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큐슈의 원생림 - 2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26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7-06-02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 일본편,
때 묻지 않은 원시자연을 간직한 ‘야쿠스기랜드’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오늘은 5박 6일 일정의 이틀째인 2017년 5월 16일. 일기예보는 흐리고 비가 온다는데 새벽이라 날씨는 괜찮아 보입니다. 야쿠시마를 본격적으로 만나는 첫날입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를 고려하여 가장 긴 산행코스는 내일로 계획하였지요.

야쿠스기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되지만, 이곳에서 다시 포장도로를 따라 6㎞ 떨어진 곳에 3000년생 기겐스기(기원 삼나무)를 놓칠 수 없어 이날은 택시를 이용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물론 택시비가 아깝고 부담스럽지만, 시간을 벌고 체력을 아껴야 내일이 순탄하리라 판단한 결과입니다. 일반적으로 숙소에서 랜드까지는 우리 돈으로 약 5만 원 정도, 소요 시간은 약 40분가량으로 기억합니다.

첫날 묵은 숙소는 안보라는 곳으로 섬 일주 도로변입니다.



오전 6시 30분 숙소를 출발한 택시는 어제 답사한 자연관을 지납니다. 내일 산행할 조몬스기 코스와 오늘 목적지 야쿠스기랜드(왼쪽)가 분기되는 장소입니다.

산길은 포장된 도로이나 좁고 경사와 커브가 심합니다. 차창가로 스치는 주변 산세는 험준하나 숲은 상록활엽수들로 꽤나 울창해 보입니다.



원숭이 보다 사슴이 먼저 나타났습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숲속의 도로는 조용하기만 합니다.







오늘 답사할 ‘야쿠스기랜드’ 입구에 도착. 이곳의 입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인데, 현재시각은 오전 7시 정각입니다. 택시에서 내려 주변 분위기를 살핀 후, 우리는 기겐스기를 향하여 계속 전진.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포장도로는 도시의 가로와 비슷하나, 주변은 온통 태고의 자연을 연상케 하는 울창한 숲으로 가득합니다. 다소 차갑게 느껴지는 습윤한 아침공기가 특별합니다. 길가에 나온 원숭이 가족들도 심심찮게 만나며 우리는 황홀하고 신비스런 초행길을 맞습니다.







새소리와 물소리가 가까이서 들리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도로는 우리들의 전용도로 같습니다. 특별하고 좋은 장소마다 내려 대자연을 감상하고 기록하는 황제투어를 즐깁니다. 지구상에 이만한 코스가 또 있을까요? 온 천지가 초록과 연둣빛 자연에,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오감을 자극합니다. 힐링이란 단어의 의미가 읽혀지는 분위기지요. 오래토록 머물고 싶습니다. 택시 요금도 걱정되지 않습니다.





거목의 어깨에서 자라는 뭇 나무들이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듭니다.



울창한 숲속에는 엄청난 크기의 거목들이 자태를 뽐내지만 스케일 감을 느낄 수 없어 아쉽습니다.



드디어 기겐스기(기원 삼나무)에 도착. 기겐스기로 통하는 산책로 입구의 오른쪽 간판에는 잘려진 나무의 내력이 적혀있습니다. 3,000년생으로 추정되는 기겐스기에 비유하면 꼭 유치원생 같지요. 그래도 수령이 400년이 넘는답니다. 이곳에서 몇 백 년 나이는 유아 취급입니다. 야쿠시마에 현존하는 1,000년 이상 된 삼나무가 무려 2,000그루가 넘는다고 합니다.

중국원산의 용문사 거목 은행나무가 1,100년 나이로 알려져 있는데 비교하니 갑자기 일본이 대국처럼 느껴집니다.



400여년의 짧은 삶을 마치고 떠난 삼나무.



기겐스기는 도로에서 20-30여m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관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야쿠스기 중 한 그루입니다.

‘야쿠스기’란 야쿠시마에 서식하는 모든 삼나무를 일컫는 게 아닙니다. 이 섬에 생존해 있는 수령 1,000년 이상 된 삼나무(스기)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입니다.











수령 3,000년으로 추정되는 기겐스기(기원 삼나무)의 모습. 접근로는 답압피해가 없도록 데크로드로 정비되어 있습니다. 이 나무의 원줄기 곳곳에 다른 수종들이 기생식물처럼 붙어 자라고 있습니다.



현재시각 7시 50분. 요도가와(Yodogawa) 등산로와 Onoaida 보행로가 시작되는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택시도 이곳에서 돌려 ‘야쿠스기랜드’로 나가야 합니다.







이곳은 산책하거나 등산하는 사람들의 주요 거점으로 널리 알려진 장소입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차도에서 50m 정도만 벗어나도 원초적인 모습의 자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경사지 표토가 침식되어 뿌리가 노출되어 등산로로 활용됩니다.



유명한 요도가와 등산로 입구.





입구부터 경사가 급합니다.



가지에 매달린 이끼가 열대 우림을 방불케 한다.



이곳은 해발 1,000-1,300m 정도. 난대와 아열대성 기후대에서 주로 서식하는 상록활엽수들이 많이 보입니다. 제주도 한라산 기슭의 식생과 비슷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택시로 이동하며 잠시잠시 내려 주변을 살피고 기록합니다. 꾸밈없는 대자연의 품에서 오감으로 만끽하며 걷는 재미는 글과 말로는 표현이 곤란합니다.





동행한 산림생태 전문가 이정환 박사의 발걸음과 손놀림도 분주합니다.



좁은 도로의 안전지대에서 대기하는 친절한 택시기사.





야쿠스기의 오래된 굵은 줄기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식물들이 이채롭습니다.



계곡물은 맑게 흐르는데, 산사태 흔적들이 보입니다. 때 묻지 않은 계류의 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연수랍니다.





다시 세기 삼나무(기겐스기)까지 내려왔습니다. 수직 상태의 원줄기 표면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여러 종류의 식물들. 공중습도가 높고 강수량이 많아 근계가 노출되어도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직경이 5m가 넘는 거대한 몸체입니다.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모습 같지만, 곳곳에 시험연구와 숲 관리를 위한 임도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차도에서 벗어난 관리용 임도.



이곳의 모든 숲은 천연 상태의 원생림을 방불케 합니다. 고사되는 고령목도 많이 보입니다.



포장되지 않은 임도는 이끼로 무성합니다.













숲에서는 생로병사의 순환과정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7시경 잠시 살피던 야쿠스기랜드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9시가 지났습니다. 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려 2시간 30분에 걸친 택시 투어였습니다. 택시요금은 12만원이었으나 대단히 상쾌하고 만족스런 아침 나들이라 생각합니다.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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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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