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3개의 이야기가 담긴 정원, ‘퍼스트 가든’

퍼스트가든 김신 소장·박승호 운영본부장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07-27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시의 경계. 그곳에 놀랄 만큼 아름다운 정원이 숨어있다.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정원에 담은 테마파크 ‘퍼스트 가든’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첫 번째 정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조성된 퍼스트 가든은 식물의 신 ‘아도니스’를 주축으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성격을 쏙 닮은 크고 작은 정원이 가득 들어차 관람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12월 1일 준공하고 올 4월 28일 그랜드 오픈한 퍼스트 가든은 1만5천평의 부지에 23개의 테마정원과 레스토랑, 웨딩홀 등 10개의 편의시설을 갖춘 대규모 복합관광단지다. 사계절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정원으로, 봄에는 ‘꽃의 정원’, 여름에는 ‘물의 정원’, 가을에는 ‘축제의 정원’, 겨울에는 ‘빛의 정원’으로 테마를 선정해 각종 행사와 문화예술을 접목시킨 아틀리에 가든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미 ‘파주시티투어’의 한 테마인 ‘자연힐링여행’의 첫 번째 코스인 만큼 개장 3개월 만에 이미 알만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다녀간 명소가 되었다.


라펜트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이야기가 있는 정원을 설계하고 시공한 퍼스트 가든의 김신 소장과 박승호 운영본부장을 만나 퍼스트 가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신 퍼스트 가든 소장


‘퍼스트 가든’을 찾은 방문객이 늘고 있습니다. ‘정원’을 주제로 테마파크를 조성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창희 회장님께서 파주지역에 거주하시면서 중소가구 제조업을 40여 년간 하셨던 분으로, 지역 내 힐링공간을 조성해 지역주민들에게 베풀고 싶다는 꿈이 있으셨습니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해외의 정원들을 둘러보시면서 준비해 온 정원입니다. 특히 석회석 채석장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세계적인 정원, 캐나다의 부차드가든(The Butchart Gardens)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그때의 감동을 한국에 재현하게 된 것이지요. 산업단지이면서 굴곡이 심한 편인 파주지역에도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친화적인 정원을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퍼스트 가든’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퍼스트 가든은 자수화단으로 대표되는 프랑스식 정원과 이탈리아식 정원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프랑스식 정원이 조성된 곳은 국내에 별로 없습니다. 보통 프랑스식 정원은 부자들이나 즐길 수 있는 대저택의 정원을 떠올리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정원을 갖기가 힘들죠. 퍼스트 가든은 지역주민을 포함해 근교에 사시는 분들에게 첫 번째 정원이 되라는 의미입니다.


퍼스트 가든의 콘텐츠 중 어린이들을 위한 ‘꼬마정원사’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이곳에 와서 자연을 배우다보면 자신의 첫 번째 정원이 되고, 자라면서 더욱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정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는?


‘Season of Adonis’ 아도니스의 계절을 캐치프레이즈로, 식물의 신 아도니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30평짜리 정원부터 작게는 5평짜리 정원까지 크고 작은 23개의 정원들이 각기 그리스로마신화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각 정원에는 신들의 조각물들이 있으며 정원의 성격과 신들의 성격을 매치시켰습니다.


기능적으로는 중앙광장인 토스카나 광장에서 축으로 연결된 중앙도로 ‘토스카나 길’로 가다보면 그 끝에 아도니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동네 여인들이 아도니스의 부활을 기뻐하며 봄 동안 싹틔웠던 식물을 바다나 연못에 띄워 보내는 사랑의 하트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인들이 많이 찾는 포토존으로 인기입니다.


주동선인 토스카나 길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부근은 ‘토스카나 존(Toscana zone)’으로 토스카나 광장과 플로라 분수,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로즈가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쪽은 구릉지인 ‘힐사이드 존(Hilside zone)’으로 힐링과 산책의 공간이며 여러 갈래의 산책로가 얽혀있습니다. 태양과 음악의 신 아폴론의 테라스가든,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허브가든,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화이트가든 등이 있습니다.


남쪽은 자수화단, 벽천, 놀이시설, 파티가든 등 사람들이 유희를 즐길 수 있는 동적인 공간 ‘어뮤즈먼트 존(Amusement zone)’입니다. 올림포스 최고의 신 제우스의 제우스가든부터 바다의신 포세이돈의 자수화단, 아도니스 가든, 결혼과 가정의 신 헤라의 파티가든 등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지형자체가 낮은 구릉들로, 이탈리아정원과 여건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정원의 특징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가자 큰 특징은 ‘단차’입니다. 능선을 따라 주동선을 설정하고 있으며 그 가장자리에 농수로가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차를 이용한 두 세단의 테라스와 물을 사용한 낙차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축선’입니다. 주동선인 ‘토스카나길’을 축으로 살리고 레스토랑, 웨딩홀인 ‘가우디움’. 가든문화센터 ‘헤윰’ 등 건물이나 물과 조형물들이 축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주정이 있고 외곽에 원림이나 숲이 있듯 정원의 북쪽 외곽에는 자연스러운 성격의 정원들이 있습니다. 사실 위치가 가까운 대신 주변 환경이 산업단지이기 때문에 좋지 못한 환경을 상쇄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정원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규모가 있는 ‘정원’의 설계는 ‘공원’설계와 다를 것 같은데...


