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큐슈의 원생림 - 4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28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7-06-09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 일본편,

살아있는 전설! 지구촌 최고령, ‘조몬스기’를 알현하다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오늘은 이번 답사 중 최고로 기대를 해온, 가장 힘들고 벅찬 일정으로 알려진 조몬스기 코스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합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일출을 보기 위한 새벽출발과 비슷하지요.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호텔에 미리 주문해 놓은 아침과 점심 도시락을 챙겨 나왔습니다. 일반버스를 이용하여 숙소에서 가까운 자연관으로 가서 다시 셔틀버스를 갈아타 등산로 입구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아직도 이른 새벽이라 깜깜합니다. 셔틀버스 정류장엔 이미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서둘러 줄에 합류하여 왕복 버스표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합니다. 첫차가 도착했지만 우리차례는 멀기만 하네요. 다시 20여분이 지나고 나타난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굽이굽이 험준한 산길을 돌고 돌아 등산로에 도착하였습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몸 풀기 준비운동이 한창입니다. 제법 넓은 주차장엔 화장실도 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트레킹이 시작되었습니다. 정확하게 오전 6시 정각입니다.





등산이 시작되는 주차장 입구.



셔틀버스 외에도 여러 대의 대형버스가 들어왔습니다. 승용차는 출입이 제한되는가 봅니다.



출발 직전 입구에서.





등산로 입구로 활용되는 현재의 주차장은 철길의 끝이자, 산지에서 벌목되어 기차로 운송된 목재 야적장이었습니다.

조몬스기로 향하는 트레킹의 출발은 이렇게 협궤 기찻길을 따라 이어지는 8㎞ 거리.











철도 침목을 따라 걷는 재미가 남다릅니다. 필자는 60년대 중학교 시절, 기차통학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추억여행을 떠나온 듯 묘한 기분이 감도네요.

반복된 스텝으로 다소 불편하지만 주변을 살피며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최상의 조건입니다. 오늘은 비가 내릴 확률로 매우 적다고 합니다.

초행은 언제나 새롭고 미지에 대한 기대로 즐겁습니다.



오직 통로는 기찻길. 평지나 다름없는 순탄대로 수준입니다.



복잡하거나 난해한 코스가 아닙니다. 곳곳에 자세한 이정표와 안내도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일본인들의 단체는 가이드가 따릅니다. 안내는 물론 이 지역민들을 위한 배려라 느껴집니다. 현지 가이드는 이곳 거주자로 건장한 젊은이들입니다. 자연과 역사 안전에 관한 설명이 진지합니다. 산행 에티켓을 지키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힘들게 이동하는 중에도 수시로 뒷사람에게 길을 비켜줍니다. 또한 정해진 좁은 순로를 일체 벗어나지 않지요. 철저하게 길들여진 모습이 꼭 유치원생 같습니다. 대단한 민족입니다.













집락터입니다. 옛날 벌목사업의 전성기 시절 마을이 형성되고 학교가 자리했던 곳이랍니다. 지금도 운동장과 학교터전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주변 숲이 더 짙어지고 물소리도 요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침목위에 데크 시설을 설치하여 훨씬 걷기에 편안합니다. 철길의 레일 폭이 80㎝이고 보도 데크는 절반인 40㎝를 유지합니다. 최소한의 시설보완으로 느껴집니다. 절대 과잉 설계가 없어 보입니다. 직사광선으로부터 자유로운 환상적인 숲길입니다. 아직도 4㎞ 이상 남았기에 마음이 푸근합니다. 체력이 닿는 데까지 걷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역시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옥외활동에는 강한 햇살이 가장 큰 장애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중간 쉼터





말없이 걷고 또 걷는 즐거운 하루입니다.









좁은 철로를 벗어나면 온통 인간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은 듯한 모습의 때 묻지 않은 원생자연의 천국이 펼쳐집니다.





삼나무의 조상신과 같은 존재인 ‘조몬스기’를 찾아가는 길은 멉니다. 그러나 조몬스기의 후손 삼나무 판재로 포장되어 발길은 한결 가볍습니다. 여기에 시설된 포장재나 안전난간 그리고 계단이 모두 삼나무입니다.









주변에는 어제의 야쿠스기랜드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크기의 삼나무 노거수들이 자태를 뽐냅니다.















국내에 독립수로 있다면, 모두가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수준입니다. 한 마디로 신비롭고 황홀하고 놀랍습니다.



고요한 숲의 세계가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장실이 있는 쉼터. 출발이 오전 6시 정각이었는데 지금 시간이 7시 45분. 군인들도 50분 행군에 10분의 휴식이 있는데... 줄곧 신명나게 전진 또 전진의 연속이었습니다.





복잡한 화장실. 우리나라였다면 과연 이대로 둘까요? 그리고 철길을 3시간 가까이 걷도록 할까요? 철도를 관광용으로 정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관광객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의문과 생각을 하도록 부추깁니다.











진기하고 신비스런 숲은 계속 이어지며 더욱 깊어만 갑니다.





일본다운 축소지향적 공간 활용의 전형입니다. 오랜 세월을 품은 무명의 노거수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자태를 뽐냅니다.









옛날에는 삼나무가 신성시 여겨 보호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목재자원으로 벌목된 것은 1600년대 중반부터 1970년경까지라고 전합니다.





드디어 철길 걷기는 끝났습니다. 지금 시간이 8시 50분. 평지나 다름없는 순탄한 길인데 2시간 5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제는 경사도 급하고 험준한 산길입니다. 그래 봐야 편도 3㎞지요. 오늘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야하는 코스라 다소 지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을 비우고 전화기도 끈 채, 태고의 자연에 젖어 걷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으리라.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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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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