고온 적응력이 높은 환경을 분석해서 열환경 취약지역을 파악한 후, 이를 기반으로 녹지조성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또한, 도시숲이나 옥상녹화 등 기온을 저감시킬 수 있는 요소, 즉 그린인프라를 열취약 지역에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그린인프라는 대기오염 감소나 홍수예방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내 녹지공간 조성을 통해 기온저감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영향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기후변화 적응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열환경 취약지역에 대한 전략적 그린인프라 조성 사례(출처: 강정은 외, 2012; 엄정희, 2016)

열환경 취약지역에 대한 전략적 그린인프라 조성 사례 열환경 취약지역에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도시 내에서 녹색에어컨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바람길을 조성하는 것은 도시 외곽으로부터 녹색에어컨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길 조성의 원칙은 도시 외곽의 녹지에서 생성된 차고 신선한 공기를 도심까지 흐르게 하여 온도를 저감하고 대기오염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바람길 활용을 위해서는 산에서 생성된 찬공기가 공원과 하천을 통해서 도심까지 확산되어야 하는데, 국내의 많은 도시에서는 산 아래 건설된 높은 아파트 건물들과 녹지공간의 부족으로 인해 바람이 도심까지 흐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70% 이상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바람길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형적 여건을 가지고 있다. 실제 가장 더운 8월의 바람이 없는 맑은 날 밤 9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정맥 가까이에 위치한 전주시와 정맥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다른 두 도시의 기온차를 확인해 본 결과 전주지역이 다른 두 도시에 비해서 기온저감 정도가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야간에 산림에서 생성되는 찬바람이 인근에 위치한 전주지역의 야간온도 저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바람길 조성을 통해 도시의 온도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찬공기가 생성되는 도시 내·외곽의 숲을 보전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도시에서는 건설을 위해 도시숲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만약 현재의 녹지공간이 건설로 인해 모두 없어진다면 바람길을 통한 쾌적한 도시 열환경 조성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맥주변 도시의 야간기온 저감 비교(출처: 엄정희, 2016)

기후변화 시대에 조경이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은 다양하지만, 그 중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 바로 녹색에어컨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어떻게 잘 수행하는지에 따라 기후변화 시대에 조경의 가치와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_ 엄정희 교수  ·  계명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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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mjh99@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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