정원은 설계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계속 만져줘야 하고, 현장의 여건에 맞게끔 변경되는 사항이 많습니다. 특히 디테일하게 다뤄야 하고요. 설계사무소에 있을 때는 몇 십만 평 규모의 공원 설계도 해봤지만, 그와 다르게 정원은 끊임없이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때그때 직접 드로잉하면서 설계변경 하듯이 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조성하는 것이고 조경, 건축, 인테리어, 운영까지 다 직영으로 설계, 시공했습니다. 그래서 식재 같은 경우는 도면으로 그리는데 한계가 있기에 직접 현장에 갈 수밖에 없습니다. 꽃을 한번 심으면, 종류도 많고 본수가 많아 살이 쭉쭉 빠집니다.


개인사업자가 한 시즌에 꽃을 대량으로 심기는 쉽지가 않기에 맨 처음에는 다년초를 많이 심었습니다. 식물도 포트에서와 땅에서의 생태가 전혀 다르고, 환경, 토질에 따라도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세밀하게 만져가면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정원은 유지관리에 한 번 손을 놓으면 풀밭이 됩니다. 가장 생태적으로 안정화된 정원이 되어야 손이 덜 가고, 비용적인 부분도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가면서 안정화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가요?


식물을 워낙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조경학과를 지망했고, 그곳에서 배운 설계도 좋아해서 설계사무소만에 20여년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말에는 집에서 조그만 공간에 심고 가꾸는 것을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그렇다보니 기본적으로 습관화되어 있습니다. 주말에만 하던 것을 이제는 매일 하게 된 것이라 보면 됩니다. 어떻게 보면 제 취미생활을 업으로 하는 것이지요. 정원은 설계만 해서 안 되니까 필드에 가서 직접 인부들과 심어야 유지관리가 된다는 점은 한계점이면서도 저에게는 ‘재미’입니다.



설계부터 조성까지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초기단계의 설계부터 하면 거의 6년 정도 걸렸습니다. 퍼스트 가든은 농어촌관광휴양단지로 지정되어 있는데, 개인이 농어촌휴양관광단지로 지정받으려다 보니 사례도 없어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절차 및 인허가 문제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지요. 정원이기에 지금도 100% 완성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계속 만져줘야 하는 식물이 많이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제일 북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는 기후가 되나요?


기온이 서울보다 5~6도, 일산보다는 2~3도가 낮습니다. 심지어 퍼스트 가든 내에서도 남북간의 온도차이가 나기 때문에 같은 식물을 심어도 한발자국 차이로 생육의 여부가 결정됩니다. 주변 환경에도 민감합니다. 상록수가 바람을 한 번 막아주면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에도 생육이 가능합니다. 특히 북쪽 언덕은 바람이 많이 불고 막아주는 것도 없어서 겨울에 바람이 굉장히 세고 차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 환경을 잘 이용하고 필요하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혜인 셈이지요.


바람이 많고 추운 환경이기에 다양한 식물을 선보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바람이 많은 입구에는 오브제로 다양한 바람개비를 넣었으며, 북쪽 끝에는 온실을 배치해 남부수종부터 아열대수종까지 보다 더 다양한 식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온뿐만이 아니라 토양도 좋은 토양이 아닙니다. 맨 처음 이곳에 와서 토양검사부터 했는데, ‘적토’가 대부분입니다. 적토는 고운 토양으로 물 빠짐이 좋지 않아 비가 오면 진흙이고, 물이 빠지고 마르면 바람에 날립니다. 단목객토하듯 그때그때 토양을 개량하고 있습니다.


유지관리 인력은 직영으로 10명 정도가 배치되어 있고, 때마다 외부인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퍼스트 가든에는 1천 여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자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퍼스트 가든은 ‘Season of Adonis’라는 캐치프레이즈 말고 ‘이야기 정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이 추억을 쌓고 이야깃거리가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도니스 신화의 마지막은, 아도니스의 부활을 축하하기 위한 꽃 축제가 열리는데 이것이 유럽의 플라워쇼로 발전했습니다. 퍼스트가든도 이러한 플라워쇼 개최를 꿈꾸고 있습니다. 축제를 통해 많은 관람객들이 추억을 쌓을 것이고, 그 관람객들에게 다음해 퍼스트 가든의 모습을 미리 말씀드리는 것이지요. 관람객들은 다음해 더 크게 발전한 모습을 기대하면서 그들의 첫 번째 정원을 찾아주시는 것이고요. 관람객과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퍼스트 가든 이모저모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