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복원정보] 생물다양성과 곤충

이강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라펜트l이강운 소장l기사입력2017-06-30


생물다양성과 곤충
- 경제적 관점에서 본 곤충 생물다양성의 가치


_강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생물다양성은 약 40억 년 전에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변이, 자연선택, 종 분화 등을 거쳐 끊임없이 여러 종류로 갈라지면서 생긴 결과이므로 생물다양성은 하나의 진화적인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진화 과정 중에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발현했던 적응, 방사는 생물다양성을 보존 할 수 있는 지혜가 담겨있으며, 오랜 역사에 걸쳐 축적된 물리적 특성과 화학적 물질은 모든 과학 정보의 단서가 내재된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생태계의 건강성뿐만 아니라 생물자원의 활용가치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자국의 경쟁력이 된 지금 어느 때보다도 이를 보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함은 당연하다.

모든 생물을 경제적 자원으로써, 상업적 이용의 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되겠지만 인류의 경제, 건강, 농업 문제를 고려할 때 생물다양성의 중요한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높다. 식물의 종자산업 분야인 육종과 재배를 통해 다수확을 할 수 있는 것도 생물다양성에서 비롯되며, 제약, 화장품, 생명공학, 여타 생물자원 탐색과 기초 분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밖에 지구 대기의 균형을 유지하여 산소를 계속 확보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서도 역시 생물다양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게다가 지금 우리는 세포 또는 분자 수준의 구조나 기능을 규명하여 질병의 ‘표적’이 되는 분자를 찾아내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자세포생물학적 방법에 집중하고 있는 생명공학의 시대에 와 있다.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도입함으로써 특수한 상황에 적합한 동식물을 설계할 수 있게 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종의 유전적 자원도 그냥 넘겨버릴 수 없다.

자연계의 모든 생물이 인간 세상에 명백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과연 생물다양성이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해독하기 어렵다. 거대하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생물다양성이라는 key word를 그나마 쉽게 만나 구체적이며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분류군은 곤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지구상의 곤충은 대략 75만 종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이것은 실제 존재하는 생물종 수의 1/10도 안 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태계의 주춧돌(Keystone Species)로 전체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1차 소비자 역할을 하며 기생, 포식과 같은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거나 의사소통을 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복잡한 화학 물질이나 천연 산물들은 의학과 농업에서 이미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3억 5천 만 년 전 석탄기부터 육지에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현재도 지구상에서 제일 많은 종수와 개체수를 갖고 있어 가장 풍요로운 생명인 곤충은 생물다양성의 중심적인 부분이 될 수밖에 없으며, 아직 찾아내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흥미로운 생명인 곤충 종의 다양성에 숨어 있는 가치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코넬 대학의 생물학자 토마스 이즈너(Thomas Eisner)는 송장벌레에서 경구 피임약의 주성분인 프로게스테론과 비슷한 방어용 화학 물질과 반딧불이 혈액에서 루시부파긴이라는 심장을 자극하는 효능을 발견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화학자 실드크네히트(Schildknecht)는 수서딱정벌레인 물방개붙이 종류에서 소 1,300마리 분량의 부신 피질 호르몬이 분비선 속에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신 피질 호르몬은 모든 염증에 특효인 스테로이드제재로 유명하며 현재 100mg에 6달러 50센트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벌레의 몸에서 추출한 물질로 가까운 장래에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약 제조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Figure 1. 짝짓기 중인 붉은점모시나비

필자도 거의 12년 동안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선호도를 가진 붉은점모시나비를 연구하고 있다. 모시처럼 반투명한 바탕에 뒷날개의 선명한 붉은색 원형 무늬 때문에 붉은점모시나비라 불리고, 태양처럼 붉은 원형 무늬의 특징을 언급해 Apollo butterfly라는 영명(英名)으로 불린다. IUCN 적색자료목록과 CITES의 AppendixⅡ에도 등재되어있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선호도를 갖고 있는 곤충이나 Wikipedia를 비롯 대부분의 세계적 자료에서조차도 생리, 생태 등 많은 정보가 잘못 기재되어 있다. 이들에 대한 생물학적, 생리, 생태적 정보를 정확하게 기술할 필요가 있어 2005년부터 연구를 하던 중 일반적인 온도에 활동하는 곤충의 특성과 비교하면 매우 독특한 생리 현상을 지니고 있는 특성을 발견했다.

Table 1. Development period of Parnassius bremeri


붉은점모시나비는 190여 일 동안 알 속에서 애벌레(Phatate 1st instar)상태로 생존하며, 12월 평균 온도 –12℃에 부화하여 애벌레 먹이식물인 기린초를 섭식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2012년 영하 48도에 견딜 수 있는 내한성 메카니즘을 규명하면서 대표적 한지성(寒地性) 나비로 알려졌던 이유를 밝혀냈고 붉은점모시나비의 내한성 정의를 위해 체내빙결점(supercooling point: SCP) 실험과 HPLC실험을 통해 붉은점모시나비 혈림프 조성 물질을 분석하였다.

Table 2. Analysis of polyols in hemolymph from two insects by HPLC



Fig 2. Supercooling Point Difference of each stage

또한 물리적으로 표면적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는 엠보싱 형태의 알의 특성과 영상 45도의 고온에서도 생존하는 알 속의 pharate 1st instar 생존력실험과 hsp(Heat Shock Protein) 유전자 발현량 비교를 통해 고온에 대한 생존력을 증대시키는 붉은점모시나비 알의 외부 열에 대한 차단력을 증명하였다.


Fig 3. -48℃까지, 45℃까지 견디는 알과 Pharate 1st instar

약 93도의 내성 온도를 갖는 붉은점모시나비의 내한성 및 내열성 관련 후생유전체 분석과 유전체를 이용한 지속성 유사 화합물을 만들어 산업적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의 가능성을 세계소재은행(ISBER)에서 2016년 4월 7일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하였고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향후 내한성 및 내열성 관련 유사 화합물을 만드는 과정이 실현되면 많은 분야에 유용생물로 활용될 것이다.

Fig 4. Survival rate of Pharate 1st instar


Fig.5. 2016년 4월 7일 독일 베를린 ISBER(국제소재은행학회)에서 외국학자와 대담

단 몇 건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미래에 대한 단순한 희망 섞인 예상만이 아니라 기초적인 연구가 새로운 과학 기술을 탄생시키는 모태가 되며, 미천한 생물로 오인되고 있는 곤충이 만들어 낸 혁신적 성과를 예시하고 있다. 이제 생물다양성의 시대는 엄연한 현실이 되었으며 생물다양성의 미래 가치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천한 푸른곰팡이로부터 수 백 만 명의 사람을 살리는 페니실린을 만들고, 하찮은 파리에 지나지 않던 초파리가 유전학에 대해 그렇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는가? 미래 첨단의학은 질병의 표적이 되는 분자를 찾아내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자치료의 시대가 될 것이지만 생물들이 갖고 있는 생명체가 없으면 아무런 근거가 없다. 대기, 토양, 해양, 담수, 삼림 그리고 모든 생물종에 가해지는 가혹한 압박으로부터 우리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복원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며 나아가서는 생물의 명명권을 갖고, 생명과학 로열티 같은 부가가치를 독점할 수 있는 새로운 종을 찾아 보다 많은 생물다양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글·사진 _ 이강운 소장  ·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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